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여보세요? 응 우리 자기! 밥 먹었어요? 나는 지금 일어났지. 후아아아 졸려! 나 씻고 다시 전화줄게요~”
알몸인 채로 나와 살결을 부비고 있던 그녀가 전화를 받고는 잠에 취한 척 말을 한다. 개뿔, 졸리긴 무슨. 방금까지 내 몸 위에서 허리를 힘차게 돌리고 있던 그녀였다. 그녀를 만나는 시간은 지금처럼 하루를 꼬박 넘긴 아침 혹은 점심. 그 이후엔 그녀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조금 더 닥치고 있어야 했다. 그녀가 언제 다시 전화를 걸어 말을 할지 모르니까. 나는 그녀가 조용히 하고 있으라는 눈치를 준것도 아님에도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 마디마디를 만지며 최대한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것은 내가 죄악을 저지른 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에게 홀딱 반해버린 탓일까.
그녀, 그러니까 유미를 만난 날은 약 몇 달 전 날짜도 생각나지 않는 새벽녘 클럽에서였다. 나는 그 날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상심에 가득 찬 상태였다. 사실 뭐, 말이 상심이었지 클럽에 갈만한 핑곗거리라 해두자. 아무튼 나를 포함해 같이 클럽에 갈 무리들이 정해지고 우리는 그 뜨거운 하루를 불태우고자 일차로 술을 한잔 거하게 걸치고는 클럽 안의 열기로 빠져들었다. 그 뒤론 사실 모두 남이었다. 내가,아니면 친구새끼가 여자를 끼고 나가든 말든 지지고 볶던 입술을 뜯어먹건 허리를 감건 우리가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다만 같이 가는 무리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우리들의 관계란 각자의 관계에서 신경 쓰고 있는 여자를 조금씩은 도와주기도 하고, 분위기를 끌어내기도 하는 묘한 관계였다. 어쨌든 오늘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놀거니까 상관 없다.
나는 슬슬 눈을 돌려 사방에 흩날린 꽃들을 물색했다. 오늘 핀 꽃은 제법 물이 좋았나보다. 내게 봉긋 솟아오른 봉오리를 보여줄 한 여인을 찾기 위한 분주한 그들의 움직임은 나를 포함해 마치 수많은 벌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 내 눈에 띈 한명의 여자가 있었다. 오케이, 좋아.
“저기요! 여기 시끄러우니까 나가서 놀래요?”
“뭐!? 뭐라고요?”
“나가자구요!”
“나 누구냐구요? 유미요! 권유미!”
“아니! 아이씨 몰라, 그래 놀아요 놀아!”
나는 얼른 그녀, 유미에게 다가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어두워 잘 보이지 않은 모습 속에서도 그녀의 몸은 번쩍거리는 조명에 힐끗힐끗 윤곽을 드러냈다. 은근 슬쩍 내 손은 더 바삐 움직였다. 후아. 좋다. 그래.
“지금 뭐해요!!!”
“뭐요!! 왜요!”
“만질거면 대놓고 만져요!”
“나가요! 뭐라는지 하나도 안들려요!”
나는 그녀의 팔을 붙잡고 클럽 밖으로 향했다. 무모하리만치 대담한 내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듯, 나와 함께 걸어오는 그녀는 간이 큰건지 머리가 빈건지. 너무 쉽게 다가오는 그녀의 행동이 오히려 내게 있어 약간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렇게 그녀를 내치기엔 나의 피는 아랫도리로 잔뜩 몰린 채였다. 적어도 하루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그쯤이야 눈감고 넘어가도 상관 없을 문제였다.
바깥에 서서 그녀의 얼굴을 다시 살펴보았다. 오마이갓 지져스. 그녀의 얼굴은 그리고 몸매는 클럽이라는 곳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녀는 내가 어두운 곳에서 보았던 것 과는 상상도 하기 힘들만큼 예뻤다. 이게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화장도 그리 진하게 한것도 아닌 것이 오똑한 콧날과 동그랗게 뜬 큰 눈, 그리고 빨갛게 달아오른 탐스러운 입술이 쉽게 자리 잡힐 일인가. 그리고 그녀의 몸매도 얼굴에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듯 선명한 에스 곡선의 각선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신이여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요. 이런 엄청난 여자를 데리고 나오다니.
