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분대에 온 이등병...>
때는 바야흐로 전역을 3주정도 (3주중에 15일이 휴가.../4박5일/9박10일/ 저희는 휴가를 붙여주지 않았습니다.ㅠㅠ) 남은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이 나고 무릎이 시리다는 그고비의 시간 1분이 1시간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총이 무섭고 관물대 위에 있는 하이바가 떨어져 내 머리가 깨져 버리면 어쩌나 노심초사 하던 시절.....
GP투입 철수를 마치고 휴가를 떠난 2소대의 한 병아리가 우리에게 온 그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저랑 2주차이 나던 김모 병장이 말년부대로 투입이 되고, 휴가는 나중에 몰아서 써야 제맛이기에 그는 우리와
남은 군생활을 하게될 동방자이자 반려자가 되기로 하던 그날!!.. 2소대는 룰룰랄라 세상 다 가진 기분으로 그렇게
휴가를 떠나고 조용한 중대 막사로 ... 그분이 등장하셨습니다..
보급관님의 눈치를 슬슬 살피며 오늘은 어떤작업을 할것이며, 운없는 놈은 어떤 작전으로 불려 나가 하루를 보내게 될지 판가름 나는 복불복의 시간.. 우리는 그 시간을 '운명의 시간' 이라고 불렀습니다.. 내무실에서 뒹굴뒹굴
한글자 한글자 정독을 하던 맥심을 뒤척이기도 하고.. 오늘은 부식이 뭐없나 괜히 행정반가서 기웃기웃거리며
그렇게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던 .... 바로 그때 보급관님이 저희 막사에 왠 아저씨를 대리고 오시더니..
"야 . 오늘부터 2소대에 전입온 이등병이다. 2소대는 휴가 떠났으니까. 너희가 잘 배려하고 격려해서 빠르게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더블백 정리해서 관물대 정리정돈 확실하게 도와주도록."
"네 알겠슘댜"
그렇게 우리는 그동안 신교대에서 고생하고 돌아왔을 그분에게 적극적인 관심 그리고 철두철미하게 A급을
만들어 꼭 2소대에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다짐하며 우리의 식구로 받아드렸습니다.
일단 더블백 정리에 앞서 물어볼게 많으니 담배를 피러 나갑니다.. 우리의 친절과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그는
웃지 않습니다.. 신교대에 있을때 간절하고 간절했던 담배의 한모금.... 그 한모금에 소중함을 알기에 우리는
신속정확하게 그에게 담배를 물려 드립니다.
' 물론 그분의 취향에 맡게 사회에서 피셨다던 던힐로 손가락에 꽃아 드리는건 잊지 않았습니다. 그분도
잠시나마 군대 보급품이 아닌 사회에서의 향수를 느낄수 있도록 배려 해주어야 하니까요'
담배에 불을 붙여 주고 한모금 맛깔나게 흡연하는걸 보고 흐믓해 합니다. 하지만 정자세로 허리 꽃꽃히 세우고는
주먹을 말아쥔체로 불안하게 앉아있는 폼세가 불편해 보입니다. 아까운 담배를 한모금만 마시고는 그렇게
절반이나 넘게 그냥 자연발화시켜 버리고는 묵묵히 전방주시만 합니다.. 우리가 불편한가 봅니다..
우리끼리 일단 의논하기로 합니다.
오징어(작성자): "야 산낙지야 니가 무섭게 생겨서 불편해 하잖아 좀 웃어라"
산낙지(병3 물): "저 말입니까? 오징어(병장 아저씨)병장님이 그런말 할 처지는 아니지 말입니다 ㅋㅋㅋ"
오징어 : "ㅋㅋ낙지야 니 얼굴은 무기야 살인무기. 자다가도 니 얼굴 보면 무서워서 깬다고 안그러냐 쭈꾸미야?"
쭈꾸미(병3말):" 전 맨날 보던 얼굴이라 모르지 말입니다ㅋㅋ"
이렇게 이야기를 하던 우리세명은 이등병 아저씨를 처다봅니다.. 평소 산낙지 놈하고 비교를 받던 내 얼굴을
오늘은 꼭 판가름 내겠다는 의지의 눈빛으로 이등병아저씨에게 최대한 자상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이등병아저씨의 눈빛은 어린양과도 같았고 불안한 눈동자의 흔들림은 떨리는 그의 심박동수를 표현이라도
하듯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 눈빛이 정말 안쓰럽지만.. 그의 불안함보다 첫인상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기에
질문을 거두지 않기로 합니다. 궁금하니까요..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굴리던끝에 그는 산낙지 그리고 쭈꾸미.............그리고 저.... 이렇게 순위를 매겨 줍니다.
