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19금]여자들은 왜 꽉 끼는 작은 팬티를 입을까
게시물ID : fashion_48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4
조회수 : 31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26 20:48:49
읽으시기전에 본 기사는  여성들의 패션에 관해 저술한 책에 관한 서평입니다보시기에 불쾌한 단어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서평]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여자 생태보고서 <진짜 여자가 되는 법>

여자들은 화장에 많은 공력을 들인다. 바쁜 출근길에 차 안에서 화장하느라 여념이 없는 여성 운전자를 보는 일은 낯설지 않다. 아침은 못 먹어도 화장은 하는 게 여자들의 철칙이다. 적어도 내 아내만 놓고 본다면. 

성형수술에 대한 여자들의 관심은 어떤가. 졸업한 제자들이 학교에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데 가끔 당황스럽다. 내 제자 '갑숙'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그 젊은 여자에게서 '갑숙'이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대한민국의 성형 기술에 혀를 내두른다.

매끈한 팔다리나 '개미 허리'에 대한 집착도 대단하다. '살쪘다'는 말은, 스스로를 가꿀 줄 아는 센스 있는 여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말이 된 듯하다. 내가 보기에 전혀 뚱뚱하지 않은 우리 반 아이들도 습관적으로 '살쪘다'는 말을 내뱉는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여자들은 원래 화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족속으로 태어난 걸까. 성형수술이나 체중 관리로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여성'이라는 자신들의 성 정체성이 어디로 달아나 버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새로운 여성주의의 차세대 '여신'으로 주목받는 저자 케이틀린 모란은 이들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진다.

만약 여자들이 남자들 대신 이 세계의 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면, 허벅지 때문에 이처럼 전전긍긍할 수 있을까? (418쪽)

이 책에는 여자라서 제대로, 또는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일상의 사소하지만 민감한 문제들이 담겨 있다. 여자들의 생리와 몸 곳곳에서 자라나는 털들, 팬티와 브래지어와 옷과 살의 고민과 어려움이 그것이다. 

저자는 여자들이 이들로 인해 겪는 말 못할 고민과 어려움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풀어놓는다. 이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나쁜 여자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나 '여신'이나 '뮤즈'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 유능하고 정직하며 예의바르게 살아가는 인간, 평범한 한 인간"(430)이 되는 길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시대의 진짜 여성주의가 무엇인지, 저자 자신의 말대로 "공격적인 여성주의자로"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말하고자 한다. 

그나저나 여자들의 음모와 팬티가 어떻게 여성주의와 관련된다는 걸까. 저자는 음모나 팬티와 관련해서, 여자들에게 "사소하지만 멍청하고 짜증스러운 일들"(26쪽)이 매일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 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여자들의 평정심을 깨뜨리고, '깨진 창문'처럼 여성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빈 건물의 유리창 하나가 깨진 채로 수리되지 않고 방치되면 파괴자들이 더 많은 창문을 깨뜨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깨진 창문' 이론이다. 

저자가 보기에 여자들은 술에 완전히 취한 상태가 아니고서는 낙태나 화장품, 섹스 등에 관한 주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것들은 "21세기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경험들"(24쪽)이다. 당연히 여자들은 음모나 가슴이 자신들의 권리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저자의 입장은 구식 여성주의자들이 간과하는 이들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자는 데 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일까. 저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열세 살이 되던 해에 첫 음모를 발견한다. 그것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 저자는 아빠의 면도기를 이용해 위험천만한 제모 작업을 벌인다. 그 일은 석 달 동안 지속된 후 중단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몇 년 동안이나 나의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82쪽)

저자는 덧붙인다. 숫처녀인 열세 살 여자아이가 음모를 밀어버린다는 생각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딛기 전 애프터셰이브를 바르는 것만큼이나 우스운 일이었다고. 한 마디로 여자들의 팬티 속 사정을 보거나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팬티에 대한 여자들의 강박적인 집착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슷한 처방(?)을 내린다. 저자는 자신이 "런던 대화재를 48시간 내 진압 가능한 방화용 모포로 사용될 법한" 큰 팬티를 허벅지 위쪽에서 배꼽까지 걸쳐 입고 있다고 폭로(?)한다. 그러면서 '공격적인' 여성주의자들은 커다란 팬티를 입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외친다. 여성에게 커다란 팬티를 허용하라!

여성들은 정신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아무 때나 자신들의 '완벽하고 근사한 모습'을 검사받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여성들이 작은 팬티를 입는 까닭은 이런 팬티가 섹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잃을 것이 많은 생각이다. 숙녀 여러분, 작년 한 해 동안 당신에게 꽉 끼는 작은 팬티를 입을 일이 얼마나 많이 있었나? 다시 말해서, 당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밝고 환한 방에서 까다로운 성적 취향을 가진 상대방과 섹스할 일이 얼마나 많이 있었나?(141쪽)

저자의 말이 이어진다. 남자들은 섹스가 결부되어 있는 한 모든 피조물들을 용서한다고. 여자들의 몸에 팬티 대신 구멍이 난 빵가게 종이 봉투가 끼워져 있다고 해도 말이다. 한 명의 남자로서 말하건대, 남자들의 심리를 참으로 정확히 꿰뚫고 있는 말이다!

저자는 여자들이 (남자들처럼)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를 더 많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문제 삼는다. '있는' 것에 대한 여자들의 관심이 '여성성'에 대한 많은 것들을 '패배자'의 동의어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0만 년 동안이나 이어진 가부장제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현실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여자들이 진실된 태도로 '우리는 진짜로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나긴 싸움의 절반이 지나간 셈이라고 말한다. 남자들의 시선이 아니라 여자들 자신의 욕망과 기준에 따라 삶과 의식을 규정하라는 말일 터. 스스로를 '패배자'로 만드는, 여자가 되는데 필요한 정교한 기술들을 습득하려고 낑낑거리지 말라. 여자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 되자. 저자가 힘주어 강조하는 '진짜 여자'가 되는 방법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99896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