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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S 2013 시즌1 지역대회를 돌아보며
게시물ID : starcraft2_454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크샤사
추천 : 1
조회수 : 4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9/04 07:48:25
[스타2] 동기 감소의 시대: WCS 2013 시즌1 지역대회를 돌아보며

2013년 6월 3일에 쓰인 글입니다.

말도많고 탈도많았던 WCS 2013 시즌 1이 성대한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스타리그와 GSL의 통합, 포인트제의 도입, 상금 감소 등 WCS의 출범과 함께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과연 WCS의 도입이 게이머, 시청자, 리그 주최측, 스폰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아직 정확한 결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써는 명보다는 암이 커보입니다. 겉보기에는 WCS 2013 시즌 1은 성공한 대회로 보입니다. WCS 유럽은 16강부터 영어 스트림평균 시청자가 최소 3~4만명은 넘겼고 결승전때에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등등 전 스트림을 합쳐 최대 10만명 이상의 동시시청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WCS Korea GSL도  7만명 이상의 높은 스트림 시청자 수를 기록했고 북미는 결승전 시청자 4만명대라는, 인구와 시장규모에 비하면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청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정도면 처음치고는 성공 아닐까요?? 하지만 이상합니다. 다들 불만이 많아보입니다. 연맹 게이머들은 줄어든 상금에 불만을 표했고 북미 시청자들은 북미 WCS 상위권에 북미 선수가 한명도 없고 그나마 있는 비한국 선수들마져 4강에서 떨어져나갓다는 사실에 불평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스폰서들은 스폰서대로 이러한 상황을 지적하며 북미 씬이 한국 프로게이머들에게 점유된 상태로는 마케팅이 어려울것이라고 봅니다.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한국인 프로게이머들을 가지고는 마케팅에 필요한 화제거리, 스토리라인을 만들기 어렵죠.  이러한 상황에서 동시 시청자수가 몇만명이니 하는 이야기는 공하하게만 들립니다. 대회 자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WCS 유럽, 북미는 전부 야외결승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열렸습니다. 스튜디오에서 결승을 하니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자가 아무리 많아도 뭔가 흥이 안납니다. 무엇을 놓친 것일까요? 왜 겉으로 보이는 정량적인 지표들과는 달리 이 판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정성적인 지표들은 낮아보이기만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동기 유발의 실패라고 봅니다. 프로게이머들의 우승을, 상금을 차지하려는 동기, 스폰서들이 대회, 선수, 팀을 스폰하여 홍보효과를 얻으려는 동기, 대회주최측들이 대회의 상금규모, 방송시설, 기타 인프라를 키움으로써 다른 대회들과 경쟁하려는 동기 말이죠. 그리고 이러한 동기의 감소는 블리자드의 WCS 정책과 맞닿아있다고 봅니다.


1. 대회 주최측의 동기: 왜 이들은 스튜디오로 갓을까???
몇달 전 WCS 유럽, 아메리카의 일정이 발표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결승전 장소였습니다. 리그 시작 전 결승 장소는 보통 TBA(to be announced)로 명시되고 대회 도중에 대관이 되고 장소가 공지되죠. 하지만 이번 WCS 유럽/아메리카는 대회 결승은 처음부터 자체 스튜디오에서 한다고 못박아놓더라고요. 그동안의 해외 대회 규모와 오프라인 관객수를 감안하면 정말 의아합니다. 한국에서야 충성스러운 팬층이 적다보니 결승전 대진의 화제도, 결승 종족, 장소의 접근성에 따라 모선이 떳다느니 **절이니 하는 비참한 사태가 벌어지지만 외국에서야 기존의 강철오징어나 IEM 카토비체같은 대회의 흥행을 감안하면 결승 대진이 아무리 안좋아도 최소 3~4천명은 우습게 찍을텐데 말이죠. 
왜 MLG와 ESL은 실내 스튜디오 결승을 선택할 것일까요? 관계자가 아닌 저로써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블리자드의 대회 통제때문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번 WCS가 출범하면서 gsl은 그동안 유료로 판매하던 720p 해외 스트림 시청을 무료화하였습니다. 그리고 gsl의 상금규모도 기존보다 줄였고 블리자드가 아닌 다른 스폰서가 추가 상금을 주는것도 막았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블리자드 측에서 WCS를 개최하면서 고화질 스트림 뿐만 아니라 입장료까지 무료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입장료가 없다면 관중이 아무리 많아도 돈이 되지 않죠. 오히려 관중이 많으면 넓은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관료가 더 듭니다. 물론 블리자드에서 막무가내로 이런것을 강요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대회를 개최하는 MLG와 ESL에게 스트림 / 입장료 무료화로 인한 기대수익 감소를 상쇄할만한 자금을 지원해 주었겠죠. 하지만 MLG와 ESL도 사업체인 이상  이들의 관심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얻는데에 집중되어있을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결승전 야외개최보다는 스튜디오 개최가 더 좋을것입니다. 블리자드측에서 의도한 바는 아니엇겠지만 결과적으로 대회 주최측에서 대회를 성대하게 개최할 동기를 앗아가 버린거죠. 

다른 해외대회들도 뭔가 이상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에 발표된 MLG spring championship의 경우 총상금이 7만 5천달러에서 2만 5천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ASUS ROG Summer 대회도 총상금이 똑같이 2만 5천 달러로 감소하였습니다. 참고로 2만 5천달러는 블리자드측이 세운 1 tier 세계대회의 기준입니다.  즉 1tier 대회의 최소 요건만 충족시킬 정도로 총상금을 줄여버린 거죠.

