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중위 달려면 멀었는데 심중위가 전입을 왔다. 선배 장교였다.
성격이 괄괄하고 외향적인 그는 전포대장을 맡았다. 나는 어리버리 주제에
작전보좌관을 맡았다.
병사들은 심중위를 무척 따랐다.
그렇다고 병사들을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반대로 훈련은 무척
가혹하게 시켰다.
이 심중위에게 나도 한번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선배장교라 해서
너무 편하게 대했던 것이 탈이었다. 그는 나를 부르더니 야 김중이 시발넘아
똑바로 안할래? 하더니 수입하고있던 K-1을 내 면상에 던져버렸다.
그는 자기총은 항상 직접 닦았다. 그게 당연한 것이었지만, 대개 장교들
총은 직속 부하들이 청소해 주었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나는 오른쪽 눈 밑 광대뼈를 길다란 K-1 소염기에 정통으로 얻어맞고서
한동안 시퍼런 짱구얼굴로 지내야 했다.
허나 그는 나에게 언제나 좋은 선배요 형이요 친구였다. 나에게 뿐만 아니라
병사들이 느끼기에도 그런 모양이었다. 요새말로 완전히 '체질'이었다.
한번은 같이 술을 먹으면서 병사들 통솔 문제에 관해 얘기하다가 심각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어이 김중위, 내는 말이다, 내 제대하기 전에 전쟁이 꼭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안 일어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는 항상 그런 생각을 갖고 아아덜
훈련을 시킨다. 밤중에 비사격 할 때에 포상 나가봤나? 당직사관이 멍 하이
상황실에 앉아만 있으모 아아들 그냥 입으로만 사격한다카이. 반드시 아아덜하고
같이 뛰어야 하는기라.
그게 비결이었다. 그가 '체질'로 불리우며 병사들의 신뢰를 받는것은 바로
그거였다.
초급장교는 간부가 아니다. 그저 병사들 보다 조금 더 군사교육을 받은 병사일
뿐이다. 그러기에 병사들과 같이 뛰고 굴러야 한다. 그들이 아프면 같이 아프고
그들이 웃으면 같이 웃어야 한다.
전쟁은 내가 제대하기 전에 반드시 일어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훈련에 임하라.
그 선배장교는 소집해제 후 대기업에 입사하여 지금 상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