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그들은 날...
게시물ID : car_62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독우
추천 : 30
조회수 : 1564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5/04/29 00:33:08
난 경력 8년의 화물차 기사.

선배님들에 비하면 경력은 짧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도로위의 베테랑이다.

그 어떤 끼어듬도..또 어떤 급브레이크도 내 멘탈을 

건드릴 순 없다. 그 순간만 아니었다면....


시간은 오후 9시

자유로를 타고 인천으로 가는길..평화롭다.

길이 안좋아서 차가 튈때마다 '차라리 돈받고 길 좀

잘 닦지..' 뭐 이런 잡 생각을 하면서 길을 간다.

카팩에서 흘러나오는 더 원의 '지나간다'를 따라부르며

자유로에서 외곽순환도로로 옮겨타고 있었고

노래의 클라이막스인 4단고음을 힘겹게 따라부르는

순간..아랫배에 이상이 감지된다.

이것은 필히 저녁에 먹은 막국수가  잘못된 것이리라..

차는 한강을 건너 곧 김포요금소에 다다르고 있었고

김포요금소를 지나면 목적지인 인천까지는 화장실은 없다.

하지만 내 오랜 운전경력은 이정도의 신호는 최소 40분은 버틸 수 있는 인내력을 만들어냈고,

마침 전광판은 초록색으로 물들어 소통이 원활함을 알려주었다.

 
나는 목적지에서의 꿀같은 푸드덕거림과 그 희열을

상상하며 김포요금소를 지나친다.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노래를 잔잔하게 이소라의 바람이분다로 선곡하고

서운 분기점을 지나는 순간..차들이 멈춘다.

그래...원래 중동ic는 헬게이트지...

5분이면 지나간다...라고 생각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이어갔다.

그렇게 멈춘차는 이소라가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고

말할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왜일까..?사고인가??

라고 생각할때쯤 갓길로 렉카 두어대가 미친듯이 달려간다.

아..사고맞다...평소같았다면 느긋하게 기다렸겠지만

지금 내 뱃속은 점점 끓어오르고 있다.

한계점까지 40분을 예상했으나 뜻밖의 변수로

목적지까지는 한시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등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껴가며 사고지점을 마치 

다리가 부러진 나무늘보처럼 지나갈 때 쯤..

이미 30분이 흘러갔다...5분이면 지나갈 거리를 말이다.

인천 목적지까지는 25분여를 더 가야한다.

허나 내게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준법정신을 뒤로하고 풀악셀을 치고 2타선을 탄다.

어쩔 수 없다..나에게는 근래에 겪지못한 응급상황이니..

차는 시속 90km에 리밋이 걸려있다.

풀악셀을 당기면 시속 95km까지는 달려준다.

송내 ic를 지나 장수ic로 달려갈때쯤 폭발 1분전을

알리는 신호가 왔다. 정말 1분이다..1분이 지나면

나는 대자연과 하나가 되리라.

급히 차를 갓길로 세우고 뮬티슈를 집어들고 내린다.

희미한 정신의 끈을 놓지않고 비상등도 켰다.

갓길을 넘어 풀밭을 찾으려했다. 아뿔싸..여긴 외곽순환도로...

갓길옆은 마천루보다 높은 방음벽으로 끝도없이 이어져있고 내가 몸을 숨길곳은 없다.

남은 시간은 20여초..잔뜩 힘이 들어간 손에의해

물티슈는 본래의 그 형체를 잃어갔고.

나는 셀프정비할때 차 뒤쪽에 공간이 있었다는걸

떠올리고 곧바로 차 뒤로 기어들어갔다.

그래..데루등 갈 때 이렇게 쪼그리고 갈았지..이정도 공간이라면 충분하다.

내가 마이너리티리포트의 실사버전이구나 하며

폭발 약 2초전 빤쓰를 까는데 성공한다.

다급했던 순간은 곧 평화로워지고

물티슈를  꺼내들고 뒤처리를 위해 아래를 본 순간.

지나가는 차들 라이트에..바닥의 아스팔트와 내 흑산도 지렁이가

환해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과연 그들은 날 봤을까..?









 
 
출처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