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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프랑스 화물노조 파업.jpg
게시물ID : sisa_6256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닥호
추천 : 13
조회수 : 760회
댓글수 : 61개
등록시간 : 2015/11/16 09: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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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트럭 노동자들의 96년 파업투쟁 

12일간 대형트럭으로 고속도로 봉쇄, 육로교통 마비 ― 정년단축·임금인상 쟁취 

1996년 11월 18일, 트럭을 운전하는 프랑스 노동자들은 프랑스와 유럽 각국을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국경지점에 자신들이 몰고 온 대형트럭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며 봉쇄에 들어갔다. 

협상 지지부진하자 ‘고속도로 봉쇄’ 실력행사 돌입 

노조측의 협상과 중재 요구에 사용자측과 정부측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트럭 노동자들의 실력행사가 시작된 것이다. 
승용차가 겨우 지나갈 만한 폭은 남겨두었지만, 트럭 바리케이드는 곧 고속도로를 완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고속도로가 마비되자 국경도시의 주변도로들도 잇달아 마비상태에 빠졌다. 
트럭 노동자들은 이어 전국 곳곳의 정유소와 농수산물 도매시장도 봉쇄하고 나섰다.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바리케이드 숫자는 전국적으로 240개에 이르렀다. 결국 프랑스의 화물 육로교통이 완전히 마비되었다. 

육로교통 마비로 생필품·연료 부족, 생산활동 중단 

육로교통의 마비가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리용, 마르세이유, 보르도 시 등에선 주유소에 기름이 한방울도 안 남게 되어 긴급차량을 위한 징발이 시행되었다. 일부 학교는 난방을 할 수 없어 문을 닫아야 했다. 
닭 기르는 사람, 돼지 치는 사람들은 사료와 연료 부족을 호소했고, 슈퍼마켓에서 우유, 요구르트, 야채, 과일, 생선, 고기류 등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부품 부족에 따른 조업중단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타이어 생산이 일부 중단되었고 푸조와 르노 자동차공장도 부분 조업중단에 들어가야 했다. 
프랑스가 유럽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육로교통의 마비는 곧 유럽 전역의 육로교통을 마비시켜 나갔다. 당장프랑스 땅에 있던 영국,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러시아, 폴란드 등의 트럭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의 공장에서도 조업중단 사태가 속출했다. 영국은 야채와 과일을 스페인에서 비행기로 공수하기도했다. 

정년단축·임금인상 등 요구조건 내걸어 

파업에 나선 트럭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55세 조기 은퇴(프랑스는 퇴직 후 사회보장이 잘되어 있어 우리와 달리 조기은퇴를 선호한다) 및 젊은 실업자 신규채용 △임금인상 △운전외 근무시간도 근무시간으로 계산. 
그런데 트럭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하여 국민 87%가 정당한 것이라고 지지했다. 대단히 과격한 방식의 파업인데도, 파업 노동자들에게 연대감을 갖는 비율이 74%에 이르고 심지어 파업방식에 대한 지지율 또한 59%에 이르렀다. 
이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당연한 권리로 인정하는 프랑스의 사회의식 때문이기도 했지만, 트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너무나 열악해졌다는 데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임금동결·격무·근무연장 ‘경쟁’ 

20만명이 조금 넘는 프랑스의 트럭 노동자들은 약 3만 5천개의 운수회사에 고용되어 있었다. 
두개의 수치를 비교하면 바로 확인되듯이 운수회사의 80% 이상은 10명 미만의 운전자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기업이었다. 이것은90년대초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오면서 느슨해진 기업 규정을 업고 새로운 운수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때문이었다. 
여기에 불경기로 덤핑가격이 형성되자, 운수회사들 사이에 노동비용을 줄이는 경쟁이 벌어졌다. 임금을 동결시키는 한편, 화물을 싣고내리는 시간 등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15시간 일하고도 9시간만 인정받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주당 60시간씩 트럭운전이라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급여는 엄청난 박봉에 머물렀다. 