그리고 그 뒤는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처음엔 가볍게 술자리였다. 술을 한잔 두잔 마시고 난 뒤 그녀는 무척이나 화통한 성격을 꺼내보였다. 내가 말하는 것에 큰소리로 웃고 떠들고 즐겁다는 듯 박수를 치다보니 어느새 우리의 시간은 무르 익었다. 무르 익은 열매는 따야한다. 그래. 슬슬 잠에 빠질 시간이 임박했다. 나는 서서히 그녀에게 고개를 가까이 붙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내게 얼굴을,아니 그보다 더 빠른 입술을 탐했다. 오히려 기세에 밀린건 나였다. 키스를 하려던 행동은 맞지만 그녀는 나보다 훨씬 나의 입술을, 그리고 나의 혀를 탐했고, 그녀의 분주하게 움직이는 혀는 내 입 안 곳곳을 훑으며 달콤한 타액을 뿌렸다.
나는, 아니 내가 가는 것인지 그녀가 가는 것인지도 모를 움직임은 이내 번쩍거리는 모텔촌 근처로 머물렀다. 그때까지 우리들의 입술은 떨어질 줄 몰랐다. 몸도 얼굴도 서로의 것을 탐하지 않으면 안되는 듯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그녀를 조금이나마 제지 시켜볼까 했지만 그녀는 나보다 더 열에 가득 차 있었다. 가까스로 그녀를 말리고 모텔 키를 받고 나서야 나는 조금 안심되었다. 그래도 나는 결단코 도망치고 싶다거나 한 마음은 없었다. 그녀가 무서운 기세로 온다 하거늘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관계인걸. 뭐 어때.
모텔 방으로 들어온 우리들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서로가 가진 허물을 벗고 진실된, 또한 부드러운 속내를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을, 목을 지나쳐 그녀의 은밀한 꽃봉오리를 향하고, 그녀의 입에선 교성이 터져 나왔다. 그래야지. 그래. 여기선 내가 너보다 한수 위일거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의 목을 마찬가지로 타고 오는 그녀의 고개는 서서히 내려가 서로의 은밀한 곳에 얼굴을 묻기 시작했다. 나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탄성을 내뱉는다. 이내 우리들은 한참동안의 엉겨 붙었던 고개를 떼어두고, 하나가 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허리를 움직인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우리들의 밤이 그렇게 지나간다.
뜨거웠던 시간은 식어가고 나는 침대에 널부러진 채 잠이 오는 것을 애써 참은 채 그녀를 슬쩍 들여다보았다. 보통은 이렇게 하룻밤 관계를 지불하고 오면 찾아오는 감정이란 회의감 내기는 역겨움이었다. 그렇지만 왜인지 그녀는 조금 달랐다. 나는 왜 그녀를 보고 있으면서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을까. 그녀가 예쁘기 때문이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사실 그녀보다 더 예쁜 사람도 만나보았으니까. 그럼 그녀에게 무슨 이유가 있었던 걸까. 한편으론 알 것도 같았다. 그녀는 내가 잡을 수 없는 사람의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그녀도 나도 암묵적으로 하루를 약속했지, 그 이후 무엇도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왜인지 그 하루도 온전히 움켜쥐기 어려울 만큼의 움직임을 담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나를 향했지만 내가 없었다. 나는 왜인지 그녀를 사로잡고 싶었다. 지금 하루가 아닌 앞으로도 계속되는 하루, 또 하루, 그 또 하루.
“담배 한 대 필래?”
“응. 좋네. 이제 갈 거야?”
“아니, 그냥 있으려고. 너는?”
“나도. 유미라고 했지? 너 그냥 내 애인 할래?”