분명 제가 전역날짜가 얼마 안남았는지 알고 있었을겁니다. 아니지... 제가 자상하고 인자한 눈빛을 보내주었기에
배려심 많은 사람이라 이해해 주리라 믿으며 저를 3위로 주었을겁니다. 전 그렇게 믿고 .. 이등병아저씨에 대한
원망을 약 3초간 하고.. 또 다른 재밋거리를 찾습니다..
그렇게 담배를 다 피고 3인방은 이등병아저씨와 함께 더블백정리및 관물대 배치를 위해 내무실로 다시 들어갑니다. 일단 더블백을 풀러 다 내무실바닥에 투척합니다. 지독한 양말썩은내와 지저분한 군복 및 내복이 추운날씨에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를 상상하게 합니다.. 일단 보급관님이 행정실에 안계시는걸 창문너머로 파악한후에
제빠르게 계원 부사수를 부릅니다. 큰일이 났다고... 부랴부랴 내무실로 찾아온 부사수에게 관물대 정리좀 도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계원 부사수는 일병이였는데 사람이 착해서 저희를 잘챙겨 주었습니다.. 어쩌면 그도 잠시
나마 우리를 도와주며 쉬는걸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 중대내에서 계원이 제일 힘들고 안쓰럽고 불쌍했던거 같습니다. 보급관님한테 치이고
중대장님께 치이고...전화만 받았다 하면 자꾸 어디론가 불려 가는데 갔다오면 .. 양손에 서류 몇장 들고는 먼산을
바라보며 담배한대씩 피던데... 이유는 묻지 않습니다.. 그 분만의 프라이버시니까요.
아무튼...그렇게 이등병은 우리에게 왔습니다. 점심시간쯤..!!
그간 고생하고 온 이등병에게 자대배치 첫 점심을 짬밥을 먹일수는 없기에 라면을 끓여주기로 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전기밥솥으로 하는 라면은 ...정말이지 꿀맛이고 그 안에 투척된 스팸과 치즈는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진귀환 음식이리라.. 라면을 끓이는동안 가위바위보를 해서 패배한 병장 두녀석을 취사장에
보냅니다. 이등병에게 라면만 줄 수는 없고 말아 먹을 밥과 김치.. 그리고 식단표를 확인한 결과 점심메뉴에
고기반찬이 있었기에 무조건 투입시킵니다.
라면이 익기전에 병장 두녀석은 락엔롹에 눌러넣은 김치와 밥을 가지고 옵니다. 그래서 고기반찬은 왜 안챙겨
왔냐고 물어봤더니 .. 반찬이 별로 였다고 합니다.. 이상하다고 싶어서 내무실에 걸려 있던 식단표를 확인하니
한달전꺼 입니다.. 왜 아직도 붙여 있는지 잠시 1초간 고민을 하고 잊어 버리기로 합니다. 라면을 먹어야 하니까요. 나중에 계원에게 이번달 식단표를 달라고 하면되겠지만 곧 잊어 버릴게 분명합니다.. 아쉬운놈이 고쳐줄걸
알기에....(전역할때까지 그식단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보급관님 지시사항으로 정해진 작업을 하러 가야 하기에 .. 당직을 서고 뻗어 있는 병장아무개 옆에
메트릭스를 깔고 이등병을 재워주기로 합니다. 그동안 신교대에서 고생했었으니까요.. 물론 내무실에 2소대에서
근무 했던 김모병장을 이등병과 함께 있으라고 작업열외 시킵니다. 이등병은 혼자있으면 안되니까요..외로우니까
일주일이라는 적응기간동안은 편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추운날씨에 밖에서 작업을 하고 돌아왔더니 춥고 배고프고 산그지가 따로 없습니다. 6시가 넘어서야 겨우
작업이 끝났습니다. 말년분대는 일과와는 상관없이 작업량이 끝나야지만 복귀할수 있는 보급관님의 말년분대
운영방침에 따라 우리는 그렇게 내무실로 복귀했습니다. 그지꼴로 내무실로 복귀하고 혹시라도 누가 괴롭혔을
수도 있으니까 이등병의 행방을 살핍니다. 다행히 2소대 김병장이 잘챙겨 주고 있었나봅니다. 다정하게 누워서
tv를 같이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워있는 모양새가 꼭 목석마냥 경직된 상태로 편안해 보이지가 않는겁니다.
