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정상일 수 밖에 없었지. 그래서 소대장이랑 나랑 둘다 얼빠진 표 정으로 있을 때 내 무전기에 다시 무전이 들어오더라
"잡음과 뭔가 터지는소리가들리면서 ####,### 지역으로 후퇴한다."
나랑 3분대원10명+소대장 이등병 전부 얼어서 정신못차리다가 소대장이 키 낚아채서 수화자 누구냐고 물어보는데도 오로지 잡음과 총성과 터지 는소리랑같이 ####,### 지역으로 후퇴할테니 그쪽에서 합류하자고만 하더라.
소대장이 작전 지도 달라길레 지도꺼내주고, 좌표확인했는데.
아...ㅆㅃ 지금 쓰면서도 소름돋다.
지도상에 좌표확인하고 나서, 나 조카심각하게..무슨 병걸린 사람처럼 덜 덜떨면서 소대장한테 말했어.
"저...소대장님?"
"왜?"
"지도상에 좌표####,### 지금 3분대매복지, 그러니까 지금 저희가있는 곳인데 말입니다."
내 말에 너나할거없이 전부 다 비명지르면서 매복지에서 뛰쳐나가고 나 만 그자리에 얼어있었어. (ㅆㅃ생퀴들...전우애를 px에서 냉동이랑 바꿔처 먹은거 같았어...ㅜㅜ)
그러다가 무전이 또 들어왔는데
"당소###당소### 최초위치####,##에서 현위치####,###으로 합류완 료"
"반복한다. 최초위치####,##에서 현위치####,###으로 합류완료"
"현재 생존분대원 4명 속히 탄약과 인원지원을 바란다.
현재 파악된 적은 중공군 약 2개중대이다. 현재####,##지역은 중공군이 점령하였다.
속히 탄약과 인원지원을 바란다. 이상."
그 무전 듣자마자 무서운거고 나발이고, 바로 작전지도 꺼내서 최초위치 인가? 거기 좌표 체크해봤는데 ㅆㅂ...이거 확인하고 나 바지에 오줌 찔끔 쌌었어.
알 수 없는 무전에서 말한 그 최초위치는 처음에 소대장이랑 나랑 이등병 이랑 들어가서 꾸벅꾸벅 졸던 바로 그 전시투입벙커였었어.
만약 귀신이었다면 우린 그 안에서 귀신이랑 같이 있었던거지.
그 시간이 정말 나한테는 미칠거같은 시간이었어.
문제는 그런 무전이 들리고 아까 그 장소나 지금 이장소나 어쩌면 귀신일 수도있는 것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주위공기도 왠지 틀린거 같고, 발도 안떨어지고 입에서는 침까지 흐르더라.
근데 이번엔 새로운 무전이 들어왔어.
마치 영화가 진행되는것다는 착각이 들정도였어.
새로운 목소리로 들려온 무전내용은
"현재 이 무전을 듣고있는 모든 부대에게 알린다. 현재까지 파악된 적은 중공군인거 같다."
"반복한다. 현재까지파악된 적은 중공군인 것같으며 규모는 약 3개연대 이다"
"중대 규모로는 막을 수 없다. 함락직전이다.(잡음.총성 비명과 같이 들 렸어), 함락직전이다 이 무전을듣는 모든 부대에 알린다. 속히 지원을 바란다. 적의 규모는 약 3개연대이다. 중대병력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함 락직전이다. 속히 지원을바란다"
이윽고 한번 더 무전이 오는데
"이 무전을 듣는 모든 부대에 전한다. 난 1x연대8중대장 #$#대위다. 1x연대 8중대장 #$# 대위다. 미군들도 후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공군이 대대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8중대 총원19명 전선을 유지할 수 없다."
"반복한다. 난1x연대8중대장 #$#대위다 현재 이 무전을 듣는 모든 부대 에 알린다 중공군이 대대적으로 개입하였다. 미군들도 후퇴하고있다는 소식을 들 었다. 현재 우리중대는 괴멸상태이다. 현재 8중대 총원19명, 전선을 유지할 수 없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포위망을 뚫고 지원을 바란다."
한국전쟁 당시 잘나가다 갑자기 중공군이 대대적으로 침공하는 바람에 미군이고 국군이고, 모두 후퇴했던 그 뼈아픈 사건. 중공군으로 인해 포 위당해 전멸한 부대도 있었다는...
맞아. 1.4후퇴.
그러니까 지금 이 무전은 1.4후퇴직전에 어떤 중대의 이야기인거 같았어
마치 그 끔찍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지고있는 것처럼 무전 은 계속 들어왔었어.
무전기에 음성은 화를내기도... 누군가에게 빌듯이 호소하기도 하면서 자 신들을 구해달라는 무전을 계속 날리고있었어.
그러기를 수십 분... 난 그저 울면서 무전기의 내용을 듣기만하고 (왜 울었는지를 모르겠어. 갑자기 가슴이 탁 막힌것처럼 답답하고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눈물이나더라구)
그렇게 있기를 수십분... 최후의 내용을 듣고 난 울다가 쓰러졌었어. (내용을 미루어볼때 1.4후퇴가 진행되는 상황이었나봐 그러니까 날이 바뀌었단 소리지)
"현재 우리는 포위된 상태이다. 더이상 지원을 바랄 수 없는 처지이다. 8중대장 대위 #$# 학도지원병 $%$ 2등중사 @@@ 상등병 $$$ 일등병 &&& 이상 8중대 총원 5명은 옥쇄[玉碎]의 각오로 이곳이나마 사수하겠다. 현재 이 무전을 듣는 부대는 속히 퇴각하길 바라며, 우리는 계속 국군의 건승을 기원하겠다. 이상 1x연대 8중대장 #$#이하 4명...이상"
그 무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난 미친듯 소리내어 울다가 쓰러졌었어.
일어났을 땐, 대대 의무실이고 훈련이 끝난 상황이었더군. 그러니까 이틀을 그렇게 누워 있었던거야. 군의관은 탈진에 동상으로 그 랬다고 하더구만...
내가 쓰러지던 그 때 내 울음소리를 들은 소대장이 3분대장이랑 같이 왔 을때, 난 무전기를 끌어안고 쓰러져 있었다고 해.
작전지도에는 좌표 두 개가 그려져있고 그 위에 "잊지않겠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는데, 글씨체로봐서는 내가 쓴거 같았데.
그렇게 2주를 더 의무대에 있다가 상담하러 오신 행보관님한테만 그날 일을 살짝 이야기하니까 부대 연혁표를 보여주시던데 거기에 그사람들 이름이랑 그 중대장 사진 이 있더라고...
참...얼마나 눈물이날려던지...
그후에 의무대에서 퇴실한 그 날 바로 px가서 냉동(군인이니까...)이랑 먹거리 몇 개사서 부대막사 뒤쪽에 간 담에 그 날의 그 산이 보이던 방향 으로 음식놓고 속으로 빌면서 절하고 했었어.
그러고 한 한달 뒤였나?
새벽 탄약고근무가 있어서 나갔는데 그때 심심해서 fm이랑 am 다 수신되 는 라디오 들고 갔었거든.
fm듣다가 지루해서am으로 바꾸고 이리저리 돌리다가 그 날의 그 목소리 를 아주짧게 잠깐 들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