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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넥센은 회복하기가 힘들 것 같네요.
게시물ID : baseball_619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스원샷
추천 : 11
조회수 : 105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6/22 01:58:00
다른 구단들 처럼 대기업을 끼고 있지도...그렇다고 넘치는 자금으로 스타급 선수들을 보유하지도 못했던 구단..

그저 야구에 대한 이장석 구단주의 열정과, 무명이지만 패기 하나로 몇 안되는 팬들을 흥분시키며 피땀 흘려가며 투지를 불태웠던 선수들 

엘지나 기아 롯데 처럼 많은 팬들이 있지도 않았지만 구단, 선수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팬들이 끝 없는 응원을 보냈던 

작지만 열정과 즐거움이 넘쳤던 구단

넥센은 그런 구단이었습니다. 

마치 홍대나 신촌 등지에서 젊음이라는 무기 하나만으로 열악한 거리의 공연자를 자청하는 젊은이들 처럼, 항상 무시당하고 괄시받았지만 꿋꿋히 자신들의 승부를 만들어 가던 그런 팀이었습니다. 타 팀들에서 오랜기간 무명생활을 했거나 심지어 방출되기까지 해서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할 지경까지 몰렸던 선수들(서건창, 박병호, 허도환 등등)은 그들의 삶과 너무도 닮았던 넥센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고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그 팀이 몇 년 간의 하위권에 맴돌던 세월들을 딛고 자신들을 발전시켜서 지난 시즌에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올 시즌에는 타 구단 대비 형편없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진정 즐기는 야구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거침없이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모든 것은 일장춘몽 처럼 한 날의 꿈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의 과오보단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서 말이죠. 
누군가는 말 합니다. "그런 판정 하나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남는건 실력이다." 라고 말이죠....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야구는 정신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하는 스포츠라는 것이죠.

지난 두 번의 짓밟기는 모두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첫 번째 나이트 짓밟기는 든든한 에이스이자 버팀목이었던 나이트가 올해 조금 부진했던 초반 경기들로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스스로 우뚝  일어서려던 상황에서 터졌습니다. 그 판정은 다시 일어서려던 한 에이스와 그 선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이겨내려던 선수단 전체의 정신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으며, 처음 맞이했던 연패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마저 앗아갔습니다.

두 번째 넥센 짓밟기는 어제였습니다. 이미 회복에 매우 오랜기간이 필요한 에이스 투수는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고, 솔직히 말해서 오늘 경기는 그 오심이 아니었어도 아쉬운 패배를 삼켰으리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선수들 스스로의 투지로 지더라도 오기를 발휘하려던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렸습니다. 분명 이제는 선수들 스스로가 자신을 더더욱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으며 어떤 것으로도 확살한 치유책 혹은 회복책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오심경기를 제외하고도 6패나 했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5연패 후 1승 후 2연패와, 8연패는 확연히 다른 것입니다. 
하물며 중간 즈음의 패배가 자신들이 그 결과를 모두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결정적 순간에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무기력하게 당했다면 그 심리적인 폐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심할 것입니다. 

보면 그런 느낌입니다. 스스로 무너지다 다시 일어서려 하니 짓밟고, 또 다시 일어서려 하니 다시 짓밟고 있는 그런 모습.... 
네 이건 분명 "길들이기"가 아닌 "짓밟기" 입니다.
그 동안 권위주의에 찌들은 썩어빠진 심판들이 자신들의 말을 안 듣는 몇 선수들에 대해 길들이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한 팀에 대해 이리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저 결정적 순간마다 짓밟은 적은 없었습니다.

혹여 내일 경기에서 나빠진 여론을 잠재우려고 보상 판정으로 넥센의 승리를 조작한다고 해도, 더 이상 넥센이라는 구단이 가지고 있던 독특하고 빛나는 그 팀 컬러는 회복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 선수들도 여리디 여린 사람이기에.....

넥센을 떠나 히어로즈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이장석 구단주가 힘겨운 싸움을 포기하고 모든 선수들을 새로 생길 KT구단에게 양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KT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지금처럼 의도적으로 짓밟고 괄시하지는 못하겠지요...

요즘 야구판을 보면 우리사회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인 것 같습니다. 
기득권들이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싹이 보이는 하층민들을 짓밟고 짓이기는 그런 모습 말이죠

여름 밤 한껏 우울해져서 긴 글 남기고 갑니다...모두들 좋은 꿈 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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