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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26살 먹고 ....
게시물ID : gomin_6243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Zka
추천 : 0
조회수 : 43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3/10 14:13:52

벌써 1주일이 지났다.

26년 인생에서 나를 가장 바닥 끝까지 내리꽂았던 최악의 사건이 있었던 것이...

 

 

 

서로간의 작은 오해로 잠시 멀어졌던 친구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오랜만에 술 한잔을 기울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조금씩 술이 오르면서

그간의 오해를 풀어나갔다.

 

"새꺄. 아무리 내가 말을 잘못해서 화가 났어도 그렇지. 어떻게 몇 달간 연락을 그렇게 씹어대냐?"

물론 이 말은 내가 했다.

"이 새끼야. 너 같으면 그런 소리 듣고도 가만히 있겠냐? 아무튼 오늘 푸는 자리니까 마시자."

 

화해를 한 후, 자주 만나서 인사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술도 한잔 하던

그 친구 형과 형수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하여 형과 형수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형과 형수님도 친구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나에게 큰 오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무르익은 술자리에선 이번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 노래방도 가고, 3차도 가며 기분좋은 마음으로 술자리를 마칠 수 있었다.

 

형과 형수님은 결혼 4개월차다. 신혼부부..

그래. 이게 실수였다.

친구와 나는 실례를 무릅쓰고 형과 형수님이 살고 있는

작은 신혼집에서 잠을 자기 위해 길을 나섰다.

 

술을 거나하게 먹은 것도 아니고 딱 적당히 마신터라 정신도 멀쩡했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30분.

노래방에서 이온음료를 많이 마셨지만 칼칼해진 목 때문에

물 한잔을 원샷하고 화장실을 들러 작은 일을 마친 후, 잠자리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오전 9시 40분.

서울에 일이 있던 다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너무 졸린 탓에 전화도 받지 못하고 방광에 물이 찼음을 느껴

일어나려는데 너무 피곤했다.

아마 그 주에 무리하게 일을 해서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나보다.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야지.

그래.. 조금만 더 자자.

 

다들 눈치채셨을거라 생각한다. 이게 두번째 실수란 걸..

그래. 정확히 1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40분.

요상한 꿈자리에 놀라 일어났는데 터져나올 듯한 방광 근육에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음.. 뭐지? 왜 이렇게 시원한 기분이 들까?' 라는 0.01초 찰나의 고민을 마친 후,

나의 아래쪽으로 오른손이 향했다.

 

'아.....하.........'

식겁해서 일어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런 씨..x 왜 잔여물이 남아있던 건지

그 와중에도 작은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화장실 벽면에 붙어있는 거울을 5분동안 응시했다.

'나란 놈은 왜 사는가?' 라는 고민도 하고,

'이제 이 사실이 옆에서 자고 있던 친구에게 알려진다면..?'

'그냥 도망치고 나중에 일 있어서 먼저 갔다고 미안하다고 전화해야지!' 라는 고민을 마친 후,

씻은 후, 다시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아.. 이불...!'

 

어쩔 수 없이 옆에서 곤히 자던 친구를 깨웠다.

"(나를 평생 놀릴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OO야.. 일어나봐.. "

곤히 잠에 빠진 친구는 그런 나의 부름에 한층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아.. 왜..!"

 

"OO야.. 급한 일이 생겼어..."

"아.. 씨(삐). 뭐!"

"후우..."

 

나의 한숨 소리에 심상치 않은 낌새를 알아차린 친구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나의 치욕스런 상황을 직면한 순간,

졸림에 고개를 숙인 친구의 두 마디 음성.

 

'엌.. 풉..'

 

대충 이불을 정리하고, 형을 깨웠다.

형제라고 깨울 때 짜증섞인 목소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난 이제... 이 형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형을 깨우고 형의 얼굴을 응시했다.

 

"형... 죄송합니다..."

영문을 모르던 형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형수님께는 짧게 죄송함을 표현한 후,

마침 다행히도 신혼집 근처 학교 자취방에서 짐을 옮기려던 친구 자취집으로 향했다.

물론 위에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힙합 패셔니스타처럼 둘러매고,

추운 겨울바람을 느끼며 (후드티 입었음.) 택시에 올라탔다.

 

전철로 10분이면 가는 거리였지만

대참사를 시민들에게 전할 수 없어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다.

택시 기사님은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여 날 태워준 격이다.

 

친구 자취방으로 향하는 내내

옆에 자고 있던 친구놈의 웃음소리와...

지금 향하고 있는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친구의 웃음소리가

날 미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친구 한 놈이 자신의 차를 끌고 와서

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주일동안 함께 잠을 자던 친구에게선 다시 연락이 없다...

그리고 어제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10년 전 나의 별명은 요강이었는데..

왜 요강인지 별명을 지어준 친구도 몰랐던 그 별명의 의미를

10년 후의 일어난 일을 알게 됐다며

'선견지명'이라고 웃어대던 친구들과

난 오늘도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내일은 더 웃음 지을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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