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불안했지만 유독 그 감정이 진할 때가 있다. 혹시나 이 사람 마지막을 준비하는 게 아닐까. 그런거라면 나도 준비해야 하는데... 라는.
힘들어서 그렇겠지. 지쳐서 그렇겠지. 우리의 상황이 아니라 외부의 상황이 그런거겠지.
애교라고는 1도 없는 내가 혀 짧은 소리에 마침표 대신 ㅇ을 받침으로 써가며 계속 웃어댔던 나를, 지독하게 불안해서 제발 부탁이니까 이렇게까지 하는 나를 봐서라도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를 쓰고 있던 나를, 자꾸만 입 밖으로 나 버리지 마, 라는 말을 할 것 같아서 더더욱 품에 파고 들었던 나를, 그러다 문득 나 왜 이렇게 애쓰고 있나. 버림 받은 강아지가 되어가는 기분인데 한 번쯤은 버리지 않을테니 그렇게까지 애쓰지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울컥 눈물이 나던 나를,
너는 알고 있을까. 알고 있겠지. 모를 리가 없지.
그냥 네가 이런저런 상황에 매우 지치고 힘들어서 그랬겠지. 아마 그게 맞지 않을까. 아닐까. 잘 모르겠다.
네가 그랬다. 내가 생각 외로 감정소모를 심하게 하는 것 같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는 감정소모가 나랑 다르구나. 그래 같을 수가 없겠지, 사람이 다른데. 그럼에도 느껴지는 내 무게감. 너와 나는 우리의 관계를 참 다르게 느끼는구나. 그렇겠지. 사람이 다르니까.
애걸복걸 안달복달 애달픈 건 같지 않을까 하다가도 이것마저 내 추측이니까 자신이 없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지금의 내가 하는 행동은 그렇지 않아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한다. 나도 주섬주섬 정리를 해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