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8.11.17 03:04

"지하에 있다" "교실 작다" 등 이유로 공부방 70곳 정부지원금 끊겨 막막 
시설기준 강화 올 하반기부터 시행 
"아이들 김밥 한 줄 사주던 돈을… " 
대책 없는 달동네 선생님들 허탈 

낡은 다세대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 강북구 미아9동의 한 허름한 2층 건물. 오후 5시면 이 곳 지하 '노루목 공부방'에서 초등학생 8명과 중학생 6명이 대학생 선생님들과 함께 모자란 공부를 한다. 학습지 받아볼 형편도 안 되는 동욱(초6ㆍ가명)이도, 저녁 챙겨줄 사람도 없는 은지(중2ㆍ여)도 세상에서 이곳이 가장 편하다. 


"제 얘기를 들어주는 곳은 여기밖에 없잖아요." 대학 때부터 이 곳에서 봉사했던 강경완(30) 교사 역시 자동차 영업 일을 끝내고 이 곳을 찾을 때면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강씨는 올 7월부터 정부 지원금 200여 만원이 끊겨 아이들에게 김밥 한 줄, 우유 하나 뿐이었던 간식이나마 해줄 수 없게 된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공부방이 지하에 있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것. "경제가 어렵다 보니 도와주겠다는 곳도 별로 없습니다. 여기서 주는 김밥 한 줄로 저녁을 때우던 아이들도 있는데…." 

지하에 있다는 이유로, 상가가 아닌 주택에 입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59.4㎡(18평)을 채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또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올 7월부터 정부 지원이 끊긴 공부방은 전국 2,810개 지역아동센터(공부방) 가운데 70여 곳. 숫자는 70여개지만, 이 곳 대부분은 공부방마저 없으면 학교 끝난 아이들이 갈 데도 없는, 형편 어려운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2006년 지역아동센터 지원금을 월 200여 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시설 기준을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상가와 같이 1종 근린생활시설에 위치하고, 59.4㎡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열악한 공부방 환경을 번듯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기준에 미달하는 공부방들은 지자체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올 6월까지 이사를 간다는 등의 조건으로 지원을 해주었다. 그러나 어려운 동네 공부방들은 이사할 돈도, 동네에 이사할 상가도 없었던 것. 

임대아파트 지하 주민대피시설을 개조해 만든 강북구 미아7동의 '일출마을 공부방'. 도로 건너편 일반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놀림 받은 아이들,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도 못 가는 아이들 22명이 방과 후 이곳에서 공부를 한다. 그러나 이 곳 역시 지하라는 이유로 올 7월부터 지원금 50만원이 끊겼다. 

동대표자회의 15만원, 개인후원자 25만원이 운영비의 전부이다. 우성구 교사는 "지상으로 올라가고 싶어도 주변에 상가도 없고 후원금도 없어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6개의 공부방이 있는 인천 동구는 이 중 3개가 내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전용면적 58.5㎡(17.7평)인 송림동의 '송현샘지역아동센터'은 최소 면적기준 59.4㎡(18평)보다 0.99㎡(0.3평) 작아서, 옆 동네 송림2동 '푸른나무'는 무허가 건물이라서다. 

푸른나무 조선예 교사는 "우리가 돈 받는 학원도 아닌데, 담당 공무원은 이사가라는 말 뿐"이라며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방과 후면 갈 곳이 없는 이곳 산동네 아이들을 버리고 다른 동네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공부방을 번듯하게 하겠다던 정부 정책이 구조적으로 번듯해질 수 없는 달동네 공부방 아이들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강희경기자 [email protected] 
김혜경기자 [email protected]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ps. -...- 망할 2MB정부....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