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 이성태 총재에게 두번 사과한 이유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
[ 2008-11-05 18:43:02 ]
CBS경제부 김학일 기자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은 우리나라 국제 경제외교의 쾌거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계기로 환율이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금융 불안이 안정될 계기를 마련했다. 금융 위기를 극복할 초대형 호재인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되기까지 이면의 역사가 없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통화 스와프 계약이 공식 발표 이전에 기획재정부 쪽에서 유출된 것과 관련해 두 차례나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은행과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계약이다. 따라서 협상도 두 나라 중앙은행 간에 이뤄졌다. 그러나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소식은 한국은행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쪽에서 최종 협상 타결 이전인 29일부터 흘러나왔다.
당시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최종 결정이 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정부가 협상 당사자를 제쳐놓고 이러한 소식을 언론에 먼저 흘려 미 연준과의 협상을 위태롭게 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가 기획재정부에 전달되자 강만수 장관은 통와 스와프 계약이 공식 발표된 30일 낮에 이성태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는 것이 한은 관계자의 얘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통화스와프 계약이 발표된 다음날 대부분의 언론에 통화 스와프 계약이 당사자인 한은과 미 FRB를 배제한 채 강 장관이 미 재무부 등을 접촉해 이뤄진 것처럼 보도된 것. 특히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재정부가 들인 '공'을 설명해 한은의 심기를 건드렸다.
한은 관계자는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된 미 FRB의 성격을 감안하지 않고 재정부가 브리핑을 하면서 미 FRB의 오해를 사는 행위를 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미 FRB가 불이익을 줄 수 있고 특히 내년 4월에 통화 스와프 계약 추가 연장이 가능할지 우려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우려한 핵심은 “통화 스와프는 상대가 있는 것인데, 기획재정부의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로 한국은행만이 아니라 미 FRB도 미 재무부의 산하기관인 것처럼 묵사발을 낸 만큼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불편한 기류가 재정부에 전달되자 강 장관은 31일 또 다시 이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이성태 총재는 “이 문제는 말로 만해서는 될 것이 아닌 것 같다.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태 총재의 이 발언은 언론 플레이를 주도한 특정 인사의 문책을 요구한 것으로 와전돼 기획재정부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은행측은 특정인사의 문책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한은의 자주성을 인정하고 정책 파트너로서 인정해 달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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