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하루 종일 일 때문에 밖에 있다가 온 제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이 나가서 간단하게 저녁 요기를 하고 오자더라고요.
그래서 두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 갔었죠.
홀이 크지 않다 보니 모녀 둘이서 식사중인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두 모녀의 목소리가 큰 지... 아니면 옆 테이블이라 그녀들의 목소리가 시원하게 잘 들리는 건지...
여과없이 두 모녀의 대화 내용을 듣게 되었어요.
(고2 정도로 짐작되는) 딸이 엄마에게 뭐라면서 민주당 얘기를 꺼내니
엄마라는 분이
"민주당은 국회가서 일하기 싫어서 길거리에서 데모하는 거야" 이러는 겁니다.
그러면서 연이어 "국정원 여직원 애 너무 불쌍하더라, 나라 위해서 일했더니 민주당 애들 때문에 청문회나 불려오고"
딸도 국정원 직원 불쌍하다고 같이 응수를 하더라고요.
같은 여자로 너무 불쌍하다고 그러는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엄마가 민주당과 촛불집회에 대해 무어라 계속 이야기를 하니까 (저희 식사가 나와서 이 부분은 제대로 안 들렸습니다.)
딸이 한다는 말이 "싹 다 삼청교육대 보내야 돼"
저 마지막 말에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엄마에게 고개를 돌려 위아래로 훑으면서 눈에 힘 좀 줬어요.
딸은 너무 제 옆에 바싹 다가와 앉아 있어 고개를 돌리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어린 애가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를 편협한 정보 때문에 질타를 받는 건 아니다 싶었거든요.
다음 세상을 책임질 세대들에게 진실 혹은 객관적 사고는 못 심어줄 망정 같이 응수하며
중간중간 (안기부니 중정이니 하면서 국정원이 저 기관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딸에게 알려주더라고요) 이상한 정보를 주는
엄마가 너무 어른답지 못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솔직히 저는 제 아이들에게 인물이 속한 집단을 보지 말고,
그 인물만을 면밀히 보라고 말합니다.
민주당이나 진보 정의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최소한 새누리당보다는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거고,
새누리당은 정의롭거나 대의적인 인물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저는 가끔 6학년인 큰아이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와도 민주당은 선이고 새누리당은 악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원들이 좀 많다라고 이야기 해주죠.
근데 다 큰 딸과 함께 그릇된 정보를 나누며 촛불집회하는 사람들과 민주당 사람들은 싹 다 삼청교육대 보내야 한다는 어린 딸의 말에
깔깔거리던 그 중년의 여자가 한심하고 또 미련해 보이더라고요.
물론 한 번 쳐다보고 났더니 그 다음에는 철부지 딸이 계속 정치에 대한 질문을 해도 엄마라는 분이 입을 다물긴 하더라고요.
대신 핸드폰과 연예인 얘기로 무척 시끄러운 수다는 계속 이어졌지만요.
진심으로 엄마라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 큰 딸에게 중앙정보부에 안기부를 가르치고 국정원 여직원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주입시키기 전에 스무살을 목전에 둔 자식이 식당에서 큰 목소리로 쉼없이 떠들어대서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과 식사 방해를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아니다, 라는 걸 먼저 가르치라고 일러주고 싶어요.
정말 큰목소리 때문에 6학년과 일곱살인 저희 두 아이가 얼마나 조용하고 의젓했는지 댁의 딸과 비교됐다고요.
후...후
(근데 오유 첫글이라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