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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의 님의 침묵
게시물ID : lovestory_625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전시
추천 : 1
조회수 : 8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2/27 10:33:31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명문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합니다. 중고등학교 때 단순히 시험을 위해 공부한 하나의 시가 아닙니다. 문학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하나의 열쇠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이 시가 나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댓글로 당신의 "님"이 누구인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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