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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뜨고 지는 과정 - 쉬어가다(1)
게시물ID : readers_61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군청학사
추천 : 0
조회수 : 22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1/28 16:11:56

혹시 당신은 피가 날정도의 매서운 바람과 눈발을 맞아본 적이 있는가? 길을 걷던 동물조차 얼어서 죽어버리고 마는 극한의 추위와,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쏟아부어버리는 눈발, 그리고 그 사이로 타고 들어오는 바람들이 서로 부딪혀서 만들어 내는 괴기한 소리가 더해지면 온 몸에서 피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난 피를 먹는 망령들이 알란트리어 산맥에 산다고 카프셰들은 믿는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카프셰는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야 알란트리어 산맥에 가지를 않는다. 애초에, 그 광활한 카프셰리아 반도에서 뛰어 놀기에도 바쁜 자유성을 지닌 수인 종족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지금, 한 남성은 죽을힘을 다해 이 인적 없는 산맥을 오르고 있다. 망토를 겹겹이 둘러싸서 괴상한 소리를 내는 바람이 몸속을 파고드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애를 쓰면서, 높디높은 경사를 양손으로 붙잡으면서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그 모습은 흡사 전사의 그것과 비슷했다. 그의 굵은 팔뚝이 그의 기개를 대변하는 듯 했다.


한참을 절벽을 기어 올라가던 그는 이내 사람 한명이 간신히 앉을만한 곳을 발견했다. 그곳에 그는 돗자리 같은 것을 펴고는 아무 바람막이 없이 그냥 걸터앉아서 경치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주머니에서 두하니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강렬한 바람도 두하니를 피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바람은 남성에게서 두하니를 낚아채어 달아나 버렸다. 도망가는 바람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절벽 밑으로 침을 뱉고는 무어라 툴툴대면서 자그마한 마법진 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쭈그려 앉아서 바닥에 낙서하듯이 마법진을 그리던 그는, 이내 그리기를 멈추고 그곳에 날숨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방어막 하나가 그의 몸을 둘러 감쌌다. 흥미롭게도 남성은 마법을 다루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마법을 할 줄 안다면 이런 험준한 산맥을 멍청하게 넘어서 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는 분명 생태를 조사하러 온 페렌딤의 국경관리인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앉아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눈 내리는 경치만 바라보던 그는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다시 벌떡 일어나서 몸을 툭툭 털었다. 그러자 그를 감싸던 방어막은 이내 사라지고,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절벽을 타고 산을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산을 오르기를 반나절. 어느새 구름 사이로 부끄럽게 모습을 보이던 야베도 그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알란트리어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밤이 찾아왔다. 다행히 남성은 산 중턱의 평야지대에 도착해서 야영지를 하나 지었다.


그 누구도 알란트리어 산맥에 오지를 않았던 탓인지 이 산맥에는 온갖 괴기한 녀석들이 살고 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가까이에서 보면 눈동자가 이상하게 크고 흰자위가 없는 슈킴이라는 녀석이라던가, 제 몸에 스스로 피를 내 그 피로 영역을 표시하고는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그 어떤 녀석이라도 공격하는 그쟉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녀석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들이 활동하는 시간대는 대부분 저녁이었다.


남성은 그것을 잘 아는 듯 꽤나 여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텐트를 단단히 치고는 그 텐트 밖에는 각종 마법진들을 무작위로 배치한 후에 호기심을 부를 수 있는 불을 끄고는 텐트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불빛을 손에서 꺼내서는 텐트 꼭대기에 달아놓았다. 하지만 그런 준비를 하고도, 알란트리어의 불청객들은 얌전히 넘어가 주지는 않았다.


완전한 칠흑의 어둠이 산꼭대기를 덮자, 야만 카프셰들이 그 날렵한 모습을 드러냈다. 카프셰라고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문명 카프셰들이라면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데, 이들 야만 카프셰는 어디 동굴 속에 숨어 살다가 문명을 보지 못한 탓인가 말도 못하고 그냥 보이면 먹는 동물과도 같은 녀석이었다. 다만 도구를 사용할 정도의 지능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이 위험한 것이었다.


그 녀석들은 어디선가 통나무를 잔뜩 들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남성이 있는 곳을 향해서 통나무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 통나무가 마법진에 닿을 때마다 온갖 굉음을 내면서 터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통나무를 굴렸다고 판단을 한 야만 카프셰는, 이내 괴성을 지르면서 남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꽤 위험한 상황인 듯 했다.


근처에 있던 모든 카프셰가 그가 만든 방어막에 달라붙어서 방어막을 미친 듯이 깨부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방어막이라도 강인한 카프셰의 그 힘에는 견디지 못하고 부셔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조각이 땅에 떨어진 순간에, 거대한 불기둥이 바닥에서 솟아 순식간에 야만 카프셰들을 통구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는 텐트 속에서 나와서 몸을 툭툭 털면서 주변을 확인하고는 이내 안도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는 아무래도 한 가지 놓친 점이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는 항상 눈이 오고, 산의 경사가 급해서 눈사태가 자주 난다는 점 말이다. 하물며 온갖 폭발에 거대한 불기둥까지 만들었으니, 당연히 눈사태가 올 터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가 재정비를 한창 하던 때, 우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눈사태는 그를 덮쳐버렸다. 아마도 즉사가 아니었을까?


나는 나무 위에서 내려와 그가 묻혀버린 눈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짧게 애도를 표했다. 이렇게 오늘도 한 생명이 슬픈 죽음을 맞이했구나. 미헤일러스의 품에서 편안하기를.

 

그 순간, 차가운 무언가가 내 발목을 잡았다.

 

“으악!?”

 

놀라서 번쩍 뛰어올라가려 했으나 발목이 잡혀있어서 이내 눈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리고 눈 속에서 내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이 점점 손목, 팔, 그리고 이내는 얼굴까지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 남성이었다.

 

“산 사람한테 죽은 자의 예를 표하면 쓰나? 허허.”

 

그의 손을 걷어내어 버리고 경계하는 나를 보면서 그는 다시 말을 꺼냈다.

 

“혹시 이 근처 사나? 영 추워서 말이야. 좀 쉴 곳을 찾고 있다네.”









급하게 가야될 곳이 있어서 일찍 업로드 했습니다.


드디어 네이버 연재분하고 주기를 맞추게 되겠네요.


귀하신 시간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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