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화재가 난 적 있습니다. 그때의 사고로 집에 있던 초등학생 애가 심하게 화상을 입었어요 특히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습니다 얼굴 전체가 화상자국으로 일그러지고(그래도 진물이 나오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머리카락도 없습니다.... 그 아이 엄마도 조금 화상을 입으셨구요
저는 그 아파트에 꽤 오래살아서 화재난 것도 봤었습니다... 그때는 연기올라오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누가 다친 줄도 몰랐었어요 하지만 그 화상을 입은 어린애는 한번도 밖에서 울지도 않았습니다 매번 친구들과 놀고 있었거든요
단지 내에 롤러브레이드 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맨날 친구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두명이 아닌 대여섯명 이상이요 늘.
그 애 성격이 원래부터 소심하고 조용한 편이라 머뭇대면 친구들이 화상자욱이 남은 팔을 잡고 이끌어줬습니다 늘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아이었지만 애들이 놀리거나 괴롭히거나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인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졌습니다 우리 아파트의 자랑거리로 생각되기도 했구요 늘 웃으며 뛰어다니는 그 아이 모습이 좋았습니다 제 눈에도 화상자국 같은건 별로 들어오지도 않더라구요
언제 한번 날아온 축구공을 주워줄때 대화를 해봤는데 "누나 공 좀 주세요" 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쾌활한지 주머니에 있던 사탕이랑 공을 손에 쥐어줬어요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던게 그 주변 아이들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대한다는 거였어요 그 친구들이 그 아이를 측은하게 여기고 무조건적 배려만 했다면 슬프게 느껴졌을수도 있을거예요
하지만 아파트 단지내 누구도 그 아이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고 저도 친구들이 잘해주니? 힘내렴 이란 말보다 축구공에 맞을뻔했잖아 이놈자쉭아! 가 먼저 나올 정도였습니다 ㅋㅋㅋ 순진한 그놈 사과에 사탕을 주긴 했지만요
저는 그 애가 계속 자신의 화상자욱같은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좋은걸 생각해도 머릿속이 꽉 찰 테니까요
참 저 이야기는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규 2000년대에 있던 이야기에요 시골도 아니구 대도시구요 ㅋㅋ 요새 무서운 이야기들만 많은데 아직 살만하단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