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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처음 경찰에 신고해본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621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당무
추천 : 5
조회수 : 327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2/26 11:27:17

통장 잔고가 없으므로 음슴체.





초등학교 4학년 가을, 본인은 친구들과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의 유행보다 1년 일찍 조난의 재미를 깨우쳐 한 달에 두어번 집 뒷산인 인왕산을 비등산루트로 올라 조난당하다가 저녁 어스름해질 무렵 기어내려가 각자 부모님께 등짝 스메싱을 당하는것이 일과였음.

그 날도 어김없이 간식과 손전등, 휴대전화를 챙기고 저녁 늦게까지 인왕산을 해매다가 내려오는 길이었음.

예상보다 해가 일찍 떨어지는 바람에 희미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서 산을 기어내려오는 스릴을 만끽 중,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것으로 생각되는 오솔길 초입에서 커다란 고목에 매달린 무언가를 발견함.

지금이야 그 사건으로 인해 알 사람은 아는 유명한 나무지만 그 때는 그냥 길가에 있는 흔한 나무였기 떄문에 아무도 신경을 안쓰고 있었음.

조난놀이라는 설정에 날까지 어두우니 모두의 마음속에 괜한 공포심과 재미가 솟아올랐나 봄.

누군가 "사람이다"한마디를 장난으로 중얼거리자 그 자리에 있는 다섯사람 모두 얼어붙어서 재 나름대로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음.

여자애 둘은 무서워서 꺅꺅 소리지르며 뭔지 빨리 보고오라고 재촉하고 있었고 남자 셋은 괜한 쎈척+자기도 무서워서 뭘 확인하느냐, 보나마나 쓰레기라면서 지나가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음.

한창을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우리 다섯의 시선은 모두 그 검은 물체에 고정되어있었음.

그런데 한 순간 그 물체가 바람에 밀려 흔들- 하는 순간에 도심 불빛을 배경으로 손가락이 분명한 몇개인가의 돌기의 실루엣을 나는 똑똑히 봤음.

아무도 눈치 못 챈 모양인지 다들 실랑이 하기 바쁘고 나 혼자 순간적으로 오싹함을 느끼며 정신이 말끔해졌음.

저게 무엇인가 확인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홀린듯이 그 물체에 다가갔음.

친구들은 갑자기 넋 나간듯이 걸어가는 나를 보고 패닉에 빠져서 소리를 지르고 울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난리가 났음.

한편 그 물체 바로 앞까지 다가간 나는 그 물체 위에 싸인 검은 비닐을 살짝 들춰보았음.

빵꾸나서 더러운 작업복 바지에 한떄는 하얀색이었을 회색운동화.

무서운 마음은 들지 않고 뭔가 야릇한 기분을 느끼며 아주 천천히 뒤로 돌아와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경찰이 오는걸 기다렸음.

내딴에는 이 사실을 말해주면 친구들이 졸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고 있었고, 당연히 친구들은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감지하고 완전패닉에 빠져서 다들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음.

다행히 민가 근처라 경찰은 금방 왔음. 아마 초등학생들이 인왕산에서 조난당했다는 생각에 빨리 온것으로 생각함.

몇가지 간단한 확인절차 후 경찰차에 우리를 태우려는 경찰아저씨들을 불러 그 매달린 사람의 이야기를 해주니 경찰아저씨는 어린애들의 상상을 받아주는 어른의  표정으로 매달린 사람에게 다가갔음.

10분이 지나도 아저씨가 돌아오지 않더니 과학수사차량과(지금와서 다시 기억하자면, 그 때 기억으론 그냥 큰 경찰차였음) 경찰차 두어대가 더 올라왔음.

이후에 한 번 최초발견자로 부모님과 경찰서에 동행한것 외에는 그 시신이 누구였고 어떻게 됐는지는 전혀 소식을 듣지 못함.

그리고 그 사람이 매달려있던 미루나무는 동네 어르신들이 불길하다며 가지를 잘라버려 지금은 휑한 민둥나무임.

10년 전 기억인데도 아직도 그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처럼 똑똑히 기억이 남.


다운로드.jpg

이런 모습으로, 꽤 두꺼운 비닐을 뒤집어 쓰고 전선줄에 매달려있었음.

그 전선줄은 아직도 그 나무 밑둥에 묶여있음.

몰론 그 나무가 아직도 남아있는지는 불명, 마지막으로 확인한것이 3년 전.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 학교에서 한때 유행하던 인왕산 자살나무 괴담이 아마 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것으로 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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