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한 마음 반 이해가 되는 마음 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 서운했다가 이해했다가 이해했다가 서운했다가 그럼에도 결론은 나는 서운해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며 너에게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안 되는 사람이기에 이 모든 건 널 사랑한 내 탓이라고. 사랑하지 말 걸 그랬다, 생각하다가 이럴 줄 알고 사랑하지 않았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게 얼마나 바보같은 행동인지. 너는 우리를 인정한 것 같은데 나는 그러지 못해 이렇게 헤매나보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서운한 거 우다다 자판이 터지도록 쓰려했다. 글쓰기 페이지를 멍하니 보는데 그래, 정말 네 마음은 그게 아닌데 요즘 바쁘고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힘드니까 나라도...나는 그렇지 않겠지만 너는 내가 아니니까. 그 잠깐 페이지 여는 동안 내 마음을 고이 접고접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만든 후 네 마음일지도 모르는 종이를 펴고 펴서 손으로 쓸어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것 뿐인데 늘 그래왔는데, 잘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너에게 바랐더니 서운함이 생겼나보다.
그래도 너를 이해하고 기다릴 수 있었던 힘이 자꾸 사라지고 작아지는 것 같아서. 이대로 놓치면 어떻게 하지? 무서워서. 사실 지금 자꾸 힘이 빠져 이대로 우리가 서로의 갈 길 간다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서.
너는 아마도 이런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음 아프지 않아 다행일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