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11시30분
육회에 쏘주를 '똫'
독산에서 버스를 탔는데 석수에서 내릴껄 안양역에서 내림 ㅠㅠ
빈궁한 몸을 이끌고 역으로 갔는데
승강장앞에서 남루한 차림의 지팡이 짚으신 노인한분이랑 대학생으로 보이는 예쁜처자 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또 노숙자 아저씨가 괜히 아가씨들한테 말걸고 있나 싶어서
심한 추행이라도 하면 한마디 해주려고 했거든요
처자1 "지금 독산이에요"
처자2 "따듯한거 드릴께요"
하고선 밀크커피를 손수 뽑아와서 대접해드리더라구요..
저는 속으로 참 심성이 착한친구들이구나..
그런데 노숙자같은 사람한테 섯뿔리 말걸고 하면
해코지나 당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더라구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처자1은 계속 열차가 어디있는지 이야기 해주더군요
"지금 전전 정류장에 왔어요"
"이제 곧도착해요"
무려 15분이상 멀리있는 전철이였는데 기다리며 서서
열차가 어딨는지 이야기 해주더군요
날도 추운데 말동무를 해줘가며..
열차가 도착하고선 알았습니다
문이 열리자 노인분은 지팡이를 좌우로 탁탁 튀기며 들어가시더군요
전철안에서도 젊은 남성분이 자리를 양보해드리고..
눈이 불편한 분이셨나봅니다
심지어 처자들은 열차를 타던게 아니고 내리던 찰나에 노인분을 만나서 기다려 준것 같더군요
처자들은 열차 문이 닫혀서야 개찰구로 올라가더군요
괜히 저는 부끄럽더군요
지하철 노숙자나 이상한 아저씨들을 워낙 많이봐서
여성들 귀찮게 추행하는 아저씨로 생각했던 제가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얼굴도 이쁜데 마음도 고운 학생들 덕에 참 훈훈했던 밤이였습니다
절대 그 밀크커피 처자 찾으려고 쓴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