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아들녀석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말로는 아이한테 대학을 가든 말든 네가 하고싶은 걸 해라 말하지만 나도 모르게 입시제도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난 수능 1세대로 (200점 만점 7월, 11월 두번 시험) 어쩌면 수능 덕에 들으면 알만한 in서울 4년제 갈 수 있었다. 사교육 없이 자정까지 학교에서 야자하고 주위에 공부 도와주는 사람없이 혼자 공부했다. 그래도 그 땐 혼자 그렇게 열심히만 해도 어떻게든 길이 있었다. 내 주위에 개인과외 받는 애들이 몇 있긴했지만 대부분 2년제 합격이 가능할까 싶은 성적 하위권 학생인 걸로 기억한다. 학원? 반강제인 야자때문에 갈 수도 없었다. 학원간다고 야자 빠지겠다면 학교에서나 제대로 하란 말이 나왔었다. 야자 빠질 수 있는 건 레슨을 받으러 가는 음대,미대 등 예체능계뿐. 방학 때도 내내 보충과 자율학습. 토요일도 방과 후 저녁 전까지 지율학습. 일요일도 자율학습 희망자를 위해 도서실 개방.
그게 벌써 20년 전 일인데 지금의 학생들을 보노라면 우리보다 더 힘들어보인다. 왜 더 나아지지 않고 있지? 겉으론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실상은 수험생은 물론 대학입시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초등학생들까지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 않은가?
NEAT인가 뭔가 한다고 할 때 초등학교부터 난리도 아니었는데 결국 안 가 왠지 폐기될 거 같아 신경 인 쓰고 있었는데 정말로 폐지되어버렸네?
국사 필수가 되었다는데.. 아이들에게 역사를 배우게 하는 거 당연한거고 좋은거다. 국사가 수능에서 필수가 되는 것 언뜻보면 엄청 바람직하게 보이는데 뭔가 놓치는 건 없는지...
만약 왜곡된 역사를 그대로 가르치고 그걸 시험에 낸다고하면 어쩌지? 과연 아이들이 배우고 익혀야하는 국사 교과서의 내용이 충분히 객관적이고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음을 장담할 수 있을까?
막말로 쿠데타가 혁명으로 바뀌면 문제집이며 모의고사며 모두 그렇게 다 바뀔거다. 학생들은 그게 시험에 나올까봐 그렇게 외울거고..
나의 전공특성상 역사가, 특히 현대사와는 불가분의 관계였는데 새내기때 내가 고교때까지 배웠던 내용과 다른 것이 너무 많고 몰랐던 것이 너무 많이 나와 어찌나 당황스럽고 배신감을 느꼈었던지.. (난 고교때 까지만 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소위 빨갱이인 줄 알았다. 박통이 최고의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았음을 대학가서 알았다)
내 경우는 대학을 통해 나의 잘못된 앎을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그런 기회를 못 만난 사람은 대부분 고교때 배운 역사를 평생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살아야할 지도...
수능에 국사를 필수로 하되 교과서엔 전혀 문제가 없는지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의식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부터 확인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