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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앤드루 테일러 <유령의 해부>
게시물ID : panic_569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2
조회수 : 37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9/03 18:45:20
"어제 밤에 유령을 보았어."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웃거나 무시하고 만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라도 상대가 잠에 취하거나 술에 취해서 헛것을 보았거나 아니면 다른 물체를 유령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유령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유령이 자신 앞에 나타날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늦은 밤에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서 걸어가고 있을 때, 한밤중에 잠에서 깨거나 가위에 눌렸을 때, '유령처럼 보이는 어떤 것'을 보게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까.

칼리지에서 발생한 사건

앤드루 테일러가 2011년에 발표한 장편 <유령의 해부>에서는 제목처럼 유령을 주요 소재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는 유령을 보았거나 유령의 말소리를 듣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등장한다. 작품의 배경이 현대가 아닌 18세기 후반의 유럽이니, 사람들은 비교적 유령이란 존재에 민감했을지도 모르겠다.

<유령의 해부>의 무대는 1786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예루살렘 칼리지다. 실비아라는 이름의 여자가 얼마 전에 기이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었고, 칼리지의 학생 프랭크 올더쇼는 실비아의 유령을 보았다고 주장하며 서서히 미쳐간다.

프랭크의 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사설 조사관으로 홀즈워스라는 인물을 고용한다. 홀즈워스는 사고로 아들을 잃고, 미신 때문에 부인과도 사별하고 빈털털이가 된 서적상이다. 홀즈워스는 부인을 잃은 후에 '왜 유령이란 존재가 환상에 불과한가'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한 책 <유령의 해부>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홀즈워스는 프랭크 어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케임브리지로 향하지만 그곳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다. 프랭크 올더쇼를 치료하고 있는 담당의사는 무슨 이유인지 홀즈워스에게 프랭크를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홀즈워스는 프랭크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한, 프랭크가 보았다는 유령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작가가 그리는 18세기 영국

작가 앤드루 테일러는 역사와 미스터리를 뒤섞는 것이 장기인 것 같다. 작가는 2003년 작품 <아메리칸 보이>에서 시인이자 소설가인 에드거 앨런 포가 영국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살인사건과 함께 뒤섞어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관련기사 : 한 살 때 사라진 아버지... 노숙자로 다시 만나다). 다만 <아메리칸 보이>가 실존 인물과 허구를 적절히 뒤섞었다면, <유령의 해부>는 허구에 더 큰 비중을 두었을 뿐이다.

아무튼 이렇게 역사와 미스터리가 섞인 작품을 읽다보면 당시의 시대상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배경과 인물은 모두 허구일지라도 작가가 묘사하는 시대의 분위기는 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한 것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작품의 배경인 18세기는 과학과 미신이 공존하던 시기이자 봉건시대가 끝나가던 무렵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인 만큼 홀즈워스처럼 이성을 중시하는 인물의 등장도 자연스럽다. 그는 유령 이야기를 가리켜서, 바보들을 속이는 덫이고 겁쟁이들을 옭아매는 올가미라고 표현한다. 유령 이야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이라고 주장한다.

이성과 미신이 혼재해있던 시기에 홀즈워스는 유령을 해부해서 그들의 허구성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그를 통해서 광기를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꼭 이 시대가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령은 꽤나 흥미로운 대상이다. 동시에 작가에게는 난해한 대상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사람 앞에 나타난 유령. 그 존재를 어떻게 이성적으로 설명할지, <유령의 해부> 같은 작품을 읽다보면 가장 먼저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기사 관련 사진
▲ <유령의 해부> 겉표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2619


여름은 지났지만 읽어 볼만한 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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