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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내과학교실 정현채 교수의 글
게시물ID : humordata_6199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족전쟁
추천 : 10
조회수 : 107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06/29 22:22:46
 
정현채 교수 (Jung, Hyun Chae)

고등학생 시절 처세술에 자신이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던 중, 의사라는 직업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윗사람 눈치 안 보고도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아,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1980년 졸업했고, 전공은 곱창, 그러니까 소화기내과를 했는데, 그걸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경쟁적이고도 삭막한 학교분위기와는 달리 과분위기가 너무나 가족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가족적이다 못해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매주 금요일 저녁 세미나가 끝나면 어김없이 모여 술님을 모시는 ‘금주회’와 함께 해온 지도 어느덧 30여 년이 되었습니다. 

91년부터 2년간 미국에서 연수하고 돌아온 후 10여 년간은 주말 없이 일만 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7년 전부터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졌고, 부모님과 가까운 친척의 죽음을 겪으면서 이 책 저 책 죽음에 대해 찾아오던 중, 최준식 교수가 번역한 <사후생>을 읽게 되었고, 최 교수가 이끌고 있는 한국죽음학회에도 참여하면서 생사관에 큰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의사로서의 임무 다음으로 제가 해야 할 일로서, 죽음을 제대로 직면하고 사유해서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공 이외에 하는 일로는 사람들과 함께 수시로 와인을 마시는 일이고, “와인과 건강”에 관한 특강도 10년 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저 자신의 임종 직전에도 비싸지 않으면서도 좋은 와인을 마시기를 희망하여서, 와인 잔 들고 좋아라 웃고 있는 사진으로 미리 영정을 준비해 놨습니다. 

그리고 대학생 미술동아리 시절 그렸던 그림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서울대병원 신문에 만평을 9년째 매달 그리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길 걸을 때 땅만 보고 걸어서 아는 사람이 옆에 지나가도 모르고 화난 것처럼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내는 장난기가 많아서 만평 그릴 때나 강의 자료 준비할 때 이것이 발동합니다. 만평 그리기에는 비슷한 성격의 둘째 딸이 가끔 동참합니다. 

지도학생들에게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전문분야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시, 아름다움, 로맨스,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얘기합니다. 죽음을 직시하여 가능한 일찍 각자의 죽음관을 갖도록 권유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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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는 '전공은 곱창, 그러니까 소화기내과를 했는데'...ㅋㅋㅋㅋ 나만 웃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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