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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보았다
게시물ID : today_625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고의낭만
추천 : 7
조회수 : 1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8/28 01:31:23
언제쯤부터, 왜.
나는 말을 잃어갔는지.

생각을 잃은 건 아닌데
말을 한참 잃었다.

가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가,
맞아요, 기계적인 반복 말고, 말다운 말을 한참 안 하다 보면은, 말이 잘 안 나와요.

어떤, 반복의 고리 안에서 나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거나 적는 것도 소용이 없다거나,
그럴 힘조차 비축하는 편이 낫겠다거나.


변형된 질량이 보존되듯 칼같이 보존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말보다 생각이 훨씬 먼저 태어나니까,
생각에서 말로 가지가 자라나지 않았다뿐이지, 생각들은 여전히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다.

외형을 갖지 못한 생각들은 아등바등 메모장에라도 기어나와 보겠다고.
꿋꿋이 새겨진다.

휙, 휙.

쓰임에 퍽 충실했던 쓰레기들을, 쓰던 시절 잊은 채 무심하게 분류하여 내다버리듯
웅얼웅얼 몽얼몽얼... 맨 처음 그 생각이 내 머리에, 내 마음에 떠올랐던 순간의 생생함은 오간 데 없다.

시대에 걸맞게, 짧다 못해 순간적이면서 꽤나 인상적인 것 같은 생각들이 팝콘처럼 따닥딱딱 튀어오르는 바람에 
헉헉거리며 간신히 이 손과 저 손에 다 받아내고 나는 실컷 얻어터진 격투기 선수처럼 링 위에 축 늘어져 있다.

이게 다 뭔가,
수도꼭지를 잠그듯 왜 생각은 잠글 수 없는 걸까.

너무 많은 생각들에 난 이렇게 괴로운데.
예를 들면 이런 것.
시도는 분명 엄청나게 하는데, 성공률이나 명중률이 아주 낮은.
어떤 행위들과 같이,
생각도 마찬가지. 상상에 가까운 생각들은, 사실은 상상과 경계가 거의 없는 그 많은 생각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늘어진 내 활력을 박박 긁어가고,
다시 나는 그 자리를 애써 쥐어짜낸 활력으로 또 채우는가 싶더니 다시 빼앗기고.

지금도, 글 한 줄을 쓰기 위해 얼마나 싸우고 있는지.
많은 어떤 사람들처럼 너도나도 자기가 먼저 튀어나와 보겠다고.
생각들에 질서를 부여할 때가 온 건갑다.

하려다 말다 하려다 마니 차라리 말지,
싶어서. 말을,
말이,
줄어갔는데.

이것들은 사실 줄여지지 않는 것들인 데다
어떤 식으로든 다른 형태를 취해서든 나와야만 하는 것들.

다른 질서를 마련할 때가 되었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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