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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전역자로서 어제 집회에 대한 저의 견해와 당부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게시물ID : sisa_6250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nesio
추천 : 17
조회수 : 852회
댓글수 : 55개
등록시간 : 2015/11/15 13:21:48
안녕하세요 저는 2011년 말부터 13년도 초까지 서울기동단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한 남징어입니다.
(시기상으로는 MB정권 말부터 ㄹ혜정권 극초반까지 복무했습니다.)
 
수많은 집회시위현장을 경험하고 광화문을 제집처럼 다녔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제 집회는 대단히 큰 집회였다고 생각합니다.
10만명이 모였다는건 결코 만만히 볼 숫자가 아닙니다.
(참고로 민노총이 노동절같은 아주 큰 규모의 행사를 치를때가 보통 3-5만 잡습니다. 이마저도 1년에 1-2번이죠.)
 
저는 아쉽게도 이번 총궐기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사진과 영상중계로 집회상황을 지켜봤고, 오유에서 벌어지는 댓글과 토론도 눈팅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집회시위에 관한 쟁점을 제 시각에서 논해보고 아울러 집회시위에 참가하시는 분들의 피해와 혼란을 줄이고자 몇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1.
우선 어제 살수차 사건(70대 노인분)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의경시절 수많은 시위를 경험했지만 스크럼도 짜지않고 홀로 있는 사람에게 저렇게 무자비하게 살수한 광경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일단 팩트를 말씀드리면 살수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은 경찰관입니다. 의경이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의경이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은 기동대 버스(구 닭장차)와 미니버스, 그리고 지휘관이 타는 검은 SUV 이렇게 수송차량이 전부입니다.
기타 살수차량, 차벽변신차량 등은 특수차량에 해당하기에 경찰관이 운전합니다.(만약 의경이 몰다가 사고라도 나면 경찰도 골치아프니까요) 
 
그렇다면 또 하나의 쟁점은 살수명령을 누가 내리느냐인데, 살수나 진압에 대한 지시는 통상적으로 관할경찰서장이나 경비과장이 맡습니다.
그러나 광화문에서 4만 이상의 큰 집회가 있다면 서울경찰청장이나 지방청 경비과장이 직접 지휘할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사건에서도 살수명령 자체는 종로경찰서장이나 서울청장의 지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그리고 과잉진압에 관한 논란인데 저도 많이 가슴아팠습니다.
 
다른 의경전역자분이 글도 써주셨지만, 저도 집회시위에서 상대방과 대치할때는 무폭력, 무대응을 원칙으로 배웠습니다.
사실 경찰입장에서는 경찰관이 사고치는 것보다 의경이 사고치는게 더 골치아픕니다.
경찰관이 사고치면 감봉을 하거나 자르고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의무복무인 의경은 그렇게 할 수가 없죠, 영창 보내는게 다입니다.
그래서 모든 책임을 경찰이 뒤집어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경이 시위진압 일선에 서면 반드시 참으라고 가르칩니다. 영창을 빌미로 말이죠.
(군대 다녀오신분은 영창으로 군생활 15일 늘어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아시리라 봅니다.)
 
그래서 어제 집회에서 의경부대가 폭력진압을 했다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현정부의 집회시위대응기조가 바뀌었을 가능성입니다.
엠비정권 말기에는 분명히 강경진압 절대 하지말라고 교육받았습니다.
정권도 레임덕인데다가 선거철이었기에 경찰과 시위단체 모두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집회를 최대한 평화적으로 마무리하는게 주된 목표였죠.(2011년 말 살수차가 위법판정인가 나서 전역때까지 살수차 쓰는 모습 못봤습니다.)
그런데 워낙 이 정권이 복고풍을 좋아해서 촛불집회 이후 MB정권 말까지 이어진 집회시위 대응기조를 뒤엎고
다시 강경진압으로 노선을 선회했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일반시민들이 의경중대와 경찰관기동대를 아직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촛불집회 이후 경찰관 기동대가 일선에 서고 의경중대는 후방에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 되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경찰관은 사고쳐도 의경은 사고쳐선 안되니까요.)
그래서 집회시위에서 경찰이 우리에게 폭력을 사용했다면 그들이 의경인지 경찰관인지 구분해야합니다.
구분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헬멧을 썼을 경우 헬멧에 적힌 숫자를 보는 것입니다.
헬멧에 '00기'라고 적혀있으면 경찰관 기동대이고 '00'이라는 숫자만 적혀있으면 의경중대입니다.
예) 42기-> 경찰관기동대
     42->의경중대
그리고 헬멧을 안썻을경우(여름), 부대의 깃발에 적힌 숫자로 보거나 모자로 구분합니다. 
모자에 금색 독수리가 있다면 경찰관, 은색 독수리가 있다면 의경으로 보면 됩니다.
나중에 사후 여론전이나 대응을 위해 시위 중 강경진압이나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 의경인지 경찰관인지 구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3.
마지막으로 집회시위에 참가하신 또는 앞으로 집회시위를 다니실 분들께 한가지 당부말씀을 드리자면,
경찰의 부당한 집행이나 과잉진압, 폭력 등을 보셨다면 꼭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집회시위현장에서 경찰 1개 부대당 채증요원이 적어도 2-3명입니다.
이것은 불법시위자의 증거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판에 갔을 경우 경찰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나 여론전 반박자료로 쓰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의 시위에서는 경찰의 채증에 대항할 사진이나 증거를 찾지 못해 언론사의 사진기자나 방송카메라에 의지해야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가 부당한 행위를 당했다면 얼마든지 증거를 남길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만 보더라도 사진만 잘 찍으면 향후 자신의 피해나 무죄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가 되지 않습니까? 집회시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이 시위에서 자기들 사진으로 찍는다고 절대 못잡아갑니다. 걱정마시고 과잉진압이나 폭력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사진을 찍어주세요.
(영상이면 더 좋습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신 사진과 영상 하나가 집회를 조직하고 향후 사법처리에 대응해야하는 주최측에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드리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우선 어제 집회에 다녀오신 분들 너무너무 고생많으셨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여러분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아울러 지금 서울대병원에서 수술후 회복 중이신 70대 농민분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오유저분들과 집회참가자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건 결국 모든 집회시위의 목적은 여론전입니다.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의 외침은 무용지물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10만명이 모인 이런 큰 집회를 제대로 다뤄주지 않는 메이저언론과 종편이 너무 밉습니다. (신문방송학도로서 통탄할 일입니다.)
하지만 한겨레, 경향, 오마이를 필두로 수많은 대안언론들이 묵묵히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비록 신문과 방송은 장악당했지만, 우리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여론전으로 반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다시한 번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이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 한 장과 영상이 여론전의 큰 힘이 됩니다.
(참고로 앞에서 말씀 못드렸는데, 사진과 영상을 찍을때도 조금만 신경을 써 주세요.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니 만큼 흔들리거나 망가진 구도, 엄한 곳에 초점 맞춘 사진이나 영상은 아무 쓸 데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의경에 관해서인데, 저도 의경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기득권의 의지로 서민들이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 모습 자체를 보고싶지 않기 때문이죠.
의경의 탄생과 존재 자체가 어찌보면 현대사의 비극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여러분의 친구고 친척이고 누군가의 자식인만큼, 비판은 자유롭게 할 지언정 맹목적인 비난과 저주는 지양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글을 마칩니다.
자유로운 비판과 질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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