“풋. 뭐야 지금. 볼장 다 봤다고 쉽게 보는거야?”
“어...아니 그건 아니고.. 왜, 애인 있어?”
“응. 애인 있어. 자 이제 어떻게 하실까? 내가 좋아? 하룻밤 보낸거 말고도 내가 좋아?”
그녀가 내게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나는 아무런 힘이 없었지만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꽉 누르기 바빴다. 그녀는 이미 내 머리 위를 타고 올라 온 듯 했다. 나는 사실 선택권이 없었다. 이미 그녀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나는 혼이 나는 강아지 같은 마음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좋나보네. 그럼 있잖아, 내 밤애인 해라 너.”
“음... 섹스 파트너?”
“그거랑은 좀 다르지 이 남자야. 밤에 만나는 애인. 어차피 원래 애인은 낮 밖에 못만나.”
“...음.....그래. 그거 좋네. 밤애인.”
그렇게 우리들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밤이 되면 나의 핸드폰엔 그녀의 이름이 떴다. 우리들은 밤의 데이트를 잠깐 즐기고, 술을 한잔 마시고, 모텔로 향했다. 그리고 몸을 섞고, 낮이 찾아오면 그녀가 다시 모텔 밖으로 나가는 생활은 계속 되었다. 그리고 다시 밤이 찾아오면 그녀는 내게 다시 온다. 물론, 낮이 되면 그녀는 내게서 사라진다. 우리들의 시간은 그렇게 암묵적인 약속에서 흘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에게서 피는 감정은 단순히 밤의 시간에서 만족을 할 수 없다는 듯 흐르고 있었다. 그녀와 몸을 섞지 않아도 괜찮을, 그래. 그런 이상한 기분.
이윽고 또 하루의 밤이 찾아왔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녀의 연락이 오지 않았다. 망할. 요새 들어서 그녀의 연락이 늦었다. 어찌 되었건 밤의 시간에서 나는 그녀에게 애인이었다. 이건 그녀가 맘대로 정한 것이지만 약속은 깨어지지 않고 지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샌 그녀가 조금 바빠진 모양이었다. 아니면 바쁜척을 하던지. 내가 귀찮아진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어디야?”
“넌 진짜...왜 이렇게 연락이 늦어!”
“아씨, 좀 늦을 수도 있지. 갈게. 기다려.”
그녀의 전화는 이내 끊어졌다. 나는 지금 뭘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사실 내겐 맞지 않는 것이겠지만 말야. 나는 그저 그녀를 기다릴 뿐이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또 기다린 끝에 그녀가 내게 다시 찾아왔다. 나는 그래도 웃었다. 그녀는 그래도 내 옆에 있구나.
수많은 지난 날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발걸음은 모텔로 향했다. 그러나 왜인지 나는 그녀를 안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는 내 몸을 훑고 지나가지만 나는 왜인지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싫은건 아니었다. 다만, 그녀를 안지 않고서는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을 증명할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이 이유였다. 그녀가 고갯짓을 멈추고 내게 물었다.
“왜, 나한테 질렸어? 나 싫어? 너도 내가 싫어?”
이 나쁜 여자야. 내가 너를 싫어할 리 없잖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그녀의 부름에 대답하듯 몸을 움직였다. 대답할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었다. 그녀를 안고, 핥고, 문지르며 그녀의 피부를, 살결을, 움직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뿐이었다. 입술을 교환하고, 허리를 움직이는 그녀의 몸놀림은 한층 더 바빠졌다. 그녀의 입에선 마찬가지로 비명이 질러져 나왔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허리의 움직임을 지속 하면서 한손으로 핸드폰을 가리켰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녀의 알몸을 바라보다 가슴팍을 찰싹 치는 그녀의 손에 반대쪽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달라는 듯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핸드폰을 건냈다. 그리고 그녀는 한번 확인을 하고는 자신의 뒤편으로 던졌다. 연락을 누가 했는지는 알 것 같았다. 그래. 그녀의 낮 애인이 연락을 했겠지.
