1. 김영삼 전 대통령
1997년 신한국당(새누리당) 전당대회장에서 ...
(찾아보니 1997년 9월 30일이었다네요)
같은 과 아는 언니가 무슨 대회를 하는데 현장 요원하면 하루 일당이 8만원인 알바가 있다길래 냉큼했죠.
그때 남자 대학생들 방학 때 노가다하는 일당이 5만원일 때니까 여자 알바로는 엄청 센 거였어요.
무슨 체육관같은데로 오라길래 갔더니, 그게 신한국당 대선 후보 뽑는 전당대회였죠.(이회창이 뽑혔어요)
무슨 알바가 등본도 아니고 호적 초본을 떼오라고 해서 투덜대고 떼어갔었는데, 대통령이 오는 곳이라서 그랬나보더라고요.
저는 1번 투표소를 배정받았는데, 거기 배정받은 애들이랑 수다떨면서 호적떼어오라는거 이상하지 않냐고 그러고 말하다보니, 1번 투표소는 다 본적이 서울이더라고요. 저는 본적이 종로였고요.(투표소는 한 10개 정도 있었던 것같아요.)
제가 했던 일은 투표용지를 나눠 주는 일이었는데, 정말 김영삼 전 대통령을 30센치 코앞에서 봤어요.
인상은 ... 얼굴이 너무 검은데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해서 시뻘건 느낌이었던게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세상 고민 다 짊어진 듯한 굉장히 굉장히 어두운 표정이었어요.
그 어두운 인상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그 후 한 달 보름 뒤에 IMF가 터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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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무현 전 대통령
중학교 동창이 있었어요.
한 5-6년 전까지도 연락하던 애였는데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네요.
뭐 다시 연락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 각설하고, 자기 대신 알바를 해달라는 거예요.
카페 알바인데 자기가 여행을 1달 가려고 준비를 다했는데 그만 두기 너무 아까워서 사장에게 친구가 대신 한 달만 해 주는 걸로 양해를 구했다고요.
그냥 레스토랑같은 거라기에 해 본 적도 없으면서 오케이하고 갔어요.
사장 면접을 했는데, 손가락 하나가 없더라고요. 그런가부다했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이 그러는데 군대안가려고 잘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그런 어른들이 종종 있었어요. 87 민주항쟁이 불과 10여년 전이었으니까요.
거기 00의 내연녀도 단골이었고, 우리나라 토익 만점 1호맞고 정치 건달된 사람, ytn 앵커 등등 재밌는 사람들이 많이 왔었어요.
카페 이름도 특이했는데 밝히진 않을게요. 너무 특이하거든요.
저는 보통 4시에 와서 9시 30분이나 10시 정도에 끝나고 집에 갔어요.
카페가 10시 30분에서 11시에 닫으니까 저는 그 전에 나가고, 뒷정리는 주방장 아저씨나 지배인이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지배인이 30분만 더 일해줄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예약 손님들이 오시는데, 자기 혼자 서빙하기가 부족하다고요.
그래서 기다렸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한 대여섯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우르르 오셨어요.
아, 다시 생각하니까 그 미소가 떠올려지네요.
싸구려 양주에 타먹을 우유를 갖다드리는데 제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셨거든요.
그때 그 양주도 슈퍼에서 파는 그런 싸구려 양주였어요.
그 한 달동안 2번 오셨어요.
저는 테이블 세팅만 끝나면 먼저 집에 갔고, 가면서 돌아보면 남은 분들은 심각한 정치? 얘기들을 나눴고요.
그 사장님은 그 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되셨어요. 그런데 이게 이상해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노태우 밑으로 기어들어간 김영삼에게 명패를 집어 던진 뒤, 꼬마 민주당을 이끌고 고생하다가
<민주당>이라는 전통을 들고 김대중 대통령의 새정치 국민회의(지금의 민주당이 되죠)와 합당하여,
우여곡절 끝에 종로에서 국회의원이 되었을 즈음이었거든요.(그 뒤 바보 노무현이 됩니다.)
그런데 그때 그 사장님은 김문순대처럼 김영삼을 따라서 신한국당(새누리당)으로 가신 당직자?였거든요.
제가 왜 이렇게 기억하냐하면 노무현 대통령님이 오셨을 때 카페에 있던 사장의 친구들(역시 정치 건달들)이 한쪽에서 좀 이기죽거리듯이
"제1 야당 부총재님 오셨네요. 12명 중에 어느분이신가?"그랬거든요.
아, 그때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 부총재를 아주 많이 뒀었어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 부총재들 중 하나였고요.
그때는 뭔가 피아가 혼재된 그런 정국이었어요.
신한국당(새누리당) 의원이지만, 불과 10년 전 함께 최류탄을 들이마시던 동지들이 수두룩한 상황이었죠.
그리고 세상을 그렇게 만든 중심에는 김영삼이 있었고요.
아무튼 그 당시 이 카페에 오는 손님들은 거의 신한국당(새누리당) 쪽 인사들인 상황에서, 제1 야당 부총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밤에 몰래 삼고초려를 하듯, 아니면 보고싶던 지인을 만나러 오듯 그렇게 오셨고, 그 뒤 몇 년 후에 그곳의 사장님은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이 되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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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故 노무현 대통령
그렇게 뵌지 꼭 11년 뒤에 돌아가셨어요.
그렇게 운구가 1번국도를 지나가는데, 시청 광장을 뒤덮은 인파가 저희 회사 앞으로도 지나가고 있었죠.
회사가 시청에서 서울역으로 넘어오는 곳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저희 사무실 직원들도 그냥 무작정 나갔어요.
저희처럼 무작정 뛰어나온 사람들로 꽉 찬 거리엔 노란 물결 사이로 운구가 지나가고 있었죠.
저는 그 운구 바로 옆까지 나아가서, 운구를 실은 차에 손을 대어보고, 눈물을 흘리며 명복을 빌어드렸는데,
그 운구를 따라 걷고 있던 분은 문재인 대표님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