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비참한 모습으로 서서히 시들어가게 한 그 어떤 것의 존재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무사히 마친 샤워 끝에 무심코 눈을 감고 머리를 수건으로 터는 그 찰나에 너를 훅, 하고 치고 간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마치 위로 잠깐 당겨졌다 두 발이 겨우 땅에 다시 붙은 것처럼 기분은 이상하고 심장은 미친듯이 두근거리지. 그 불길한 두근거림은 박자로 다가오는 것이어서, 신나는 리듬과 마찬가지로 몸은 기억하고 있다. 예전처럼 속수무책으로 잠식당하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버겁고 앞으로도 평생토록 이리 버거울 것이다. 실은 전문가의 소견으로 직접 사형을 선고해 준 그 말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이상한 희망 같은 거, 예를 들면 확률이 똥망인 뽑기 게임에서 모종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그런 맥락으로다가 어떤 극적인 새로운 미래를 확실하게 꿈꾸지 않을 자신이 생겼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