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원은 창녕 사람으로,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이 판돈녕부사에 이르렀다. 공이 천추사로 연경에 가다가 밤에 서관의 한 큰 고을에 머물게 되었다.
길잡이가 관사(館舍)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인도하니 공이 벼슬아치를 힐문하니 그가 말하기를 객사에 귀신이 나와서 사신들이 갑자기 죽으므로 자물쇠를
채워 놓은 지가 오래라고 하였다. 공이 말했다.
“명을 받들고 사신으로 가는 몸은 반드시 객관에 머물러야 하니 어찌 요마(妖魔) 때문에 그만두리오.”
급히 명하여 청소하게 한 후 그곳으로 옮겼다. 고을 원이 간절히 만류하였으나 공은 끝내 듣지 않고 객사에 들어가 묻었다.
밤에 등불을 켜고 언뜻 졸고 있었다. 기생과 사령, 종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모두들 요마가 장차 와서 공이 반드시 죽을 것이라 여겼다.
한밤중에 갑자기 한 줄기 음산한 바람이 불어서 장막에 들더니 등불이 꺼지려하였다. 공이 깨어 일어나 앉으니 들 보 사이 판자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판자를 떼어내는 듯 했다. 조금 후에 사람의 사지가 차례로 떨어지고 가슴과 배에 이어 머리가 이어져 내려오더니 저절로 이어져서
한 여인이 되었다. 흰 부피에 핏자국이 낭자하였다. 나체에 장부에 쓰인 종이로 온 몸이 덮여 있었다. 울며 오가거늘 공이 정색을 하고 굳센 소리로
말했다.
“너는 어떤 요괴냐? 듣자니 사신들을 여러 번 해하였다 하니 그 죄가 이미 큰데 또 갑자기 내 앞에 이같이 나타났느냐. 원통함이 있어서 아뢰려고
하였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마땅히 중벌에 처할 것이다.”
요괴가 울며 말했다.
“저에게 큰 원통함이 있어서 아뢰려고 이곳에 오는데 저를 보면 사신들이 모두 죽어버린 것입니다. 저는 진실로 죄가 없습니다. 다행히 오늘 어른을
뵙게 되었으니 저의 천추의 한을 풀어주십시오. 저는 이 고을의 기생 아무개입니다. 어느 해 몇 월 며칠에 이 방에서 아무개 사신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밤이 죽어진 후에 소피를 보려고 나가는데 관노 아무개가 기둥 아래 누워 있다가 달빛에 비친 저를 보고는 뛰어올라 겁탈하려했습니다.
제가 죽기를 각오하고 따르지 않았습니다. 아무개는 평소 힘이 세다고 알려진 사람이었습니다. 제 옷을 찢어 입을 막아서 제가 소리 지르지 못하게
하고는 정원의 큰 바위 곁으로 끌고 가더니 손으로 그 돌을 들어 저를 그것으로 눌려 버렸기에 사지가 이와 같이 문드러졌습니다.
세상이 어찌 이같이 원통한 일이 있겠습니까.”
공이 다 들은 후에 즉시 명하였다.
“내가 처리할 것이니 속히 물러가라.”
그 여인은 울며 감사한 후 곧 사라져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공이 종을 불러 보았으나 한 사람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공이 마침내 옷을 벗고 잠을 잤다. 새벽에 이 고을 관아에 들어가 기생의 문서를 살펴보고 종 아무개를 지적하여 묶어 두게 한 후 여러 삶을 시켜
그 바위를 들어보게 하였다. 그랬더니 여인은 피부색이 여전히 하얗고 피부도 조금도 상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 뜰에서 시신을 내어서 아무개를
신문하니 모두 자복하였다. 곧 그 앞에서 곤장을 쳐서 죽이고 고을 원으로 하여금 관을 준비하여 후히 장례 지내게 하니 요상한 일이 마침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강효석(姜斅錫), "대동기문(大東奇聞)" 1권, ''曹光遠伸雪妓寃, 妖怪遂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