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쓸쓸한 일요일을 맞아
상가책자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메뉴가 있더군요.
퍽퍽살을 좋아해서 치느님을 영접하면 가슴살만 찾았는데
가슴살만 따로 모아 튀긴 메뉴를 발견한 것이죠.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주문접수 완료!
오랜만에 뵙는 치느님이라 헝클어진 머리를 곱게 빗고 상을 차렸어요.
새콤달콤한 케첩, 깨소금+소금가루까지~ 준비했어요.
물론 치느님의 맛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 무절임도 올테지만
저는 며칠전에 담가 맛있게 익은 동치미도 한 사발 떠서 상에 올렸답니다.
1초가 1년 같은 시간이 흘러 반가운 초인종 소리가 울렸습니다.
상자 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더니,
놀랍도록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쳤습니다.
아~치느님. 아~ 치느님, 아~ 정말 퍽퍽해 보이는 치느님~
턱받이가 필요할 정도로 침이 흘렀습니다.
게다가 퍽퍽하신 치느님은 기름 바다에 웨지감자 몇 개를 품고 뛰어들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순살 치느님을 좋아합니다. 먹기 전에는 알맞은 크기로 자르는데요.
이번에는 온전한 형태의 치느님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영롱하신 치느님은 가슴살도 어쩜 천사의 날개를 닮으셨는지~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어요.
살얼음이 낀 무절임은 보기만 해도 입안이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고요.
케첩이 내기 어려운 깊은 맛을 지닌 양념소스는 적당히 매콤해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답니다.
드디어 치느님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동치미는 국수 말아 먹어도 맛있지만, 치느님과 함께 먹으니 더 맛있더군요.
저는 이참에 색다른 시도를 했습니다.
감자+치느님+동치미무를 한꺼번에 찍어서 한입에 쏙~
홍어삼합을 능가하는 신세계.
정신이 혼미해지는 맛의 신세계! 이름하여 '감치동!!'
치느님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제가 이런 호사를 누립니다.
그동안 남은 치느님은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버린 적도 있었는데요.
정말 크나큰 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며,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퍽퍽하신 치느님! 최고~
절대로, 앞으로는 절대로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먹다 남은 치느님 위로 직접 제조한 소스를 끼얹어 수제 닭강정으로,
먹다 남은 치느님과 갖은 채소, 간장양념을 섞어 입맛 돋우는 술안주로 환생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너무나 기쁜 나머지 생맥주도 함께 시켰답니다.
무지하게 잘 넘어갑니다.
대낮에 오랜만에 먹는 술입니다.
이 또한 치느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벌컥벌컥 들이켜 봅니다.
시원합니다. 맛있어요. 취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