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7
도시락을 싸야했다.
도시락.
단 세글자에 담긴 무게는 엄청났다.
29살이 되도록
계란후라이, 라면 말고는
할 줄 아는건 뭐 하나 없었기에
도시락은 먼나라 이야기였다.
..
뭐,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김밥재료를 준비했다.
햄은 살짝 탔다 (사진으로도 보이는 저 까만자태)
밥에는 참기름을 넣었다
고소하게 먹으려 그랬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느끼하더라
.. 이렇게 하는게 맞나?
대충 어깨넘어 본걸 생각하며
밥을 눌러서 올리고
김밥재료를 차례로 올렸다.
참기름을 너무 넣어서 그런지 밥 색이 노랗다
그럴싸한데?
원래는 김밥 8줄 정도 싸려고 했는데
밥이 이상하게도 적었다.
밥양이 어느정도인지 잘 파악이 안되서
밥공기에 한공기 넣어보고 덜고 넣어보고 덜고 (큰그릇에 옮기기)
이러기를 4회 반복했으니
4인분은 나와야 하는데
딱 네줄 싸니까 밥이 모자랐다.
왜지??????
싸는 것 보다
김밥 자르는게 더 어려웠다.
김밥이 아니라 순대같네...
그래도 도시락인데
다양성을 주고자 유부초밥도 같이 하기로 했다.
나름 밥 색깔에 포인트를 주고자
흑 to the 미 투척 ㅋ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유부초밥은 한번에 많은 양을 우겨넣는게 아니라
조금씩 채우는거라고 하더라
한번에 넣으면 유부가 찢어짐 ㅋㅋ
헐.. 사진으로 보니 되게 안 예쁘다
(실제로는 더 안 예쁨 ㅋㅋ)
밥의 양이 적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원래는 밥을 조금씩 얇게펴서 김밥을 싸야 하는데
너무 두껍게 밥을 넣었기에
김밥이 옆으로 뚱뚱해져서 밥이 모자랐던 거였다 !!!
그래서 1회용 도시락통에 김밥이 꽉 차야 하는데
몇개 안 넣었어도 모자람 ㅋㅋ
센스있는 남자니까 후식도 챙기고 ,
간식으로 먹을
쥐포와 과자까지 챙겨넣으면 도시락 완성♥
깨알같이 젓가락도 챙겨주고,
비만 오지 말아라 했는데
비가 왔다.
김밥은 참기름 때문에 살짝 느끼했고
유부초밥은 밥에 소스(유부초밥사면 들어있는거)를 넣었어야 하는데
깜빡하고 안 넣었더니 별맛없음 ㅋㅋ
29살 첫 도시락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 하얗게 불태웠어...
+
엄마는
새벽부터 무슨 짓을 했길래
주방과 냉장고가 엉망이냐며 물었고
결과물을 보고
그냥 웃기만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