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믿고 싶어하는 역사 만드는 건 위험천만” - 프랑스유명 역사학자 인터뷰
게시물ID : sisa_6208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nmydrems01
추천 : 3
조회수 : 3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01 23:11:56
“믿고 싶어하는 역사 만드는 건 위험천만”
[인터뷰] 로제 샤르티에 콜레쥬드프랑스 교수 “어두운 과거 드러내는 게 역사 교육의 목적”
 
<< 긴글이지만 잃어볼만 하네요 >>
 
 
프랑스의 대표적인 역사학자 로제 샤르티에 콜레쥬드프랑스 교수가 한국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관해
“하나의 교과서, 하나의 이데올로기, 하나의 입장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샤르티에 교수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조심스럽다”면서도
 “모든 역사적 사실은 각자 다른 관점에서 해석되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로제 샤르티에 교수는 정치나 지도자 중심의 역사 대신 평범한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생활사를 기술하는 ‘아날학파’의 계보를 잇는 연구자다.
 대표 저서로는 ‘16~18세기 프랑스 교육의 역사’, ‘프랑스혁명의 문화적 기원’등이 있다.
샤르티에 교수를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콜레쥬드프랑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자학적 역사’ ‘패배주의 역사’ 대신 ‘자부심을 주는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즐거운 역사, 어두운 역사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패전이나 정권에 의한 학살 등 ‘알려주고 싶지 않은 어두운 역사’까지도 가감없이 알려야 하며,
이에 대한 판단은 학생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어두운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역사 교육의 목적 그 자체”라고 언급했다 .

샤르티에 교수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는 한국과 같은 검정 교과서 체제다.
 정부는 큰 틀에서 주제를 정해주고 출판자와 집필자 그리고 이를 수업하는 교사에 따라 수업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정부가 정하는 주제가 바뀌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편향된 하나의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좌·우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래는 샤르티에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터.JPG

- 최근 한국 정부는 역사 교과서가 편향적이고 교과서마다 내용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에 특정지어서 말할 수 없다. 대신 역사와 교육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교과서, 하나의 이데올로기, 하나의 입장 표명은 안 된다.
 만일 이런 하나의 역사가 잘못된 것이라면 누가 책임을 질것인가?”
 
- ‘올바른’ 하나의 역사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인가.
“역사는 하나이면서 동시에 하나가 아니다. 역사가 하나라고 할 때는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역사는 특정 기준에 따라 정의된 사실을 말해야 하는 ‘지식’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배경을 연구하고 해석하는 것은 ‘지식’이 아닌 ‘인문사회과학’ 영역이다.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있으면 하나의 사실을 온전하게 이해하는데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만 맞다고 해서는 안 된다.”
 
- 그렇다면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쟁은 당연하다는 이야기인가.
“프랑스에서는 하나의 역사적 사설에 대한 해석을 두고 ‘틀렸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모든 역사는 각자 다른 관점에서 해석되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가 발생한다.
 단순한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특정 사건을 유발한 영향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점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 하지만 한국의 경우 ‘분단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분단 상황에서 잘못된 역사 인식은 국가 안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특수성이 있겠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역사교육도 마찬가지다. 정당, 정권, 국가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통된 기준으로 역사를 서술해야한다.
또, 교과서 집필과 같은 당장의 문제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역사교육이 무엇인지, 절대적인 진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부터 필요하다.”
 
- 분단의 특수성 때문에 한국의 역사교과서에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소개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북한의 선전 문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옳은지 그른지 판단을 내리고, 그 사실을 알리는 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부가 신경써야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역사를 ‘공식적으로’ 편집하고 파장까지 우려해 교과에 넣지 않는다는 건 역사교육 논리에 어긋나며 민주주의에도 어긋난다.”
 
