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시청자‘무시’위원회를 만들어라!!
제 24기 시청자위원회 명단이 공개됐다.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KBS 시청자위원회가 시청자 대표성을 상실한 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 시청자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시청자위원회는 만들어도 되고 안 만들어도 되는 회사 부서가 아니라 방송법에 의거,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는 법리단체다. KBS의 편성에 대한 의견, 시정요구를 할 수 있고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회사는 이를 수용해야 하는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청자위원회를 이런 식으로 구성해놓고 KBS의 법적 책무를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시청자위원 되려면 보수우익단체 가입하고 새누리당 공천 신청해라?
지난 23기 시청자위원회만 하더라도 진보진영 인사가 구색 맞추기라도 한두 명은 끼어 있었으나 이번에는 최소한의 균형도 내던진 채 보수우파, 여당 인사들 위주로 구성됐다.
전성민 위원(변호사)은 ‘학부모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사무총장인데, 이 단체는 그동안 전교조를 거세게 비난해왔고, 일부 지부는 2010년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또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서울 동작갑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전력이 있다.
배상윤 위원은 최근 경제민주화와 반값등록금 등의 반대 운동을 해 온 보수단체인 ‘참개인가치연대’와, ‘NLL 영토주권포럼’의 사무총장이다. 그 역시 한나라당 서울 시의원을 지냈고, 2010년 6.2 지방 선거 때 서울 양천구청장 한나라당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황의원 위원은 극우논객 변희재 씨가 대표로 있는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의 팀장이고,역시 변희재 씨가 대표인 ‘미디어워치’의 편집부장이다. ‘미디어워치’의 편집국장인 이문원 씨가 2009년부터 2년간 시청자위원을 연임했었는데, 또 다시 변 씨의 측근이 시청자위원이 된 것. 이런 극우 성향의 단체 관계자들이 어떻게 4년 사이 3번이나 시청자위원이 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들 외에도 시청자위원들 면면을 보면 각계각층을 균형 있게 대표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역대 가장 편중된 시청자위원회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수신료 인상 위한 거수기 위원회?
지난 7월 22일 열린 23기 시청자위원회에서 수신료 인상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4명의 위원 중 2명이 연임을 신청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사측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수신료 인상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배제시켜 거수기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듣기 좋은 말 하는 사람만 모아 놓으면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반감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수신료 현실화 추진에 대한 시선이 가뜩이나 곱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길환영 사장의 자리 챙겨주기?
이번에 선임·유임된 15명의 시청자위원 중 강대영 전 부사장, 김지문 전 위성방송국장,이상여 전 라디오 드라마부장 등 3명이 KBS 출신이다. 부사장까지 했던 사람이 시청자위원이 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이렇게 많은 KBS 출신 인사들이 시청자위원이 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퇴직사우들 사이에서 길환영 사장의 인기가 올라갈지는 모르겠으나 외부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한다는 시청자위원회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 길환영 사장은 간부자리 늘려주고 온갖 부적격 인사들 감투 씌워줘 인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더니 이제 시청자위원 자리까지 선심성으로 남발하고 있다.
정치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수뇌부들만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 KBS는 공적(公賊)으로 몰려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KBS는 정권의 푸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과의 소통에 노력해야 하고, 그 작은 통로가 시청자위원회지만 이마저도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시청자들을 자꾸 적으로 돌려버리고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2013. 8. 28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돌아 버리겠네요
일베 인증한 변씨가 운영하는 미디어워치의 직원들이 시청자 위원회였다니 충격적입니다
미디어워치는 알다시피 뉴데일리에 버금가는 찌라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