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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는 지난해 9월 8일 우리나라 파워집단의 국민신뢰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시민단체가 가장 높은 신뢰도(22.4%)를 보이며 1위를 기록했고, 가장 마지막이 검찰(2.5%)이었다. 조사결과는 국가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 불신이 매우 높다는 것과 함께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가 바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극에 달한 검찰 불신 풍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2008년 처음 실시한 조사에서도 검찰은 최하위인 8위를 기록했고, 2009년의 두번째 조사에서는 7위에 그쳤으며, 세번째인 지난해 조사에서는 다시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같은 결과는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검찰에게는 여러가지 별칭이 따라 붙는다. '견찰', '떡찰', '떡검', '검새', '색검', '섹검', '딸검', '베검', '떡찰섹검' 등 그 표현도 가지가지다. 이 다양한 표현들은 모두 검찰의 눈부신 활약에 감화받은 국민들이 붙여준 이름들이며, 검찰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빚어낸 비아냥과 조롱의 의미가 있다. 법과 질서의 확립을 위한 최고의 법 집행기관인 대한민국 검찰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검찰의 추락은 수사를 해야 할 검찰이 어느 순간부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로 설명이 가능해 진다. 수사기관이면서 사정기관인 검찰이 사회적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정치검찰로 옷을 갈아입는 순간, 저들에게 주어진 칼은 정치권력을 호위하는 강력한 무기로, 시민의 인권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흉기로 돌변한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하의 검찰이 그랬다.
검찰은 이명박 정권의 충실한 '주구'였다. 그들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망신주기 수사와 표적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참여정부 인사에 대한 정치탄압 수사를 자행했다. 뿐만 아니라 미네르바에 대한 전기통신기본법위반 수사,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배임혐의 수사, PD수첩 명예훼손 수사, 김상곤 경기교육감 직무유기 수사, 최열 환경재단 대표 횡렴혐의 수사, 사회주의 노동자연합 국가보안법 수사, 전교조 교사 정당가입 수사 등 정치적 사안에 따라 이명박 정권을 위한 정치편향적 수사를 일삼아 왔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 대우조선해양 관련 천신일 회장 수사, 한상률 국세청장 그림로비 사건,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그랜저 검사 수사, 스폰서 검사 수사, 박희태 전 국회의장 돈봉투 사건,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 파이시티 인허가비리 사건, 이상득 전 의원 정치비자금 사건, BBK 편지 의혹 사건,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사건 등 정권비리와 정부고위층의 부정부패 사건에서는 하나같이 봐주기 수사와 축소 수사, 제식구 감싸기 수사로 일관하며 법과 정의를 유린했다.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 눈치보기는 박근혜 정권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국정원과 다수의 국가기관이 불법 개입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필두로,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 사자방 비리 수사,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성완종 게이트 사건,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등 정권의 존립이 위태로운 엄청난 사안들마다 검찰은 고양이 앞의 쥐 신세를 면치 못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 수사, 한명숙 전 총리 수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사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이는 검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를 반복하는 검찰이고 보니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이제 불신을 넘어 '혐오' 수준에 이른다. 정치검찰의 오명도 모자라 '섹검', '딸검', '베검', '떡찰섹검' 등 치욕스럽고 낯뜨거운 별칭도 이제는 전혀 낯설지가 않다. 나날이 더해가는 그들의 갖은 추문에 대한 당연한 반응들이다. 이쯤되면 검찰의 공신력은 땅에 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사회의 불법과 부정을 발본색원하여 부패를 척결해야 할 사명이 있는 정의의 수호자 검찰의 체면과 위신이 말이 아닌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검찰개혁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였고 사명이었다. 대선 후보들 모두가 검찰개혁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시대적 사명과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검찰개혁안은 대다수 다른 공약들과 마찬가지로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권력의 주구로 전락한 검찰에 대한 불만과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어제 아주 의미심장한 내용을 발표했다. 변협은 변호사가 검사를 직접 평가해 그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검사평가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검사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인권침해를 하지 않는지 파악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변협은 이와 함께 검사평가 결과를 검찰 인사에 반영토록 하는 입법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에 대한 부당한 압력과 회유, 인권침해가 동반된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2005년부터 올 6월까지 1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살했다. 이것만 봐도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전근대적이며 강압적인 것인지는 여실히 드러난다. 따라서 '검사평가제'가 도입되면 검찰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기소와 수사 과정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검찰의 부당한 권력남용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권위주의를 내세운 검찰의 조직 문화는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했고, 그 결과 인권 침해와 권력 남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검찰이 기소독점권과 수사권을 내세워 피의자를 회유하거나 협박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고압적•강압적 수사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치권력 차원에서 검찰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현 집권세력에는 검찰개혁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변협이 검찰조직을 견제할 수 있는 '검사평가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변협의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기대와 함께 우려섞인 반응들도 터져 나오고 있다. '검사의 반대편에 있는 변호사들의 평가가 과연 객관적일 수 있느냐',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는 평가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있느냐'는 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날벼락을 맞은 검찰 측과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는 있는 우려는 '검사평가제'에 기대하는 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검찰에 대한 국민불신의 반작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검찰개혁안은 먼지만 수북히 쌓인 채 청와대의 어딘가에 쳐박혀 있다. 정치권력과 검찰이 사실상 한몸으로 움직이는 대한민국의 정치 환경을 고려하면 변협의 '검사평가제'는 검찰조직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적 장치다. '검사평가제'를 향한 일각의 우려와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검찰조직을 향한 국민 불신과 공신력 상실의 폐해에 비할 바가 못된다. 변협의 결정을 환영한다. '검사평가제'가 정치권력이 하지 못한 검찰 조직의 혁신과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신호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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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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