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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자게에 써도 되는거죠? 개인적으로 너무 당황해서..
게시물ID : freeboard_7106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람쥐여왕
추천 : 1
조회수 : 42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8/26 23:59:24
동생이 한때 일베에 몸을 담궜다는 사실을 이제야 처음, 바로 방금 접했습니다.
지금은 정치 관련 게시판? 에서는 완전 학을 떼고 유머물만 본다고 합니다.
 
사실 약간 불편함을 느낀 것은 작년 대선 즈음이었습니다.
정치토론 중 어쩌다 제가 일베에 대해 쓴소리를 했더니 "누나 혹시 오유하나. 오유나 일베나 다 쓰레기지"라고 하더군요..
요새 기사글 댓글란에 종종 보이는 '오유나 일베나'라는 말과 정말 똑같은 표현을 그때 처음 들었어요.
 
그땐 좀 의아해 했지만 그냥 가볍게 넘어가고 말았는데, 실제로 동생이 그 시절에 일베에 몸을 담고 있었던거였어요.
정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났어요(과장 좀 보태서). 왜냐하면 제가 동생 고등학교 시절에 근현대사를 직접 거의 다 가르쳤거든요. 역사 전공을 살릴 겸...
 
그런데 오늘 동생이 일베 말투를 쓰며 누나 반응이 궁금하다고 했을 때, 순간 제가 가르친 모든 역사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과, 저 나름의 역사 전공자로서 지녔던 자부심 등 그런 것들이 한 방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고 머리가 띵해졌어요.
비록 채팅으로 나눈 이야기였지만 제가 너무 깜짝 놀라는걸 본 동생은 이내 웃으며 장난이었다고 얘기하더니,
자신은 처음에는 좌편향이었다가, 일베를 접하면서 우편향이 되었다가, 지금은 그 중간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언급이 된 화제들이 이겁니다. 노알라와 쥐명박은 대체 뭐가 다른가, 자칭 진보라는 자들의 이중잣대가 혐오스럽다, 진중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병신이다 등등...
 
동생이 아무런 신념도 없이 이리저리 쉽게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겠습니다.
자기도 자기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자신의 신념을 찾고자 그런 행적을 보였던 것이라고도 최대한 노력해서 '이해'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냥 충격이었던건, 나름대로 잘 배우고 저와 함께 가벼운 정치얘기도 나눌 수 있었던 동생이 갑작스레 일베라는 사이트에서 히히덕 거리며 광주는...음......차마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네요. 하여튼 그런 얘기를 하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하는 정말 말할 것도 없고....
저는 정말 쟤가 아직도 역사에 대해 모르고 이상한 글을 주워듣고 저러나 생각하고 그냥 그러지 마라, 이러고만 말았는데 그게 사실은 정말 일베의 일원으로서 진심으로 했던 얘기였다는게.....네....아직도 머리가 띵하네요.
 
아직도 동생은 일베의 다른 유머게시판에서 활동하며 심지어 대학 동기들에게까지 알려주고 있다고 합니다.
동기들이 처음에는 자신을 백안시 했는데, 점차 그녀석들도 자기한테 "진짜 광주는 폭동이냐?"이렇게 질문하기까지 한다네요.
그런 얘기를 대체 저한테 왜 하는건지 모르겠지만...어쨌든 자기는 일베에 상주하는 사상도 없고 지식도 없고 선동당해서 뭣모르고 히히덕대는 쪼꼬딩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서 저한테 얘기하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얘기해봤자 서로의 견해차만 확실해 질 것 같아서 당분간은 서로 그런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하고 대화를 마쳤지만..
그래도 허무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일베는 참 무서운 곳이구나 하고.....
 
대한민국에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아픈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오늘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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