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촌에 가난한 사람이 살았다. 부부가 슬하에 자식이 없어 항상 쓸쓸하게 지내면서 부부는 함께 열심히 정성을 들였다. 어느 날삼신산에서 그 부인이 빌러 왔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 노인이 나타나, “너의 정성이 지극하니 애를 낳게 해 주겠다. 네가 돌아가는 길에 산삼이 한 뿌리 있을 터이니 그것을 캐어 먹으면 자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르고는 사라졌다. 부인이 깜짝 놀라 깨어 보니 꿈이었다. 그래 꿈에 가르쳐준 곳으로 가보니 과연 삼이 있었다. 그것을 캐어 가지고 집으로 와 남편한테 꿈 이야기를 한 후 삼을 달여 먹었다. 그랬더니 정말로 태기가 있어서 옥동자를 얻게 되니 부부는 웃음 속에서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아갔다.
이 애가 자라 칠팔 세가 되었기에 공부를 시키려고 서당으로 보냈다. 그런데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활을 만들어 사냥만 다녀 항상 부모에게나 선생에게 종아리를 맞기가 일쑤였으나 여전히 공부는 안 했다. 제 나이 십칠팔 세가 되어도 제 이름자 하나 똑똑히 쓰지 못했다. 그러던 게 어느 날 아버지 앞에 와서 무릎을 꿇더니 과거를 보러 가겠으니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도 조르는 바람에 가산을 털어 활을 사 주었다.
이 애가 과거를 보러 가는 도중에 날이 저물어 어떤 집에서 자게 되었는데 그 집엔 예쁜 처녀가 있었다. 그 주인 영감이 아이를 보니 매우 똑똑하게 생긴지라 일부러 딸에게 접대를 시켰으나, 아이는 처녀가 들어만 오면 호통을 쳐 내보냈다. 그 다음 날 길을 떠나려고 문을 여니 처녀가 문턱에서 목을 매어 죽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과거장에 가긴 갔다. 활은 과녁에다 다섯을 정중으로 맞춰야 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만만한 아이는 자기 차례가 되어 활을 쏘니 조금도 빈틈없이 셋은 명중이 되었다. 그리고 네 번째 화살을 쏘는데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이 일어 화살이 중간에서 꺾어지고 말았다. 그래 결국 과거에 떨어지고 말았는데 이 과거는 3년 만에 한 번씩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거를 볼 적마다 셋은 정중에 맞고, 네 번째 살에 가서는 꺾어지고 말았다. 하도 이상해서 점쟁이에게 물으니 처녀의 죽은 귀신이 악마가 되어 쏠 때마다 방해를 놓는다고 하였다.
나이 서른이 넘어 가지고 또 과거시험을 보러 갔다. 셋은 여전히 맞추고 네 번째 화살을 쏘려고 하다가 울음이 나와서 서 있었더니 원님이 이상히 여겨 그 우는 곡절을 물었다.
이제까지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니 원님은 정중으로 맞춘 것을 거두고 다시 쏘라고 하여 다시 두 번을 쏘니 백발백중이었다. 먼저 거둔 살과 합해 과거에 급제하였는데 갑자기 공중에서 악귀가 울면서 원님 꾀에 넘어갔다고 원통해 하며 도망쳐 버렸다. 이때부터 신기한 꾀를 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