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역사는 마음인가 fact인가
게시물ID : sisa_6216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매인생
추천 : 3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1/05 00:14:20
옵션
  • 펌글
(안티딴지일보 펌)

요번에 김제동은, 역사를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윤서인은 그 말에 반대하면서, 역사는 팩트이지 마음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 윤서인은 김제동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했거나, 최소한 "김제동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윤서인의 주장을 최대한 이해하는 쪽으로 생각하자면, 아마 윤서인은 김제동이 얘기한 "마음"을 "그때그때 달라지는 여론의 변덕"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이랬다 저랬다 하는 변덕이 역사"라는 주장을 했다고 여긴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 말에 반대하기 위해서, "어떻게 변덕이 역사일 수 있겠는가. 객관적인 사실이 역사다."라고 의견을 편 것은 아닐까.

윤서인이 만약 김제동의 주장을 "그때그때의 변덕이 역사다"라고 주장했다고 해석했다면, 윤서인의 지적은 나름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해석했다면, 윤서인은 역사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철학과 인과관계에 대한 학습이 모자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진실과 인과관계를 따져 생각하는 훈련이 안 된 상황에서만 위와 같은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Fact와 Truth에 대해 좀 얘기하자.
사람이 어떤 재미있는 영화를 보아서 (그 영화는 정말 눈물나게 웃긴 코미디라고 치자) 웃고 있고, 그 사람의 표정을 계속 촬영한 후 영상을 하나하나 떼어보면, 가끔가다가 우는 듯한 표정이 잡힌다.
그 표정을 잡았을 때, 이 사람이 울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fact고, 이 사람이 웃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truth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context(맥락)이 나올 수도 있다.

윤서인은 역사가 fact라고 했다. 그 말은 일견 타당할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역사를 fact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심한 부족함을 안게 된다. 위의 예로 설명하자면, 웃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이 사람이 울고 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역사를 fact만으로 설명할 때의 문제점이다. 따라서 fact만으로 역사를 판단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예약한 생각이다. 윤서인은 지금 그러한 역사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으로 겪고 판단한 내용까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김제동이 지적한 "마음"의 내용이다.

예를 들어 보자. 
Fact를 가지고 얘기하자면, 안중근과 윤봉길 등등은 살인자다. 어쨌든 사람을 죽였으니 살인자가 맞지 않는가. 이것이 "fact"를 가지고 역사를 재단한 결과다. 그리고 안중근과 윤봉길이 왜 거사를 벌였는지까지 감안하고 그 거사의 의미가 보편적인 인간 정의에 있어 어떠한 위치를 갖고 있는지까지 함께 감안한 것이 "마음"으로 역사를 판단한 결과다.

한가지 더 얘기하라면, 설령 역사를 fact만으로 판단하려 할 지라도, 그 fact를 정말 성의있고 충실하게 감안한다면 그것은 점점 truth와 context에 근접하게 되고 마음으로 이해한 역사에 가까와진다. 근접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튼튼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fact의 중요성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렇게 "정말로 fact의 충실한 감안을 하라"고 하면 안한다. 
Fact의 중요성을 주장한 이들이, 막상 fact를 정말로 중요시하라고 하면 안한다는 말이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자신이 왜곡하고 싶어하는 방향에 도움되는 fact만을 선별적으로 취하고 싶어한다. 여태까지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이 "fact의 선별적 취사선택을 통한 왜곡을 원한다"는 말을 안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말을 노골적으로 말하자니, 자신들이 생각해도 정당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훈련은 하루이틀에 그 성과가 나오는게 아니다. 역사를 판단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판단력이 필요하고, 판단력 이전에 철학이 필요하고, 철학 이전에 양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판단력이나 철학, 양심이라는 것은, 어제까지 없다가 오늘 갑자기 생기는게 아니다. 어제까지 있던게 오늘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 때문에 꾸준한 독서와 사색, 그리고 토론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사람이 정치나 사회에 대해 논의를 하면, 그 논의가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보탬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방해 및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그런 식의 사회적 낭비를 범하는 사람, 일부러 사회적 낭비를 조장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숱하게 넘쳐나는 것이 21세기 초반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다.
출처 http://www.antiddanzi.com/bbs/view.php?id=article_main&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8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