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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 황우석, 천안함
게시물ID : sisa_4373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AIA
추천 : 8
조회수 : 3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9/09 23:04:28
제가 석사논문을 썼을 때, 그 논문의 진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석사 논문은 시키는것 잘하고 필요한것 다 갖추고 별다른 사고만 안 치면, 일병 상병 병장 달아주듯이 대충 통과시켜줍니다. 아마도 고작 석사 논문에서 담고있는게 뭐가 있겠는가 싶기도 했겠고, 그 작성과정이나 실험데이터 및 데이터를 생성하는 과정 등등이 계속 지도교수님의 감독 및 중간보고 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이겠지만, 제 논문의 내용을 가지고 진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지요. 
나중에 제 논문을 어디 다른 곳에서 설명해야 할 기회가 왔을 때, 저는 순진하게도 연구노트 원본 및 필요자료를 듬뿍 가지고 갔고, 의심을 걱정하기는 커녕 "제발 누가 트집좀 잡아다오. 다 납득시켜 줄테니까." 하는 마음으로, 누가 내 연구결과를 의심해서 "이거 어디어디가 미심쩍은데요?" 라고 질문하면 곧바로 해명해야지 하고 질문을 기다렸습니다. 불행히도 큰 세계적 히트작도 못되는 제 논문을 의심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어쩌다가 "이거 요 부분은 왜 이렇게 생각을 했나?" 라고 묻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짜증이 나는게 아니라 아주 반가왔습니다. 열심히 상대방을 납득시켰고, 도리어 제 쪽에서 뭐 더 미심쩍은거 없냐고 묻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습니다. 아무도 의심을 안 하니까 도리어 섭섭하더군요.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벌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사건이니 길게 얘기하는건 피하겠습니다)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 명세서(bordereau)의 필적이 드레퓌스대위의 필적과 유사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고작 그 사실 하나로 다른 여러가지 미심쩍은 점을 다 묻어버리고 드레퓌스대위를 유배형에 처한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드레퓌스대위가 유죄라는 증거가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증거를 밝히라는 요구에 군부는 계속 우물쭈물했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증거는 엄청난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그게 공개될 경우 독일과 전쟁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까 증거는 공개할 수 없다." 
너무나 어리둥절한 일이었고, (정말로 그런 이유로 공개가 어렵다면, 민감한 부분을 요령있게 피하면서 상대를 납득시킬 방법이 뭐 없나 하고 강구해야지, 공개불가쪽으로 나가는건 말이 안되죠) 사람들의 의심은 풀리지 않았지요. 
 
우리나라에서 황우석 사태가 벌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다들 아시는 사건이니 긴 얘기는 생략)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줄기세포의 존재에 대해 그게 진짜 있냐, 검증해보자, 그런 얘기가 나오자 그 요구 앞에서 황우석은 계속 우물쭈물했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과학자의 자존심때문에 검증할 수 없다."
 
천안함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일단, 군부의 발표가 정말로 엉터리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 공정히 말하자면 "아무도 모른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TOD영상만 턱 보여줘도 마치 교통사고 순간의 블랙박스장면을 공개하는 것만큼 효과가 클텐데, 이상하게 그 영상은 계속해서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TOD뿐 아니라, 어뢰피격설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여러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직으로 쓴 1번만 가지고서는 믿을수 없다느네, 형광등이 왜 멀쩡하냐느네, 기타 등등 여러가지 의혹들에 대해서, 마음만 먹는다면 그 의혹들에 대해 전부 해명할 수 있을텐데, 그리고 그 해명만 명확하게 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조차도 "아하 그랬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거릴텐데, 그 해명을 안하고 있습니다. 안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꾸만 우물쭈물하면서 엉뚱한 답만 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설을 부정하는 것은 당시 사건에서 희생된 장병들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다" 라는 주장이, "줄기세포의 존재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과학자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이다" 라는 주장과 틀린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정말로 북한의 폭침이 확실하다면, 의혹을 들고와서 이런저런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고, 도리어 "오냐, 너 잘 왔다. 내가 정말 누구라도 인정할수밖에 없는 증거를 백일하게 다 드러내서 북한 폭침설이 사실이며 네 주장이 순 엉터리임을 보여주겠다" 라고 나와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진 상황은 어떤가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이견에 대해, 국방부에서 대환영을 하며 과학적 설명을 열심히 하던가요? 알아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다국적 조사관들에 의해 인정받은 무슨 결론이 나고 어쩌고 저쩌고 했겠지만, 그게 이런 "기본적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있게 얘기하지 못하는 내용을 가지고 정리해서 내놓은 결론이라면, 황우석 박사가 엉터리 논문을 가지고 사이언스에 제출하여 게재되는데 성공했더라는 의미 이상 무엇이 있겠습니까. 
 
저는 5.18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5.18이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을 때, 그 주장을 반박하려고 하는 쪽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있네.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네 주장의 근거를 얘기해봐라." 라는 기본자세로 나왔습니다. 얼마든지 해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정말로 5.18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제발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자유롭게 제시하라고 멍석까지 깔아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의혹을 제시하는 쪽에서 제대로 얘기를 못하고 도리어 의심하는 쪽에서 쭈삣댔었고, 내놓는 얘기들이 하나같이 이게 의혹을 제시하자는건지 그냥 꼬투리를 잡자는건지 의심스러운 얘기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5.18의 북한 개입설이 분노를 받았고, 결국 힘을 잃어버렸던 것이죠. 
만약 5.18의 북한개입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정말 확실한 증거를 내놓는다거나, 북한개입설의 의혹을 제시하는 사람이 합리적인 "의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거나, 그 의심하는 이유에 대해 올바른 해명이 나오지 못한다거나, 당시 군부가 북한군의 침투를 막지 못하고 후방을 턱 하니 내주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거나 한다면, 5.18 북한개입설도 무시못할 무게를 갖고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고 찌그러졌죠. (이것은 5.18 북한개입설이 진상규명의 목적이 아닌 5.18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자는 목적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던 일입니다)
 
천안함 침몰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북한이 저지른 일이라면, 그걸 설명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분명하게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증거를 보여주거나, 그게 안된다면 의혹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얘기에 대해 합리적인 내용을 가진 반박이라도 해 보면 됩니다.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있고 거기에 대한 타인의 의혹이 있을 때, 이 사람이 의혹을 피하는가 반갑게 생각하는가 그것만 보아도 내용의 절반은 파악됩니다. 
  
드레퓌스사건이나 황우석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 중 하나는, 의혹을 반갑게 생각하지 않거나, 적어도 의혹 앞에 당당하지 못한 의견이 진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아래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천안함 얘기에 있어서, 군부가 과연 의혹을 자꾸 피하고 묵살시키려고 하는 쪽인지? 아니면 의혹제기를 반갑게 생각하고 어서오십시오 하며 활발히 해명을 하려고 하는 쪽인지? 어느쪽에 속하는지? 
 
답은 알아서들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3줄 요약 :
- 의혹제기가 벌어졌을 때 그것을 피하려 하는 쪽은 대개 뭔가 숨기는게 있다.
- 의혹제기가 벌어졌을 때 그것을 반갑게 여기고 해명 잘하는 쪽은 자신있는게 있다.
- 천안함 사건은 어느쪽에 가까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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