활기찬 토론, 음주 금지, 적극 홍보 : 파업 지지 끌어내 

파업에는 노동총동맹(CGT), 민주노동동맹(CFDT), 노동자의 힘(FO), 카톨릭노동동맹(CFTC), 트럭운전사독립노조 등 관련노조가 모두 참가했다. 
그 중에서 노조원 숫자가 제일 많은 민주노동동맹은 바리케이드 봉쇄에 따른 행동지침을 다음과 같이 마련했다. △승용차는 지나가게 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외국 트럭운전사들을 이해시키도록 한다. 
트럭 노동자들은 요구 사항을 각 나랏말로 번역하여 알렸고, 특히 이번 투쟁이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전체 트럭 노동자들의 처우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려 내려고 노력했다. 
바리케이드 근처에 있는 카페들은 트럭 노동자들의 토론으로 활기가 넘쳤다. 지역사회에서는 샤워장을 마련해 주고, 인근 노조는 열심히 음식을 날라 주기도 했다. 지나가던 승용차 운전자들 상당수가 모금에 참여해 주기도 했다.


사회 폭발로 연결될 가능성을 두려워해야 했던 정부 

노사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여 파업이 길어지자, 급해진 것은 정부였다. 정부가 가장 두려워 한 것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라기보다 ‘사회 폭발’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12.6%에 이르는 실업률, 그 중에서도 22%에 이른 젊은 층의 실업률, 신자유주의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있는빈익빈부익부 현상, 부랑자와 집없는 사람들의 확산, 그리고 권력층의 부패상 등으로 이미 ‘국민적 항거’라는 폭탄이 항시 존재하는가운데 다만 도화선이 필요할 뿐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년 전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공공서비스를 완전 마비시키는 3주간의 총파업으로 사회보장 삭감안을 철회시켰던 경험도 있어, 사회 폭발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었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트럭 노동자들의 파업이 더 큰 규모의 투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각 노총의 위원장들을 수시로 만나면서 파업의 확산을 막으려고 매달렸다. 

55세 조기은퇴, 운전외 근무 시간 인정 ― 12일만에 승리 

결국 정부는 파업을 빨리 종결시키기 위해 사용자측에 양보하라는 압력을 가했고, 정부 차원에서 55세 정년퇴직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결정을 내렸다. 
55세 퇴직에 따른 연금추가비용의 대부분을 정부가 책임지며 운전외 근무시간에 대하여 100%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령으로 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트럭 노동자들은 세가지 요구 사항 중에서 55세 은퇴를 획득했고, 임금인상 부분은 미흡하지만 그 대신에 운전외 근무시간에 대한 임금을 확보했으므로 결국 같은 성과를 얻었다고 보고 12일간의 바리케이드 파업을 끝냈다. 

계급적 연대를 실천하는 노동자들만이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프랑스 트럭 노동자들의 파업과 바리케이드 봉쇄가 장기화되자 영국의 존 메이저 총리는 프랑스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선언했다.독일에서도 비슷한 주장들이 튀어 나왔다. 프랑스 정부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차이는 단지 정부의 태도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땅에서 졸지에 발이 묶인 한 영국인 트럭 노동자는 언론에 “프랑스 경찰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였다면 바로 첫 날에경찰이 출동했을 것”이라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어느 독일인 트럭 노동자는 “사용자측과 협상이 끝내 결렬되었을 때 행동에 옮겨야지지금 협상 중이라면서 이럴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신자유주의는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 체제를 갖추고 있던 유럽 전반에 강력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80년대 초반부터 가장 먼저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된 영국의 경우, 대처 총리 집권 이후 20년 사이에 최극빈층이 5백만명에서 1천4백만명으로 늘어났다. 반면에 노동자들의 파업일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프랑스도 신자유주의 흐름이 만만치 않지만, 영국이나 독일보다는 덜하다.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이는 강도가 완연히 다르기때문인데, 여기에는 노동자들 스스로가 다른 노동자들의 파업을 받아들이는 자세, 즉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수준이 결정적인 변수로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42416893&pag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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