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지난 2일 2002월드컵을 공동개최했던 한국과 일본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이 터키를 서울로 불러들여 무려 18개의 슈팅을 난사하며 헛심을 쓴 끝에 1-0으로 패한 반면 일본은 ‘축구종가’의 안방격인 맨체스터스타디움에서 오노 신지의 골로 잉글랜드와 1-1로 비겼다. 유로2004에 탈락한 터키는 ‘형제의 나라’ 원정에서 후반에 무려 9명을 교체하면서 사력을 다하지 않았던 반면 잉글랜드는 프랑스, 크로아티아 등과 유로2004 ‘죽음의 조’에 들어가 있는 팀답게 대회 개막을 앞두고 전력 점검에 최선을 다한 한판이었다. 한·일 양국의 상대와 경기 장소를 고려하면 두 나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팬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뒷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축구대표팀의 문제는 도대체 무엇인가. 오는 9일 베트남과의 2006독일월드컵 2차예선 3차전 승리도 낙관할 수 없는 한국대표팀의 문제를 긴급점검한다. ◇한국은 ‘안방에서만 노는 호랑이’?
한국이 2002월드컵 이후 21번의 A매치를 치르는 동안 단 한번의 유럽원정이 없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8번의 원정경기 가운데 아시안컵(오만)과 월드컵예선(몰디브)을 제외하면 두차례 일본을 다녀온 게 전부였다. 2006월드컵은 유럽의 중심부 독일에서 열린다. 반면 일본은 지코 감독이 취임한 이후 수시로 유럽원정을 다녀왔다.
지난해 6월에는 프랑스에서 열린 대륙간컵에 출전했고 10월에 루마니아 원정을 다녀왔다. 올해에도 4월 동유럽원정을 떠나 헝가리에는 3-2로 석패했지만 체코를 1-0으로 눌렀고 이번 유럽원정서는 아이슬랜드를 3-2로 이긴 뒤 잉글랜드와 비겨 유럽국가에 전혀 눌리지 않는 성장세를 과시했다.
한국이 안방에서 안주하는 동안(물론 그나마도 3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일본은 강호들을 상대로 체질강화와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도 지난 4월 유럽원정을 다녀왔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한 축구인은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를 이용해 돈만 벌겠다는 발상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본은 매년 연말 축구협회와 J리그 관계자가 자국리그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리그일정과 A매치 계획을 확정한다. 6월 잉글랜드 원정도 일찌감치 지난해 말에 결정됐다. 한국은 당장 7월 7일 열릴 A매치 상대도 미정이다.
◇선장도 없고 좌표도 없는 대표팀
2002월드컵 4강 이후 선수들을 자극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없던 상황에서 대표팀을 이끄는 사령탑마저 좌표 설정이 부족하고 기술위원회도 덩달아 흔들려 그나마 바닥에 있던 선수들의 의욕을 꺾고 말았다. 히딩크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코엘류 감독의 지도력에도 다분히 책임이 있지만 이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기술위원회와 대한축구협회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월드컵 이후 황선홍 홍명보 등의 은퇴와 이천수 차두리 송종국 이영표 등의 유럽 진출로 선수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장기적 계획 없이 한게임 한게임 결과에만 매달리다 보니 갈수록 경기력은 퇴조하고 잘 맞던 선수들 간의 호흡도 어긋나기 시작했다.
2일 터키전을 마친 2002월드컵 멤버들은 한결같이 얼른 사령탑이 선정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베트남과의 월드컵 예선을 1주일 남겨놓고도 차기 감독은 여전히 안개 속인 만큼 한국대표팀의 앞날도 미로를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사실 2002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히딩크 후임에 대한 작업이 진행됐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 감독은 “일본은 선수를 해외에 보낼 때도 포지션별로 안배해 나중에 A팀에 모일 때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 수 있는지까지 고려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02월드컵 이후 발빠르게 지코와 2006독일월드컵까지 계약을 맺으면서 그해 10월 16일 ‘지코 재팬’의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은 해를 넘겨 코엘류와 2004년 아시안컵 본선까지 1년6개월간 계약을 맺었으며 그의 데뷔전은 2003년 3월 29일이었다. 재일축구평론가 신무광씨는 “일본은 월드컵이 열리는 4년 단위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게 한국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도 이제 안심 못한다
당장 9일 대전에서 열리는 베트남과의 2006독일월드컵 2차 예선도 안심못할 처지가 됐다. 새 사령탑이 없는 일종의 과도체제에서 팀의 조직력과 전술, 선수들의 긴장감과 사명감이 최하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김호 감독은 “이 상태라면 베트남전도 불안하다. 선수들이 좀 더 강한 사명감을 가져줘야 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일부 선수가 군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은 그동안 꾸준히 외국인 감독을 기용하면서 젊은 선수 위주로 실력을 다져 쉽게 평가해서만은 안된다”고 걱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4위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창 처지는 베트남이지만 브라질 출신의 에드손 타바레스 감독이 최근 새로 부임하면서 팀의 결속력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에 대비한 ‘밀봉훈련’을 실시 중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한국이 지난해 오만 원정에서 베트남에 1-0으로 패했을 때처럼 단조로운 공격에만 의지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점점 실력 길러가는데 우리는 이 꼴이 뭐냐....축협 돼지새끼들이 우리나라 축구 다 말아먹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