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중국대사관이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외교적 무례를 대한민국 국회에 범했다.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20일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취임식에 참석하려던 여야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직설적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며 불참을 요청했고, 이것도 모자라 여야 지도부에 공문까지 보내 이들의 행사참가를 취소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안하무인적 태도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일이 터진뒤 대사관측 공보관의 폭언에 가까운 언사다. “당장 (대만에 간) 의원들에게 조치를 취하지는 않지만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외교관의 무례를 넘어 문명인으로서도 오만불손의 극치다.
문제의 공보관은 “우리도 감정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매우 이성적이고 외교적인 방식과 절차를 밟아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런 문제제기가 반드시 있어야하겠고, 중국측의 조치도 반드시 기다려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정부는 원칙론만 되뇔뿐 유감표시를 하는 한 줄의 논평도 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의원들은 그런 무례를 당하고서도 보름이 넘도록 꿀먹은 벙어리처럼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기실은 우리도 창피한 일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젊은 의원은 대만에 도착해 이렇게 얘기하더라는 것이다. “어휴, 중국 대사관에서 전화를 걸어와 가지 말라고 하는데 혼났네. 중국대사관 사람들 모르게 이곳에 오느라 그냥 아주 혼이 났네, 혼이 났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정신 나간 인식과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들이 축적돼 주한중국대사관이 이렇게 막가는 식이 아닌지 모르겠다. 상상이긴 하지만, 만약 주한미국대사관이 이렇게 무례하게 나왔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도 궁금하다. 입만 열면 자주외교만 얘기하지 말고 제발 속이 좀 찬 인식과 행동을 하기 바란다. 그래서 국민이 걱정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