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서든 토론에서든 일상생활에서의 말싸움에서든
종종 저런 얘기 하고 듣잖아요? '그런 얘기, 당신이 할 자격은 없다'
이 말은 말 그대로 주장의 판단여부를 가리기 전에 상대방의 자격을 거론하는 건데
정작 토론에서는 이 말로 주장 그 자체까지 무력화시키는 별로 좋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것 같더라구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촉매체 역할을 한게 '썰전' 방송에서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해
이철희 소장님, 강변 두 분이 싸우고 계시는 상황을 볼 때였어요.
강변이 '새정치의 내용을 이제서야 겨우 밝혔는데 그 내용이 민생이란다. 이걸 수용할만한 국민이 몇이나 있겠느냐?'라고 하자
이소장님이 '정의는 추상적으로 내리는거다. 그리고 지난 10년동안 민생이 어땠냐? 강변이 국회의원일 때 민생해결 했냐?
그쪽이 그런 말 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 때 제가 든 생각은 '그래. 강변이 자격이 없다 치자. 그럼 저 문제에 답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물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거냐?' 였어요
일단 저는 썰전을 보면서 대부분 이소장님 의견에 동의했었지만 저것 만큼은 강변에 동의했거든요.
안철수가 새정치라는 슬로건을 작년 대선에 내걸었고 지금에서야 그 답을 내놓는 과정이라면 제가 보기에
작년의 '경제민주화' 급의 무게감과 방향성과 확실한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민생이라니...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그간의 토론에서 저 말이 나왔을 때를 기억에서 되새겨보니
주장의 지위는 건들지 않고 주장자의 자격만 건드렸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얘기, 당신이 할 자격은 없다' 이런 말... 토론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 말일까? 상대방을 꺽기 위해서 남용되는 말은 아닌지,
토론을 통해 무엇이 옳은 방향일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과연 필요한 말일지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