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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1위, 김연우 6위 결과를 보면서...
게시물ID : star_61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속병쟁이
추천 : 32
조회수 : 258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1/05/02 09:48:53
이번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김연우라는 보컬에게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흡사 정교한 성악가의 기교를 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죠.

높은 고음역에 다다라도 그의 발성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고 부족한 호흡을 잡기 위한 몸부림도 없었습니다.

곧은 자세 그대로 호흡을 부여잡고 간단하게 고음역대를 소화해 버리더군요.

마치 씨디를 그대로 재생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그의 기교는 완벽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6위를 했습니다.


반면, 임재범씨의 노래에는 '틀린' 점이 많았죠.

음정이 어긋난 부분이 곳곳에 존재했고, 프레이즈 말미에서 호흡을 짧게 끊는 것도 촌스러울 법했습니다.

또 도입부나 전개부분에서 숨소리가 마이크에 거친 음을 발생시킬 만큼 급작스러운 음들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청중평가단으로부터 1위를 얻었습니다.


저는 이 결과가 나름의 탄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연주회를 좋아하는데 클래식 음악에서 음반 작업과 라이브엔 분명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음반이 틀리지 않기 위한 작업이라면 라이브는 청중과 교감하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발달된 음원 기기와 저장 방식이 순간의 예술인 음악을 본질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까닭도 음원 기록을 위한 음악과 라이브 음악 간에 존재하는 괴리에 있습니다.

(박정현씨가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주는 모습 역시 틀리지 않기 위한 노래보다는 라이브 연주에 가까운 것이라고 봅니다.)


라이브(Live)란 말에는 살아있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순간의 예술인 원시적 음악에는 미술 등과 달리 그것을 담아둘 매체가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순간의 감정 공유라는 독특함을 지닌 원시적 음악의 본질에 가까운 것은 역시나 소위 말하는 라이브 음악일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라이브 음악이란 두 번 다시는 그 순간의 음악을 들을 수 없고 같은 감정의 같은 음을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상황과 분위기 아래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표현인 것이죠.


임재범씨의 이번 무대는 청중과 높은 교감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의 이번 노래에서 저를 감동시킨 부분은 곡의 절정부가 아닌 도입부였습니다.

곡 도입부가 마치 절정부인 듯한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대부분 가수가 곡에 담는 감성은 곡의 형식과 일치하여 도입부로부터 절정부에 이름에 따라 더욱 격해지고 또 몰입도가 상승하기 마련인데 이번 임재범씨가 들려준 노래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곡 도입부에서 몰입도가 이미 최고조에 이른 듯 했습니다.

그는 도입부에서 음정에 사로잡힌 노래를 한다기 보단 흡사 눈 앞에 있는 이성을 향해 방백 혹은 독백을 하는 듯 했습니다.

2번째로 돌아온 도입부에서 임재범씨는 울먹이기까지 하더군요.


이것이 오늘 무대에서 임재범씨가 보여준 최고의 무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청중들은 이미 도입부에서 감정의 펀치를 맞아 버렸고 몰입해버렸기 때문에 절정부에서 그가 음이탈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노래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곡의 도입부와 절정부가 뒤바뀌어버린 기묘한 감정 몰입의 방식이 청중들을 사로잡아 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음악이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리를 택한 '예술'이란 점을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봅니다.

예술에 높은 표현력이 담보됨에도 불구하고 '틀린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죠.


임재범씨가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에 저는 이런 면에서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충격에 사로잡히게 했던 김연우란 가수의 다음 노래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김연우란 가수가 6위를 받았단 사실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가 고작 겨우 꼴찌를 면할 만한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김연우란 가수의 실력에 놀라고 임재범이란 가수의 매력에 빠져버린 나는 가수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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