이건 왜일까요?? 블리자드가 다른 세계대회들이 WCS 지역대회보다 높은 인지도와 권위를 얻는 것을 막기 위해 여타 대회들의 상금규모를 통제한 것일까요? 뭔가 음모론적이긴 하지만 매혹적인 설명입니다. 충분히 가능해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것도 동기의 결여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2의 출범 직후부터 작년까지 해외 대회의 상금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왜냐하면 대회의 권위는 상금규모와 직결되어있으니까요. 상금 규모가 클수록 게이머들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커지고  경쟁력있는 (다른 말로 하면 스트림 시청자 및 오프라인 관객을 끌 티켓파워를 소유한) 게이머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작년까지는 대회끼리의 일정이 겹치는 일들이 잦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티켓 파워를 가진 게이머들이 다른 대회가 아닌 자신들의 대회로 오게 만들려면 상금 규모를 늘리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WCS 2013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WCS를 제외한 다른 대회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블리자드가 직접 운영하는 WCS를 넘어서는것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죠. 그리고 대회의 권위도 상금 규모가 아닌 블리자드측에서 정한 tier 1,2,3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바뀌었고요. 블리자드의 교통정리로 인해 대회들 간의 일정이 직접적으로 겹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거기다가 기존에는 상금 규모를 높여서라도, 혹은 시드를 줘서라도 모셔가야했던 탑금 게이머들이 이제는 WCS 포인트를 얻기 위해 적은 상금도 감수하고 참여할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라도 상금을 줄이고 그돈을 다른데에 쓰겠네요.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아니, 타 대회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금에 쓸 돈을 다른데에 쓰는게 더 효과적인 방법일수도 있겠네요.  


2. 게이머들의 동기: 기대수익의 감소와 수행간의 상관관계
이번 WCS Korea GSL에서 가장 두드러진 경향성은 케스파의 약진과 연맹의 부진입니다. 결승도 케스파 선수들끼리의 대진이였고 전반적으로 32강에 연맹 선수들의 숫자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혹자는 이걸 보고 케스파 시스템의 효과가 상당하다고 평하기도 하였고 예전 프로리그 병행 직후 좀 보이다가 한동안 잠잠하던 우생학자들은 역시나  케스파와 연맹의 재능 차이라는 떡밥을 다시 꺼내들기 시작했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연맹의 몰락 역시 위에서 언급한 상금 감소와 이에 기인한 동기의 결여와 관련있어 보입니다. 이전에 다른 분들이 언급했듯이 케스파 선수들은 연봉을, 연맹 선수들은 우승 상금을 위해 게임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망고식스 GSL부터 우승상금이 원래 5천만원에서 2천만원대로 감소했죠. 거의 10년전 온게임넷 스타리그가 처음 시작할때의 상금 수준입니다.  지난 10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보정한다고 해도 여전히 적은 금액입니다.  상금이 반토막 난 것은 기대수익이 반토막 난 것이죠. 물론 냉정하게 따지자면 8강권이나 다른 입상권 상금은 늘어났습니다. 이런것을 따지면 우승권이 아닌 게이머들에게는 오히려 기대수익이 증가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 및 경제학이 밝혀냈듯이 인간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수학적 계산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그런 homo economicus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결정 (decision making) 과정은 감이나 다른 비과학적인 정보에 의존한 heuristic한 추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우승권이 아닌, 오히려 이득을 보는 8강권 게이머들 입장에서도 우승상금 반토막에 멘붕이 안올 수 없죠. 그리고 모든 게이머들의 목적은 우승입니다. 뭐 케스파에는 우승따위 필요없고 프로리그 다승랭킹에 이름을 올려서 연봉이나 높여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게이머도 극히 소수(100명중 1명쯤은 있을수도 있겠죠)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케스파건 연맹이건 해외팀이건 거의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은 우승을 위해 싸웁니다. 그런데 우승상금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동기유발이 될까요?  돈이 아닌 트로피를, 명예를 위해 싸운다고 하더라도 그 트로피의 가치와 명예는 결국 우승상금의 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자본주의죠. 이런 상황에서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한 동기마저도 감소할 수 밖에 어렵다고 봅니다.  그리고 동기가 감소하면 연습의 질도 떨어지고 그 결과 수행 수준 역시 감소할 수 밖에 없고요...개인적으로는 이게 연맹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3.  글을 마무리하며...
위에 글들을 요약하자면 '지나친 통제에 기인한 동기 감소'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동기가 없다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죠. 아니, wcs 시즌 1 상금을 고려해보면 돈을 제대로 쓰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네요. 하여튼 WCS 시즌1도 끝나가고 있고 조만간 시즌 2가 시작할 것입니다. 아마 빠르면 시즌 2, 늦어도 시즌 3 즈음에는 뭔가 블리자드측에서도 조치   및 개선사항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와서 WCS 시작 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이미 만들어진 틀을 최대한 활용하는 범위 내에서 개선이 있어야 할텐데 가능한 한 지나친 통제보다는 자율성을 살리는 쪽으로 나아갓으면 좋겠습니다. 자율성 없이는 어떠한 동기 유발도  어려우니까요. 다른 일이 있어서 글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pgr21.com/pb/pb.php?id=free2&no=5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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