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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교도의 춤
게시물ID : lovestory_616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악!내눈!
추천 : 2
조회수 : 68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1/29 15:31:27
지금부터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이야기다.
어떤 왕국의 조그만 마을에 한 남자가 흘러들었다.
남자는 그 마을이 마음에 들어 조그만 집을 사들여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 남자에게 마음을 열려 하지 않았다.
남자의 생김새며 사용하는 말이 마을 사람들과 전혀 달랐고,
더구나 남자가 마을 사람들이 믿는 종교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정체를알 수 없는 그 남자가 무서워 멀리했다.
남자가 마을에 살기 시작하고서 스무번째로 맞는 일요일,
마을 사람들이 기도를 끝내고 교회에서 나오자 교회 앞 광장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마을 사람들을 소리 없이 바라본 후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몹시 놀랐지만 남자의 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두 팔을 좍 벌리고 춤추는 남자의 모습이
마치 드넓은 하늘로 자유로이 날아오르 독수리 같았다.
두 발로 대지를 차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바다 속을 우아하게 헤엄치는 돌고래 같았다.
남자의 몸은 마치 중력에서 해방된 것처럼 자유롭고 압도적이었다.
남자가 춤을 끝냈을 때,
광장을 가득 메운 마을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성을 그에게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마을 사람들은 남자를 받아들였다.
남자에 관한 소문은 어느 틈엔가 먼 마을까지 퍼지고,
그 춤을 보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남자가 사는 마을로 몰려들었다.
남자는 변함없이 그저 묵묵히 춤을 추었다.
남자가 마흔다섯번째 일요일을 맞았을 때 질투심 많은 왕의 귀에도 그 소문이 흘러들어갔다.
왕은 부하에게 명령했다.
"이교도의 두 다리를 절단하라."
부하는 왕의 명령에 따라 남자의 두 다리를 잘랐다.
마을 사람들은 남자의 춤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고 비탄에 젖었다.
그러나 일흔번째 일요일을 맞았을 때,
두 다리를 잃은 남자는 다시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ㅡ.
 
-중략-
 
"남자가 마을에서 맞는 일흔번째 일요일, 두 다리를 잃은 남자는 다시 광장에
모습을 나타냈어.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두 팔과 두 손과 양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지. 그 춤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어, 이번에는
왕의 부하가 두 팔을 싹둑 잘라버리고 말았어. 그런데도 백서른번째 일요일,
남자는 목을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목으로 춤을 춘 거야. 그리고 끝내 왕의 부하가
남자의 목까지 처버리고 말았는데, 땅으로 구르는 남자의 목을 본 마을 사람들,
놀라서 비명을 질렀지. 남자가 리듬을 바꿔가면서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
눈으로 춤을 췄던 거야. 하지만 그 춤은 오래 가지 못했지. 그리고 남자는
두 눈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갔어. 남자의 육체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지만,  남자의 춤은 마을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그 후에도 오래오래
이어져내려갔대."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야마시타가 입을 열었다.
 
"그 왕하고, 왕국은 어떻게 됐는데?"
"나도 리틀 중사한테 같은 질문을 했었어. 그런데 리틀 중사는, 왕과 왕국이
어떻게 되었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왕과 왕국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훌륭한 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담고 있는 액자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러는 거야."
 
히로시는 내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부드러운 눈길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리틀 중사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작별인사를 했어. 너는 고된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아 좌절하는 일도 있겠지, 라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는 세계와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느끼면서
히로시의 마지막 말에 귀 기울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추는 거야."
 
-Revolution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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