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 사실을 아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학생의 날’이라고 해서 꽤 중요한 기념일이었습니다. 아마 제 연배들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라고 하면 생소할지 몰라도 ‘학생의 날’은 기억을 하실 겁니다.
86년 전 광주에서, 광주고보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학생들의 항일시위는 이듬해 3월까지 전국적인 학생들의 항일시위로 확산됐습니다. 3.1운동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항일독립운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광주학생의거라고 불렀고, 요즘은 광주학생항일운동이라고 합니다. 이후 학생들이 대구 2.28 학생시위, 마산 3.15의거, 4.19 혁명, 부마 민주항쟁, 광주 민주항쟁, 6월 항쟁 등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일어섰던 전통이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1953년부터 ‘학생의 날’이란 이름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전국적으로 다함께 기렸던 이 날이 1973년 유신 독재 정권 때 국가기념일 간소화 명분으로 기념일이 슬그머니 폐지됐습니다. 아마도 해마다 ‘학생의 날’이 되면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곤 하는 것이 싫었을지 모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학생의 날’이 다가오면 “뭔가 해야 하지 않나?‘하고 학생들이 들썩이곤 했으니까요.
노무현 정부는 2006년에 이르러 ‘학생의 날’을 본래의 뜻대로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명칭을 바꿔 다시 법정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엊그제 11월 3일 제86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었습니다. 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서 축사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석해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렸지만 아쉬움이 컸습니다. 재경 광주 서중, 광주 일고 총동창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축소되어 있었습니다. 영화 ‘암살’이 보여준 것처럼, 아직도 항일독립운동이 제대로 기억되고 기념되지 못하고, 홀대 받는 씁쓸한 현실이었습니다.
역사 국정교과서 문제와 같은 맥락의 문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