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폭도 주장 이선교 목사, 재판선 "기억 없다"
제주지법, 4.3 유족 100명 2억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공판
2008년 11월 06일 (목) 12:15:56 이승록 기자
[email protected]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위원회에서 여러 단계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희생자로 결정한 제주 4.3 희생자 1만3000여명 전원을 '폭도', 정부에서 발간한 '진상보고서'를 가짜 보고서라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주장했던 이선교 목사가 정작 재판에서는 "그런 발언을 한 기억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홍동기 부장판사)는 6일 오전 10시 301호 법정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두연 회장 등 100명이 이선교 목사를 상대로 한 2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첫 공판에서 당사자인 피고 이선교 목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법무법인 영진의 이정석.조선규 변호사만 참석했고, 원고인 4.3 유족 80여명이 법정을 채웠다.
이번 재판을 무료 변론하고 있는 4.3유족측 문성윤 변호사는 "제주도민과 유족 등의 노력으로 4.3특별법이 제정됐고, 정부에서 4.3과 관련 1만3564명을 희생자로 결정했다"며 "하지만 이선교 목사는 지난 1월10일 외교안보포럼에서 진상보고서는 가짜고, 4.3위원회에서 희생자로 선정된 전원을 폭도라고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봉개동에 건립되고 있는 4.3평화공원도 '폭도공원'이라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또한 이선교 목사는 3월10일에는 제주도교육감과 제주도지사, 청와대와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원고들은 4.3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10살 미만이나 노인들로 한많은 삶을 살아왔는데도 이 목사는 폭도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고, 비록 이 목사가 원고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지만 폭도 발언으로 정신적 충격을 준 사실은 인과관계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손해배상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선교 목사측 조선규 변호사는 "이 목사는 기본적으로 원고 중 일부는 억울한 희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일부 원고에 대해서는 진짜 희생자인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지난 1월 외교안보포럼에서 4.3 희생자 1만3564명에 대해 '폭도'라고 발언한 기억이 없다는 게 이 목사의 진술"이라며 "인터넷신문 기사가 간접 증거로 있을 뿐으로 이 목사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의견표명에 불과하고, 원고들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조 변호사는 "제주도교육감과 인수위에 보낸 진정서는 밀봉상태로 공연성이 없으며, 이 목사는 4.3을 수십년간 연구해 온 사람으로 그의 주장이 진실하고 믿을만하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어 이는 4.3에 대한 공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다"며 "4.3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입장을 들은 후 오는 다음 기일을 오는 12월11일 오전 9시30분으로 잡고 30분만에 재판을 마무리했다.
이번 재판의 원고들은 전체 4.3희생자 중 10세 이하 어린이 희생자와 60~70대 노인 희생자의 유족들로서, 어린이와 노인들을 폭도로 매도한 이선교 목사의 주장에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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