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내가 사는 나라는 누군가가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매일 진지 빠는 놈'이 되었고 꽃이 얼마나 예쁜지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심각한 중2병' 혹은 '오글거리는 소리만 해대는 놈'으로 낙인찍기 바빴다.
누군가가 민주주의를 위해, 옳은 일을 위해 시위를 하다가 과잉 진압을 받아도 "시위를 한 사람들이 그 모양이니 그렇게 진압을 당하지. 당해도 싸다. 경찰이 불쌍하다"며 비난하기 바빴고 누군가가 SNS에 이런 글들을 올리며 슬퍼하고 고뇌한다해도 그를 그저 '깨어있는 시민인척 하는 관심종자' 취급하기 바빴다.
70살이 넘은 노인이 최루탄에 맞아도, 겨우 손잡고 버티고 있는 대학생들이 울며 병원에 실려가도 영향력 있는 방송사에서는 의미없는 재방송들만 반복되는 세상이 왔으며 언론의 입맛대로 고쳐지고 가려진 사실 아닌 것들만 사실이라 믿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만가는 세상이 왔다.
아이 하나 낳아 기르기도 빠듯해 아이를 낳고도 제대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한채 쳇바퀴 돌듯 생활하는 부모들에게, 숫자로 빼곡한 통계자료를 내밀며 둘째를 낳길 권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자식뻘 되는 여대생을 추행하고 묵살시키는 세상이, 그런 세상이 우리 눈 앞에 있다.
지금같은 상황에선, 살기 좋은 세상이 언젠가 빛처럼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미 지금도 충분히 가진 사람들, 그래서 살기 좋다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만이 앞으로도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지금처럼 산다면 그냥 지금같은 세상이 반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