한참을 다시 허리를 놀리는데 정신없던 우리들은 다시 울려퍼지는 그녀의 벨소리에 다시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그녀는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손에 집어들었다. 다시 끊겠지? 아니. 그녀는 내 위에서 몸을 움직이며 전화를 받아들었다.
“으응..여보세요? 응...자고 있었어.. 우리 자기는? 술 많이 먹지 말고.. 응. 다시 잘게.. 응!”
그리고 이내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갑자기 이 모든 것을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몸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일종의 우월감일까? 적어도 그가 없는 시간엔 내가 남자친구야. 그래. 나는 밤애인이야. 그래. 그래. 그래.
그렇지만 나는 사실 한편으론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밤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마치 하룻밤의 꿈처럼, 우리가 건내는 뜨거운 숨결들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낮의 뜨거운 햇볕에 녹아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더욱 힘껏 안았다. 지금의 밤이 지나가기 전에, 나는 그녀를 더욱 세게 안았다. 적어도 그녀는 지금 내게 있으니까. 그래. 더욱 힘껏 움직이는 허리와 온몸은 나와 그녀를 땀으로 적시고 있었다. 지금은 행복하다 말할 수 있겠지. 그래.
그러나 관계는 어느덧 슬슬 끝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서히 잦아드는 몸의 움직임은 그만하라는 경고를 내뱉는다. 그렇게, 오늘 하루의 관계는 사정과 동시에 끝이 났다.
어젯밤은 그녀가 좀 늦었던 탓인지 문이 열린 틈새로 낮을 알리는 빛을 쏘고 있었다. 서서히 해가 뜨고 있었다. 아니, 달이 지고 있다는 말이 더 맞을까. 적어도 나에겐 해가 뜨는 것보다 달이 지는게 더욱 깊이 와닿는 말이었으니까. 마치 내가 져버리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으니까.
아침이 되자 그녀는 슬슬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기 시작했다. 나는 몸 하나도 움직일 기력이 없어 그대로 누워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어째서, 왜 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튀어나왔지만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것도 물을 수 없었다. 나는 밤애인이었다. 적어도 그녀에게 나는 밤애인이었다. 단지, 밤에 만나는 애인이었다.
팬티를 입고 스타킹을 올리던 그녀가 내 옆에 앉아 핸드폰을 본다. 시간을 보는 것일까? 문자를 보내는 것일까? 그일까? 뭐라고 보내는 것일까? 잘 잤어요? 오늘도 만나요? 내겐 당신 하나뿐이에요? 나의 의문은 그렇게 계속 늘어만 간다. 그녀의 핸드폰 너머의 바삐 움직이는 손가락 이외의 것은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짐짓 미소를 짓다, 웃음을 터뜨렸다, 무표정으로 변하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나는 낮이 되면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아닌 사람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러나,그리고 나는 결국 그녀에게 넌지시 한가지를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그 한마디는, 수많은 날들을 지나 결국 나와야 할 말이었다. 다만 그동안은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맞았다. 이번엔, 꼭 물어보겠지. 그래. 그래.
“유미야. 나는 너한테 무슨 존재야?”
“그게 중요해?”
“.......응.”
“그냥, 말했잖아. 밤에 만나는 애인. 그래. 밤애인.”
“그래..나는 밤애인이지. 그래. 밤애인. 응...”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참고 참았던 말이 나오자 그녀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그랬다. 나는 밤애인이었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 밤애인일테지. 다만 내가 그녀에게 물어보지 못한 말이 몇가지 있었다. 그럼, 낮에 만나는 애인은 왜 밤에 연락해? 나는 밤의 애인이라면, 낮에는 아무런 사이도 아닌거야? 나는 단지 밤에 네게 필요한 존재인거야? 단지 나는 네게 그뿐인거야? 하지만 나는 그 말들을 그저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물어본다면 돌아올 대답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유미의 밤애인이다. 낮이 되면 그녀가 빛으로 사라진다. 나도, 그녀의 품속에서 서서히 녹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