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저희 아버지는 간암을 판정받으셨습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선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고 서울에서 제일 유명한 종합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색전술도 여섯 차례 받으셨고 방사선 치료도 하셨지만
올 초에 극심한 통증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간암 집중 치료실에 입원하셨는데 그곳에는 저희 아버지와 비슷한 분들이 네 다섯분 입원해 계셨습니다.
이틀 째 되는날 갑자기 환각 증세가 나타났고.. 평소에 과묵하시던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시는겁니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
립스틱도 안바른 저에게 얼굴이 빨갛다며 지우라고 하시고.. 제 동생도 못 알아보셨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거 저도 알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억지로 눈물을 참았습니다. 울어도 절대 아버지 앞에서 울지 말아야지 하고 참았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보면서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봤습니다.
환자 모니터하는 컴퓨터로 명품가방 쇼핑하시는 간호사 선생님을 봤습니다
그 전날 볼펜으로 실수로 저희 아버지 환자복을 찢으셨다고 어머니한테 들었습니다. 누워있는 환자한테 환자복 갈아입히는거 힘든거 압니다
그래도 저희가 말하기 전에 미리 갈아힙혀 주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말 안하면 모를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이틀 후에 더욱 병세가 악화되어 ,간호사들이 바로 뒤에 있는 치료실로 옮겨졌습니다. 저희 어머니와 저는
산소통을 체크 해달라고 한번 말했었습니다. 물이 있었는데 물이 없어졌다고..혹시라도 물이 없어지면 산소호흡기가 안될까봐
물어봤지만 물이 없어도 호흡할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런가보다 헀습니다.
2월 3일 눈이 많이 오던날..
바이탈 체크하는 기계같은게 부착되었는데, 저희 어머니랑 작은어머니가 아버지 곁에 있으시다가
갑자기 저를 부르는 겁니다. 칫솔 갖다놓다 말고 뛰어와서 보니까 아버지 호흡이 이상하게 가쁘다는 걸 느꼈고
간호사선생님을 크게 부르니까 그제서야 오시더니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의사선생님 한분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0월 0일 0시 000님 운명하셨습니다 "
어머니 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고 아무말도 안나오고 눈물만 흐르더군요.
대학교때 아버지가 몰래 제 구두에 만원 넣어주셨던 기억.. 그리고 제가 신종플루 의심받아서 방안에 혼자 있을때
웃으면서 계란빵 사들고 오셔서 아빠는 건강하다고 괜찮다고 하셨던 기억... 그런 아버지가 제 눈 앞에서
떠나셨습니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오빠랑 동생한테 연락을 하고 올때 까지 아버지곁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옆에서 , 나이드신 간호사선생님이 새내기 간호사선생님한테 거즈를 이렇게 하면 어떻하냐, 그 다음은, 그 다음 해봐,
훈계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호과에서는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안 가르쳐 줬습니까? 교육시켰다는게 잘못되었다는것이 아닙니다.
굳이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 옆에서 그런 쓰잘데기 없는 교육을 왜 하냐는 말입니다. 그깟 거즈 정리하는것이 돌아가신 분보다 더 중요하다는것인가요?
솔직히 그때 너무 화가 났지만 , 아버지에 대한 슬픔이 더 커서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환자들도 환자이기 전에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남편이고 사랑하는 가족입니다.
본인 아버지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옆에서 명품가방 쇼핑하고 다른 간호사 훈계하고 있으면 기분이 어떨것같습니까?
누구보다 힘든 시기인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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