차렷자세로 누워는 있는데 고개만 tv쪽으로 돌려 있는 모양새가 보아하니 분명 2소대 김병장이 괴롭혔나봅니다.
저는 착하고 배려심많은 사람이니까 이등병에게 마치 집에서 아버님이 누워서 뉴스를 시청하시던 그 자세!
오른손으로는 턱에 괴어 편안하게 머리를 고정해주고 정자세로 누워있던 자세에서 발바닥은 오른쪽 무릎에
견착시켜 .. 자취방에서 탱자탱자 했던 제 자취시절의 편안한 그 자세를 시전시켰습니다.
이등병님께서 쓴웃음으로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를 반복했지만, 분명 제가 고마웠을겁니다. 그 자세는
정말 편한 제 탱자탱자 모드중에 베스트 원이였으니까요. 샤워를 하러가기전에 그 자세로 편안하게 tv를 시청
하고 있을 것을 꼭 당부 하며 이등병에게 배려해줍니다.
샤워를 하고 난 후 내무실로 들어와 저녁메뉴를 확인해보니 맛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식단표가 잘못되었다는건
인지 하지 못합니다. 이미 잊었나봅니다... 한달전 식단표라는걸. 이등병도 왔고 했으니!! 오늘은 특식을 먹기로
합니다.! px에서 냉동하고 맛있는 라면을 사서 먹기로 합니다. !!!
내무실 막내였던 산낙지(병3물)이 질린다고 오늘은 밥먹으러 간다고 수저 하나 들고 말년분대 들어온지 얼마 안된
2소대 김병장과함께 갑니다. 2소대 김병장은 왕고 생활하다가 '말년분대'와서 기가 죽었는지 아직 군인의 모습이
제법 베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도 2.3일 지나면 우리와 똑같아질것을... 호언장담하기에 내버려둡니다.
이등병에서 냉동을 먹입니다. 과자를 먹입니다.. 그리고 냉동을 다시 먹입니다. 과자를 먹입니다.
주는대로 잘 먹는 이등병이 이뻐서 계속 줍니다. 신교대에서 얼마나 배가 고팠겠습니까. 그래서 먹이고 또 먹여줍
니다. 라면이 다 익었으니 라면도 같이 먹여 줍니다. 혹시라도 목이 막혀 질식사 할수도 있으니까 1.5리터 탄산
음료수를 다 먹으라고 줍니다. 남기면 안되니까 ... 꼭 다 마시라고 당부해 둡니다.
이등병의 표정을 보아하니 죽상이긴 한데 ... 주는대로 잘먹습니다... 꽤 많은 양인데도 배가 고팠나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헛구역을 하는데 .. 물어보니 배가 불러서 더이상 못먹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배려심
깊은 병장들이니까 라면이랑 냉동같은것만 먹으면 배탈나니까.. 점심에 먹다 남은 밥을 라면 국물에 비벼서
밥을 먹어야 그래도 한끼 식사를 마치는거라는걸 강조 하고, 한술 건내어 봅니다. 그리고 아이컨택트!을 시전
합니다. 눈높이를 맞추고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 해야 걱정하는 제 마음이 전해 지리라 생각해봅니다.
이등병이 짱구 굴리고 거짓말을 했나봅니다.. 점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어찌나 잘먹던지 흐믓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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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반응이 좋으면 함께한 이등병이 2소대를 찾아떠날때까지의 ~나날을 적어 드릴께요^^
참고로..2소대와의 만남을 가진 첫번째 주말에 축구를 할때... 이등병은 2소대 상병 나부랭이 어저씨한테
이단 옆차기로 맞아 대굴대굴 굴러 갔습니다... 구타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가끔...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했을때
몸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가끔있답니다...
반응이 좋으면 ㅠㅠ계속 이어가고 역시나 반응이 없으면 자삭하겠습니다.!
이야기의 도입부분이라 그런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어 묻힐까봐 무섭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