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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신나는 오유 연병장
게시물ID : sisa_4357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또복
추천 : 2
조회수 : 33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9/04 18:34:53
 종북이라면 종북이다. 맥락과는 상관없다.
 빨갱이라면 빨갱이다. 사실과는 상관없다.
 좌빨이라면 좌빨이다. 이유따윈 상관없다.
 
 통진당 내란음모 사태가 이석기 체포동의안 통과로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오유에선 여전히 종북에 심히 놀란듯 종북 사냥몰이에 한창 열을 쏟고 있다.
 여기에는 어떠한 논쟁다운 논쟁도,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의견 교환도,
 합리적인 이성도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존재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아무리 거짓말을 남발해도 종북에 대해선 여전히 신용할 만한 구석이 있나 보다.
 지금까지 세간에 흘러나온 정보들은 대부분 국정원과 보수 언론들의 필터링을 거쳐 나온 것이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통진당은 피해자 의식에 속시원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야권은 덤탱이를 씔까봐, 불똥이 튈까봐, 혹은 본인들의 정치적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상할까봐
 '국정원이 더럽긴 해도 어쩔 수 없지...' 하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
 
 진실은 뒤엉킨 이해관계와 설왕설래하는 무의미한 정파 논리에 가려져 있는 가운데
 명확하게 남아 있는 것은 (허황된) 종북과 애국의 논리뿐이다.
 오유 시사게에서 통진당을 혐오하고 종북을 퇴출해야 한다는 자들의 논리는 이러하다.
 진보적 가치는 중요하지만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세력과 남한과 적대 관계인 북한과 내통, 찬양하고
 국가 전복을 꾀하는 세력을 색출하고, 쫓아내는 것이 애국 아닌가?
 여기에서 이들의 논리는 국정원과 보수 언론의 이해관계를 함께 한다.
 어쩌다 말이 통한 것일까? 그럴리가. 아마 이들은 청와대 근처 요정에서 술을 마시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을 거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원 사태와 촛불 집회가 지난 2009년의 거대한 항쟁처럼 확산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언론 통제, 유치원 같은 청문회, 일방적인 무시와 폄훼 등.
 그런 차에 터진 이석기 내란음모. 
 나는 통진당원도 아니고, 이석기과 이정희, 김재연을 지지하는 사람도 아니고,
 통진당 이전의 민노당에서부터 발현되어 오던 주사파와 NL 논리에 학을 떼던 사람이다.
 하지만 진실은 오로지 당사자들만 알고 있을 것이고, 이것은 적법한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조금만 복습을 해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 조현오 경찰 청장은 지금 무죄 선처를 빌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숱한 공약들. 4대강 사업, 원전 수출, 원전 개발 등. 모두 거짓말에 비리임이 드러났다.
 선거를 앞두고 난데없이 튀어나온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지금은 자료마저 사라졌다. 포기 발언은 어디 있었나?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경찰 수사. CCTV 앞에서 삽시간에 말을 바꾸고 증거를 지우던 경찰들.
 일베의 어린 애들한테 절대 시계 나눠주면서 주변에 이상한 애들 있으면 신고하라는 국정원.
 문 안 열어주고 감금 당했다며, 인권 유린 아니냐며 숨어서 항변하던 국정원 김 직원.
 사장이 청와대 끌려가서 쪼인트 맞던 언론사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
 지금 이게 국가가 돌아가는 상황이다. 이것이 물타기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정말 이상한 거다.
 어떤 상황이 터지고, 그 상황을 풀어가는 꼴이 지금까지 이랬는데
 여전히 이들을 믿고, 이들의 말을 신용하는 건 심각한 정신분열, 영화 <메멘토>에서 10분마다 기억을 잃는 환자와 같다.
 
 상식과 애국을 논하기 전에 지금 자신의 생각이 합당한 것인지를 곱씹어보자.
 그냥 감정에 열이 올라서 야구 경기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 풍선 방망이를 뚜들기는 꼴이 아닌지,
 가족 오락관의 남성팀, 여성팀을 갈라서 상대편을 증오하는 꼬락서니가 아닌지 1초라도 생각해보자는 거다.
 논쟁의 가치는 누가 이기고 지고, 치욕을 느끼게 하고, 얼굴을 붉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에 있다.
 여기에서 자신의 상식이 타인의 상식과 같은지, 아님 상식과 사실과는 상관없이 땡깡을 부리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 오유는 군대 연병장과 같다.
 군대에선 생각이 불필요하다. 적대하는 상대와의 치열한 경쟁뿐이다. 상대를 인격적으로 대해선 안된다.
 박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종북이라면 종북이고, 빨갱이, 좌빨이라면 빨갱이, 좌빨이다.
 아무도 이러한 규정에 대해 의문시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도 없고)
 개가 주인이 던지는 부메랑이 중국산인지 러시아산인지 고민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맹목적적이고, 열광적인 이러한 문화는 특정 정치 논리에 휘둘리기 쉽다.
 아직도? 계속? 앞으로?
 
 지금 시사게의 분위기는 몇몇 사람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북한과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보수 언론의 그것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북한과 보수 언론의 공통점은 상대 진영,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데에 있다.
 놀라운 순혈주의.
 이번에 오유에서 통진당원을 몰아내면 그 다음엔? 친노파? 문재인(혹은 안철수) 지지자? 민주당원? 진보당원?
 그렇게 남은 순혈이 일베에 가까울 것이다. 다양한 의견과 입장의 위계 질서 없는 난립, 혼란이
 민주주의의 가치이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삶에 가까운 형태이고, 실제 남한이 법으로 표방하고 있는 사회다.
 자신이 마음에 안 든다고, 설령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혐오하고 배척하는 집단은 파시즘이다.
 북한, 보수 언론, 새누리당, 일베 등. 싫은 애랑 놀기 싫다고 따돌리는 어린 애들.
 
 나는 이제 통진당 사태에 관하여 함구할 것이다. 
 더 이상의 논쟁(혹은 비난)은 불필요하다. 우리 삶을 낭비하는 짓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게시판에서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니 편 내 편 가르고 분탕질하다
 할 일 없이 키보드 뚜들기던 몇몇 강경파들만 게시판에 남아 설치는.
 그럴 필요 있나? 그 시간에 각자의 신념에 맞게 현실 속에서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오유에게 아주 조금의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써, 또한 조금의 기대를 품은 사람으로써
 합리적인 논쟁과 조금이라도 유가치한 대화가 오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남긴다.
 (비록 가입한 지 얼마 안되지만...)
 
 그리고 끝으로,
 제발 애국하지들 마라.
 애국이란 이름으로 타인의 진정성을 마구 짓밞고 자기네 잇속 챙기고.
 정말 나라를 사랑한다면 이 시간에 통진당 따라다니면서 욕하지 말고
 주변 관계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 자치 문화에 신경을 쓰는 것이 훨씬 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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