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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로켓 참사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6212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스테크
추천 : 45
조회수 : 3776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2/02 00:40:06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2/01 12:50:59

 지난번에 올린 중국의 로켓 참사 이야기와 궤를 같이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러시아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러시아의 참사는 중국의 참사와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중국의 경우는 기술 부족으로 인한 사고였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사고는 인간의 실수로 일어난 완벽한 인재에 해당합니다.


 이야기는 1960년, 소련의 레닌스키 우주센터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소련은 새로운 로켓(R-16 ICBM, 미국명 SS-7)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ICBM)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었죠. 하지만 다른 군용 미사일과는 다르게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이드라진이라 부르는 액체연료인데, 부식성과 폭발성이 매우 높아서 다루기가 매우 까다로운 연료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이번 나로호에서는 다른 종류의 액체연료가 사용되었습니다.


 R-16 개발을 후원하던 네델린 원수는 로켓을 혁명기념일에 맞추어 성공적으로 발사하고싶은 열망이 매우 강했습니다. 따라서 로켓의 시험발사일을 10월 24일로 선정하고 감독관들을 비롯한 기술자들을 재촉했습니다. 실제로 안전을 위한 여러가지 테스트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심각한 문제점과 함께,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안전상의 문제점이 맞물려 사고를 내게 됩니다. 나로호 발사를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액체연료는 발사하기 불과 수 시간 전에 주입합니다. 하지만 R-16로켓은 로켓을 점검하기위해 작업자들이 발사대 근처에서 작업을 하던 그 시점에 이미 액체연료를 탱크에 주입한 상태였습니다. 이것이 불행의 첫 번째 시작이었습니다.


 두 번째 불행은, 작업자의 실수로 연료탱크의 보호막이 파열되면서 일어났고


 세 번째 불행은, 발사를 서두르기 위해 보호막을 교체하기보다는 보호막이 녹아내리기 전에 발사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며


 네 번째 불행은, 발사를 서두르기 위해 후원자인 네델린 원수 본인과, 현장 관리자와, 과학자와, 기술자의 대다수가 안전벙커를 벗어나 로켓 근처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불행은 로켓의 내장 배터리가 살아 있었으며, 실험을 위해 안전장치가 벗겨져 있는 상태였다는 점이며


 여섯 번째 불행은, 로켓의 발사 시퀸스 프로그램인 PCD가 점화 밸브를 열어 두 번째 엔진에 시동을 걸면서 시작되었고


 엔진의 화염이 연료탱크를 휩싸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불행한 대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폭발 당시의 영상



화염에 휩싸인 관리자들



로켓의 잔해




 네델린 원수를 비롯한 과학자, 기술자 수십명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사망했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사람들은 유독가스에 중독되거나,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사망하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약 200여명에 달하는 과학자와 기술자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소련 당국은 사실은 은폐하는 한편(사망자의 가족에겐 비행기 사고로 인한 사망사로 전해졌습니다) 현장 검증에 나섭니다. 심각한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로 판단되자 소련 당국은 책임자 처벌에 나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발 책임자인 미하엘 양길은 사고 당시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가 참사를 면하였습니다. 그러나 개발 책임자로서 문책을 피하기 어려웠죠. 후르시초프 공산당 총리는 미하엘 양길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왜 살아있나?"


 하지만 훗날 소련의 서기장이 되는 레오니드 브레즈네프는 '처벌받을 자가 있다면 이미 화염에 휩싸여 죽은 자이다. 처벌은 그것으로 족하다'며 살아남은 자들의 처벌을 막았습니다.




 한 순간에 200여명이나 되는 로켓 과학자, 기술자를 잃은 소련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로켓 개발을 멈추지 않고 결국 당시의 개발 책임자인 미하엘 양길은 1년 뒤인 1961년, 원한의 R-16 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게 됩니다. 이 사건 이후 소련은 보다 안전한 로켓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참사와 아픈 실패를 겪고 난 소련은 세계에서 미국과 더불어 우주기술 강국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피와 눈물로 이루어진 로켓 기술이 고작 십여년 사이에 돈 몇푼 쥐어준다고 뚝딱뚝딱 만들어지는게 아닙니다. 아무쪼록 끈기있는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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