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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엄마와 김치
게시물ID : humorbest_624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질투는나의힘
추천 : 15
조회수 : 1221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2/06 19:13:23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2/03 10:04:27

단편소설 


엄마와 김치


벌써 몇달째 김치 투성이다.

시골 할머니께서 김장을 많이 해서 보내 주셨는데

그 덕분인지 몇 달째 밥상엔 김치,김치,김치......

찌개라도 끓이는 날에는 김치찌개요 새로 반찬이라도 하는 날엔 김치볶음

처음엔 맛있게 먹었던 김치볶음밥도 질린지 한참이 되었다.


나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며

"우리집은 맨날 김치야? 옆집 철수네는 엄마가 피자도 자주 사오는데!

우리집은 피자 먹어본지 몇 년 된지 모르겠네!!"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이에 대뜸 "그럼 먹지마!" 하고 식탁에 있던 반찬들을 모두 치우셨다.

나는 "안먹어" 하고 식탁에서 일어나 일부러 쾅 하는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거실에서 티비나 보자 싶어 쇼파에 앉았는데 테이블에 메모지가 있었다.


엄마가 쓴 쪽지였다.

"아들 미안해 우리집 형편이 어려워서 맛있는 것도 못사주고 정말 미안해

식탁에 저녁 만들어 놨으니까 챙겨 먹어"


낮에 엄마에게 소리 지른게 죄송해 졌다.

그래도 엄마는 비록 김치 뿐이지만 이것저것 여러가지 음식을 해 주시려고 많이 신경 쓰셨는데......

나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지금 전화해서 죄송했다고 말할까? 하고 생각하다

무언가 쑥스럽기도 해서 이내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 넣었다.


저녁이 뭘까 하는 기대도 없이 그냥 습관처럼 어슬렁 어슬렁 주방으로 갔더니

식탁 위에 피자가 있었다.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그냥 김치가 싫었을 뿐 정말 피자가 먹고 싶었던건 아니었다.


요즘 집안 형편도 좋지 않고 연초라 돈 나갈데가 많아서

당장 만원짜리 한장이 아쉬울 때기 때문에

당장 피자를 사주면 분명 월말에 어디선가 구멍이 날꺼란걸 나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폰을 꺼내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와중에도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따르르릉.....따르르릉

"여보세요? 밥 먹었니? 엄마 지금 잠시 순이 아줌마 가게일 좀 도와주러 왔어"

"어.....엄마.......미안해요.....아....아까는 제가 잘못했어요....."


"아이고 얘가 울긴 왜 울어 괜찮아....엄마가 맛있는거 못사줘서 미안해.....

이번달 지나면 좀 여유 생길거 같으니까 다음달엔 맛있는거 많이 사줄께

엄마 지금 바빠서 이만 끊는다 잘 챙겨먹고 쉬고 있어"


나는 통화를 마치고 촉촉하게 젖은 눈가를 소매로 닦았다.

그놈의 쑥스럼 때문인지

엄마 사랑해요 라고 말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비록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은 맛있는 피자라서 약간 들뜬 기분도 들었다.

재미있는거 보면서 먹어야지 히히히 하면서 채널을 돌려 코미디 프로를 틀어 놓고

유후 하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김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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