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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사교성이 좋지 못합니다.
게시물ID : mabinogi_62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너구리찡
추천 : 7
조회수 : 613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4/05/06 00:21:22
현실에서든 게임에서든 똑같이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 같은 걸 잘 조절 못해요.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까, 말다툼이 생기거나 아예 매정한 사람으로 보거나...

가까워지려고 이것저것 주다 보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하거나, 아예 호구로 보거나...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하냐면 제 문제를 조금 해결해 보고 싶어서요.

다들 아시겠지만, 마비노기에는 초보자 채널이라는 게 있어요.

초보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하면서 노는 채널...이 원래 의도였겠지만, 촙챈에는 초보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그래도 거기 올라오는 채팅 보고 있으면 재밌기도 하고, 가끔 끼여서 이야기하면 좋아요.

그런데 '초보자 채널 맨날 자기들끼리 모여서 잡담만 하고, 초보자 와도 무시하더라' 하는 얘기가 가끔 들려서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초보자가 뭐 물어보면 대답도 열심히 해주고, 이것저것 도와줘야지. 그러면 그런 얘기 안 나올 거야.'

그리고 며칠 전,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 분이 뭔가 물어보시길래 냉큼 대답해 드렸더니 친구 추가해도 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러시라고 했죠. 이제 친구 추가해놓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려나 보다 했으니까요.

그리고 잠시 뒤 1:1 메시지가 딩동.

"님, 혹시 여자옷이나 갑옷 있으세요?"

처음 시작하면 옷도 없고 하니까 도와드려야겠다 싶어서, 마침 펫에 방탄 위롭 세트가 있길래 제일 예쁜 거 꺼내고, 아까 전에 법사 한다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 마포도 긁어 모으고, 그 옆에 있던 크아원도 꺼내고, 법사라도 칼은 있어야지 싶어서 울헌 배틀 숏 소드 한 쌍 챙기고, 초보자 스크롤 묶음도 챙기고, 은행에 있던 상어로브도 꺼내고...

저도 그렇게 좋은 걸 많이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일단 저렇게라도 드리면 초반에는 그냥저냥 쓸만하겠지 싶었어요.

만나서 드리고 나서 좋아하시는 거 보니까 저도 흐뭇하더라고요.

'이렇게 또 한 명의 초보자를 도왔구나. 뿌듯하네.'

그런데 분명 제가 옷을 드렸는데, 그 뒤에도 계속 초보자 채널에서 "여자 옷이나 갑옷 있으신 분~" 하시더라고요.

위롭이 별로 마음에 안 드셨나 싶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옷 줬는데 또 그러고 계신 거 보니까 씁쓸하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드린 위롭이 별로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했더니 그건 아니라길래 그런가 보다 했죠.

그 뒤에 모자 혹시 없냐고 해서 영리한 위습 토크모도 드렸는데, 지나고 나서 만났더니 다른 거 끼고 계시고...

무기 더 강한 거 없냐고 하시길래, 마비는 인챈트랑 그런 거 다 된 무기 처음부터 낀다고 막 세지고 그런 건 아니라고 설명드리고...

그래도 그때까지는 처음이라 그런가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었던 건 그 날 밤이었어요.

G1 하다 보면 알베이를 돌잖아요. 그걸 해야 한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갔습니다.

빨구였나 녹구였나... 아무튼 검구 바로 앞 던전이었는데, 출발할 때는 하하호호하면서 출발했어요.

던전을 다 돌고 보상방 구석에 있는 검은구슬을 때리면 구슬이 나오는 구조인데, 몇 대 치다가 마시길래 왜 그런가 해서 제가 쳤더니 구슬이 툭.

그래서 죄송하다고 하고 다시 한 번 돌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은 거예요.

캐시를 만원 정도 지를 건데, 뭘 하면 좋냐길래 이것저것 얘기해줬죠.

카라젝은 복권 같은 거고, 장개킷 같은 거 사다 팔면 좋을 거다... 아니면 펫 사는 것도 괜찮다. 뭐 이런 얘기?

그리고 펫 보여주려고 꺼냈는데, 타기 요청이 들어와서 태웠어요.

그랬더니 "저...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

날 택시로 보나 싶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어차피 저 혼자도 깰 수 있고, 제가 실수해서 한 번 더 도는 거니까 그러라고 했어요.

솔직히 계속 옆에서 욕하고 있는 것도 보기 무서웠거든요.

그렇게 돌고 나와서 이번에는 검구를 가는데, 저를 가만히 보더니...

"님, 그 뒤에 연기나는 건 뭐예요?"

"이거 로브에 달린 효과예요."

"아... 저도 그런 거 갖고 싶은데..."

'지금 나한테 사달라는 건가? 아니면 그냥 갖고 싶다는 건가?'

결론이 안 나서 그냥 어물어물 넘어갔는데...

"저 전재산 14만 밖에 없어요. 님은 왠지 돈 많으실 것 같은데..."

'뭐지? 역시 사달라는 건가?'

하지만 아무리 초보자를 돕는다고는 해도, 포워르 로브까지 사주는 건 좀 무리다 싶어서 이번에도 그냥 넘어갔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타겟이 제 등에 달린 여우낫으로 변경!

"그 낫으로 때릴 수도 있어요?"

"네, 근데 저는 그냥 장식용으로 메고 다녀요."

"아.. 나도 그런 장식용 갖고 싶다..."

'로브가 안 되니까 낫으로 바뀐 건가? 근데 초보자한테 이 낫이 꼭 필요한 건가?'

이번에도 역시 어물어물하면서 넘어가고, 드디어 검구 클리어!

최종무곡 던전을 돌기 위해 입장한 뒤, 저는 방금까지 차고 있던 너클 대신 랜방으로 바꿔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오! 님, 그거 뭐예요?"

"랜스요..."

"멋있다... 저 한 번만 차보면 안돼요?"

"아... 이건 제 전용템이라 거래가 안돼요..."

"저도 그런 거 갖고 싶은데..."

"그러면 이따 던전 나가서 초보자용 랜스라도 드릴게요."

"진짜죠?"

그러고서 돌고 있는데 "님 근데 몇 살이예요?"

저 게임에서 나이 얘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닌데, 요즘따라 유난히 그 나이 먹고 아직 게임하냐는 소리를 듣다 보니까 얘기하기 싫어서 그냥 "아직 학생이예요." 했어요.

또 안 물어보길래 됐나 보다 싶어서 한참 또 도는데, "님 그러니까 몇 살이예요?"

대답 안 하면 계속 물어보겠지 싶어서 솔직히 대답했더니 "아, 나보다 형이네? 전 고삼."

차라리 저보다 나이 많았으면 하고 바랐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제가 사람 대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저보다 어린 사람은 도무지 대할 방법을 모르겠거든요.

그때부터 진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게임했네요.

편하게 하라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한테 반말하는 것도 불편하고...

자기는 이게 편하다면서 반말로 말 거는 것도 불편하고...

얼른 부랴부랴 깨고 나와서 여차저차 하다가, 끄고 자러 간다길래 그 날은 그걸로 끝.

하루 정도 오프라인 상태로 숨어 있다가 어제 새벽부터 용지염 파느라 온라인으로 해놨더니 다시 딱 걸렸네요.

그 날 주기로 했던 랜스 주면 안되냐 그래서 주고...

제가 잘못한 걸까요?

잘못한 거겠죠?

어디서부터 잘못한 거죠?

대놓고 불편해서 그만 엮이고 싶다고 하면 나쁜 거죠?

뭐라고 해야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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