- 많은 나라에서 권력에 의한 학살 등 ‘어두운 과거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자학적인 역사’, ‘패배주의 역사’ 대신 ‘밝은 면’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이 역시 한국 상황을 특정하지 않고 답하겠다. ‘밝은 역사’ ‘기쁜 역사’ 라고 정하는 일 자체가 의미 없다.
현재가 과거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모든 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어떤 나라나 정권도 지금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숨겨서는 안 된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공동의 기억’을 미화시키지도 왜곡시키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역사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 그렇다면 ‘어두운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두운 역사를 가르치는 건 역사 교육의 목적 그 자체다.
학생들에게 옳지 않은 과거를 성찰하게 해주고 미래에 지녀야 할 자세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역사란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출발점이 돼야한다.
 영국 산업 혁명 당시의 인권현실을 알아야 지금의 인권, 그리고 미래의 인권까지 논의할 수 있다.
 이것은 학문적으로서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중요하다.”

- 프랑스 교과서에서는 식민지시대 권력과 독재권력에 의해 자행된 ‘어두운 역사’를 숨기지 않는가?
“그 반대다. 오히려 갈수록 어두운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방향을 두고 의견 충돌이 있긴 하지만, 이 충돌 또한 ‘어두운 역사를 숨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잔인한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 오는 의견차다.
 어두운 역사를 언급하며 인간의 존엄성이나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함께 말한다. 이 같은 ‘절대적 가치’에 대해서는 좌파건 우파건 견해 차이가 없다.”
 
- 프랑스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어떻게 집필하고 있나?
“교과서에서 기본적으로 다뤄야 하는 사건이나 주제는 정부가 정한다.
이후 출판사들이 교수, 학자들에게 정해진 주제에 관한 집필을 문의한다.
주제 중에는 다른 유럽의 나라들처럼 중고등학생이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역사
 ‘지식’이 있으며, 편집자와 집필자 재량에 따라 각자 사건에 대해 선택하는 근거자료는 달라질 수 있다. 프랑스에는 정부 공식교과서는 없다.”
 
- 정권이 바뀌면 정부가 정하는 주제도 바뀌나?
“절대 불가능하다.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보통 여러 정권에 걸쳐서 진행된다.
중고등학생이 꼭 알아야하는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정하는 것이다.
물론 정권이 바뀔 때, 조금 더 좌나 우에 가까운 의견을 반영하는 일은 가능할 수 있지만 .
역사교육을 할 때 편향된 하나의 사실을 가르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 한국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로 역사교과서가 통일되면 ‘입시’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실제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역사교육을 ‘입시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교육과정이 어떤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어떤지, 교과서가 어떤 식으로 편집되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답하기가 어렵다
 입시 목적이 단순한 지식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도 말이 될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단순 암기하는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사회를 고민하는 실질적인 성찰로 이어지지 않는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화제를 바꿔보자. 당신은 ‘읽는다는 것의 역사’라는 책에서 글을 읽는 방식의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중세 독서법이 집단낭독에서 개인의 묵독으로 바뀌며 프라이버시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근대에는 출판산업 팽창에 따라 정독에서 다독으로 읽기습관이 바뀌면서 ‘원하는 것만 읽는 문화’가 확산됐다고 봤다. 지금은 책이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읽는다는 것의 역사’는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변화가 있고,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디지털 사회에선 물론 종이책이 인기를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디지털 역시 ‘활자문화가 가진 모습 중 하나’라는 점이 중요하다.
활자문화에 하나의 면이 늘었을 뿐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트위터로 한 시간에 3000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지만, 현실의 친구와는 다르다.
트위터를 한다고 해서 현실의 친구를 사귀지 않는 것도 아닌 것처럼 종이책이 주는 경험은 디지털활자와 다르다.
 따라서 실직적인 물질로서 활자가 존재하는 한 책과 신문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인간은 항상 새로운 정보를 찾는 특성이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발전하려 할 것이다. 결국 개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개개인이 이를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어진 정보가 편협한 것이거나, 정부가 하나의 역사를 가르치려고 할 때 시민이 자신 스스로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기에게 맡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동적 주체가 돼야 한다.”
 
파리=이하늬·금준경 기자                                    << 미디어오늘 >>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764 - 미디어오늘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